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모두발언서 A4 10장 달하는 원고 읽어가족 의혹, 민생지원금 등 현안 모두 거론與 "발표하러 왔나, 회담 자세 아니다"민주 "尹 상황 인식 안이" 李 "답답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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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제1야당 대표와의 첫 회담을 두고 여야가 상호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모두발언 공세'를 무례하다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안이한 상황 인식을 하고 있다면서 맞대응했다.국민의힘은 29일 진행된 '윤-이 회담'에서 이 대표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A4 용지 10장에 달하는 원고를 가져온 이 대표가 회담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이를 읽으면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의제를 정한 셈이 됐다는 것이다.그의 모두발언에는 '25만 원 전국민 재난 지원금'과 '전세사기특별법 도입' 등 민생 문제와 '윤 대통령의 가족 의혹', '채상병 특검', '이태원 특별법' 등 예민안 사안까지 모두 담겼다.'연구개발(R&D) 예산복원', '의료개혁 특별위원회 신설', '저출생 문제 대책 수립 촉구', '재생에너지 확대', '실용외교' 등 요구사항도 추가됐다. 이후 회담은 130분간 진행됐지만, 양측은 합의문을 도출하지 못했다.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회담이라는 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건데 모두발언에서부터 그렇게 하는 건 낭독"이라며 "회담하는 자세가 아니고 함께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이 대표의 모두발언 공세를 두고 전문가들은 전략적 의도가 깔렸다고 본다.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얘기만 듣고 오면 나쁜 모양새가 되니까 '이왕 만나는 거 세게 이야기 하겠다'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고 작정하고 간 것"이라며 "공을 대통령실에 떠넘긴 것이다. 국민의 뜻을 마음껏 전달했으니 답은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의미를 전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 세울수록 이 대표는 돋보인다"면서 "총선도 그렇게 해서 압승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대표를 향한 여당에 불만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윤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변화된 모습을 감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다. 민주당에 따르면 비공개 회담 130분에서 윤 대통령이 답변에 할애한 시간이 85%에 달했다고 한다.회담에 배석했던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영수회담에 대해서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고 했다.박 수석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표도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이 대표는 회담 종료 후 박 수석대변인에게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민주당에서는 다음 회담이 신속하게 성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현안의 방향을 모두 결정하기에는 2시간 10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번에는 첫 만남의 물꼬를 텄다는데 의미를 두고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의 주기를 더욱 좁히면서 각론을 이야기 해야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양측의 독대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범야권인 조국혁신당도 영수회담을 혹평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이날 "조국혁신당은 윤 대통령이 부디 이 마지막 기회를 소중히 여기길 기대했다"면서 "헛된 기대였던 것 같다. 윤 대통령의 무운을 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