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울산·대구·안동·김해·창원·부산 방문'與 험지' 영남 집중 … 지역별 전통시장 찾아野 "李, 선거 중립 의무 내팽개쳐 … 선거 개입"李, 당대표 시절 尹 지방 일정에 "관권 선거"
  •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7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지난 27일 부산 영도구 남항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잦은 지방 일정으로 '선거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공교롭게도 방문 지역이 선거 격전지로 꼽히는 영남권에 집중되자 사실상 지원 유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선거에 개입한다면서 이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청와대는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과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관권 선거'라고 비판한 바 있어 정권이 공수 교대될 때마다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울산을 시작으로 대구(15일), 경북 안동(18~19일), 경남 김해(23일), 경남 창원(26일), 부산(27일)을 방문했다. 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국민의힘 텃밭이자 여권 험지로 꼽히는 TK·PK 지역을 잇달아 찾은 것이다. 

    이들 지역의 핵심 지지 기반인 보수·우파층은 12·3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을 거친 뒤 이탈 움직임을 보였다. 선거 초반에는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와 이번 선거의 주요 격전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영남 지역의 지지층이 다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여야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접전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의 영남 방문은 이러한 선거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게 했다.        

    특히 잡음을 일으킨 건 이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달에만 서울 남대문시장(8일), 울산 남목마성시장(13일), 경기 성남 모란시장(14일), 광주 남광주시장과 안동구시장(18일), 경남 김해 외동전통시장(23일), 부산 자갈치시장(26일), 부산 남항시장(27일)을 방문했다.

    각 지역에서 있었던 공식 일정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시장 방문이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전통시장 방문을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소통 행보"라고 소개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정치인의 선거철 단골 방문지인 전통시장에서 시민들과 접촉하는 모습을 두고 '불법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불법으로 규정한 근거는 '공직선거법'이다. 선거법 제9조에 따르면 공무원 등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제85조는 공무원의 선거 관여 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국가 최고직 공무원인 이 대통령을 향해 "선거 중립 의무를 내팽개쳤다"며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극에 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지난 21일 서울 돈의동 쪽방촌을 찾은 것을 두고도 말이 나왔다. 쪽방촌 역시 선거철마다 정치인이 찾는 단골 현장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쪽방촌 방문 직전 서울시장 선거의 핵심 쟁점인 GTX-A 삼성역 구간의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해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이를 두고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기다렸다는 듯 선거판 전면에 나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명픽'(이 대통령의 선택)으로 꼽히는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힘을 실어줬다고 본 것이다. 정 후보 측과 민주당은 철근 누락 사태의 책임을 현 서울시장인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에게 돌리고 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진상 파악 지시에 대해 "여름철 우기와 앞으로의 상황을 봤을 때 대형 안전사고 방지 차원에서 현장의 안전을 살펴야 하는 정부로서 책임과 의무"라고 설명했다.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구 군위군 소보면 마을 일원에서 이앙기를 운전하며 모내기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구 군위군 소보면 마을 일원에서 이앙기를 운전하며 모내기 작업을 하는 모습. ⓒ뉴시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전날 부산에서 열린 '바다의 날' 행사에서 해운기업·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지역 발전 공약을 밝힌 것을 두고는 '관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지난 4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부산특별법)에 제동을 걸었던 점을 거론한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뒤로는 부산의 미래를 막아 세우고 앞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급히 내려와 예산 떡고물을 던져주듯이 생색내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부산은 민주당이 이재명 정부의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인 전재수 전 의원을 부산시장 후보로 내세워 탈환을 노리는 지역이다. 아울러 '이재명의 남자'로 불리는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전재수 후보의 출마로 공석이 된 부산 북갑을 이어받기 위해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 상태다. 

    이에 전 후보는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이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선거 개입으로 규정한 국민의힘에 대해 "아무리 선거라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며 "바다의 날에 대통령께서 직접 참석해 대한민국이 서울, 수도권 1극 체제를 극복하고 부산을 해양 수도로 만들겠다는 국정 과제, 비전을 부산 시민들께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대통령의 의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의 지방 일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선거 때마다 반복됐다. 이 대통령은 2024년 2월 민주당 대표 시절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국 순회 일정을 돌자 "대통령이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대놓고 선거 시기에 맞춰서 전국을 다니고 있다"며 "관권 선거 아니냐.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당선인 신분으로 지역을 돌며 대국민보고회를 여는 것에 대해 "지방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지방 일정을 선거 개입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이 전국에 가서 뜬금없이 무언가를 유치하겠다고 하면 문제가 있겠지만 이 대통령은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시키고 추진하도록 도와 달라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건 집권당의 프리미엄"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제가 최근 행사를 끝나고 주로 식사를 시장에서 하는데 왜 시장에서 밥 먹으러 갔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며 "원래 저는 시장에서 밥 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이해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