中 희토류 무기화, 덩샤오핑의 1992년 ‘남순강화’ 때부터…세계 희토류 80% 이상 생산
  • ▲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공장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류허 부총리와 함께 희토류 공장을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뉴시스 신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월 28일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은 자신의 영문 트위터에서 “중국은 미국에의 희토류 수출제한을 진지하게 고려중이며, 향후 다른 대응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비교적 희귀한 광물에서 얻어진 산화물에서 분리됐다고 해서 ‘희토류(rare-earth)’란 명칭이 붙었다. ‘희귀하다’(rare)는 이름과 달리 전 세계 광물 중 25번째로 많이 매장됐으며, 구리보다 매장량이 많다. 18세기 스웨덴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비교적 특정지역에 편중됐기 때문에 ‘rare’란 이름이 붙었다.

    총 17개 원소가 있으며, 대표적 광물로는 광학렌즈에 쓰이는 란타뮴(Lanthanum), 스피커와 하드디스크에 쓰이는 네오디뮴(Neodymium), MRI, X레이 및 TV화면에 쓰이는 가돌리늄(Gadolinium)이 있다. 첨단 제품의 필수 광물이다.

    중국은 2010년대에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차지하는 등 독점상태에 있었다. 1960년대 중반까지는 남아공, 8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주산지였다. 그런데 1970년대 말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면서 당시 전 세계 희토류의 85%가 중국에 매장된 것을 파악했고, 80년대에 전략자원으로서의 희토류 개발을 추진했다. 그리고 등소평이 1992년 개혁개방을 독려하기 위해 중국 남부지역을 순방한 ‘남순강화’에서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중국은 희토류에서 우위성을 발휘할 수 있다(中東有石油, 中國有稀土, 一定把我國稀土的優勢發揮出來)”고 발언하며, 중국은 희토류를 정치 무기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희토류가 전 세계시장을 휩쓴 데는, 전 세계 최대 매장량이라는 이점과 값싼 노동력이 있었고, 또 다른 나라와 달리 방사능 물질인 토륨(thorium) 분리작업 뒷처리와 작업 노동자의 보호 조치를 소홀하게 하는 식으로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타국의 기존 희토류 광산은 이런 중국산 희토류와 가격경쟁이 되지 않아 대다수가 폐광됐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2016년 3월 31일자 보도에서, 중국 희토류의 주산지인 내몽골 자치성 바오터우(包頭)의 희토류 정제공장 주변이 오염 돼 주민들의 이가 빠지고, 30여 년 전부터 농작물이 자라지 않았으며, 가축들의 이가 검어져서 사료를 먹지 못해 죽어갔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중국의 희토류 전략자원화 노선과 가장 먼저 충돌한 나라는 일본이다. 2010년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을 놓고 양국이 충돌하자 중국은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통관지연 하는 방식으로 보복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이에 수입국 다변화와 자국 내 희토류 개발로 대응했다. 그 결과 2012년 초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가 50% 이하로 떨어졌으며, 중국 희토류의 가격이 폭락(1/5)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 ▲ 1950 ~ 2000년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비율도표. 미국 내무성 지질조사소, 2010. 1kt = 106kg
    ▲ 1950 ~ 2000년 전세계 희토류 생산량 비율도표. 미국 내무성 지질조사소, 2010. 1kt = 106kg
    중국이 2011년 후반 희토류 수출량 40% 축소를 선언하자 일본은 미국 및 유럽연합과 함께 WTO(세계무역기구)에 중국을 제소했다. WTO는 2014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자유무역협정 위반이라고 판정했고, 이에 중국은 2015년 수출제한을 철회했다.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꺼내자 2010년 미 하원 과학우주기술위원회는 캘리포니아 동남부의 마운틴 패스(Mountain Pass)를 비롯한 미국 내 희토류 광산 재개를 위한 보조금 지급안을 통과시켰고, 2012년 마운틴 패스에서 채굴이 재개됐다.

    1949년 개발된 마운틴 패스는 1965년부터 1995년까지 전 세계 희토류의 주공급원이었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의 등장으로 인해 매장량을 2000만 톤 남겨둔 채 2002년 폐광됐다.

    또한 미국은 희토류 생산을 위해 호주와 협력하고 있다. 2017년 당시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은 13만 2천 톤으로, 비율은 중국이 81%로 1위, 그리고 2위가 호주로 15%였다.

    호주 희토류의 대부분은 서부에 위치한 마운트 웰드(Mount Weld)에서 채굴된다. <로이터 통신>은 5월 19일 마운트 웰드 광산을 운영 중인 라이나스(Lynas) 사와 미국 텍사스의 화학회사인 블루라인(Blue Line) 사가 협력계약을 체결하고, 말레이시아의 기존 희토류 정제공장을 증설하고 미국 텍사스에 새 정제공장을 세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파이낸셜 타임스>는 5월31일자에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가 자국 내 희토류 정제공장 증설 지원을 약속한 사실이 알려지자 같은 날 호주 증시의 라이나스 주가가 13% 폭등했다고 보도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지난 해 취임 후 자국의 중국 일대일로 건설 사업을 중단시키는 등 반중 성향을 보여 왔다.

    한편 중국 <인민일보>는 5월 29일 ‘미국은 중국의 반격능력을 무시하지 말라’ 제목의 국제논평에서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고 했다. 이는 1962년 인도-중국 국경분쟁, 1967년 중소 분쟁, 1979년 베트남-중국 전쟁 직전 중국 언론에 의해 쓰인 적이 있다. 홍콩 인터넷 매체 <홍콩01>은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예고 안했다고 말하지 말라’란 표현을 꺼낸 것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곧 일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인민일보>는 같은 논평에서 “중국은 세계 제일의 희토류 생산 대국이자, 세계 최대의 희토류 공급국이며, 많은 선진국들이 희토류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내무성 지질조사소의 2019년 보고서는 중국 내몽골지역의 2017년 현재 매장량은 전세계의 36.7%라고 밝혔다. 생산량과 달리 전세계 희토류의 60% 이상이 중국 밖에 매장돼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