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처분권은 주주총회 고유 권한…노사 합의만으로 결정 못 해""12%든 24%든 주주 설득이 먼저…주총 거쳐 총의 물어야"주주운동본부, 삼성 성과배분안 무효확인 소송 준비'액트'와 연대해 주주 결집 나서…"기관투자자 지지도 확보할 것"
  • ▲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데일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데일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우리 사회가 주주를 회사의 주인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도 경영진도 노조도 주주를 배려하는 목소리가 전혀 없다. 12%든 24%든 성과를 배분한다면 논리를 가지고 주주들을 설득했어야 한다. 아무리 선의의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아이가 엄마 지갑에 마음대로 손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경영진과 노조, 주주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토양이 사회에 마련돼야 한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뉴데일리 스튜디오에서 만난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최근 '삼성전자 파업 위기 사태'를 두고 이같이 밝혔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지난 27일 오전 10시 마감한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결과, 최종 투표율 95.5%, 찬성률 73.7%(4만 6142명)로 합의안이 가결됐다.

    이번 합의안에는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하는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 1.5%를 포함해 총 영업이익의 12% 규모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 대표는 지난 4월 23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던 것을 계기로 시민단체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를 설립했다. 주주권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 설립 목표다.

    그는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하는 성과급은 이익 분배에 관한 사항이기 때문에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사항이다"며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이번 합의는 성립할 수 없고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발표한 잠정 합의안 중 성과배분 관련 조항에 대해 무효확인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지난 19일 삼성전자에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명부를 확보해 소액주주들에게 성과배분안의 법적 쟁점과 주주권 침해 우려를 알리는 서한을 보낼 계획이다.

    민 대표는 "주주권을 세우겠다는 것은 경영진이나 노조를 적대시하는 게 아니다"며 "주주총회에 안건을 올리고 주주들이 목소리를 충분히 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면 된다는 것이다. 영업이익에서 일부를 선취할 것이라면 선취당할 사람 얘기도 들어봐야 할 거 아니냐"고 말했다.
  • ▲ 지난 23일 오전 노조의 결의대회 현장 맞은편 고덕 국제대로 인근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기자회견'에서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 지난 23일 오전 노조의 결의대회 현장 맞은편 고덕 국제대로 인근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기자회견'에서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임찬웅 기자
    ▲다음은 민 대표와의 일문일답.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에 대해 소개해달라.

    "주주권 회복과 주주 가치 재정립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시민단체다.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을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한다. 현재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ACT)'와 협업하며 소통 창구를 넓히고 있다. 자체 온라인 카페 개설 한 달 만에 회원 수가 약 1만 4600명으로 늘어나는 등 주주들의 참여가 빠르게 확대되는 중이다."

    —단체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단체 설립을 계획한 것은 아니었다. 올해 초 삼성전자의 대규모 성과 예고 뒤 3월부터 파업 이야기가 나왔다. 주주로서 공장이 멈출 수 있다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지난 4월 23일 삼성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 당시 혼자 확성기와 현수막을 들고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앞으로 가 개인 자격으로 첫 맞불 집회를 열었다. 현장에서 언론과 주주들의 큰 관심을 확인했고, 이를 계기를 삼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주주운동을 펼치기 위해 사무실을 내고 본부를 설립했다."

    —최근 삼성전자 노조 파업 사태와 관련해 평택 사옥 앞 집회 등 여러 활동을 했다. 본부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설명해달라.

    "문제시된 사안에 대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먼저 내고 여론을 환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주 결집은 액트 플랫폼과 자체 카페를 통해 효율적으로 진행 중이다. 최근 노사 합의 과정에서 발생한 권리 침해에 대해 법적인 단계를 밟고 있으며, 향후 추가 집회, 위법 청원, 공청회 등 합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해 주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지난 20일 밤 삼성 노사가 합의한 '영업이익 12% 성과급' 지급안에 대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은 '위장된 불법 배당'이라고 언급했는데.

    "합의안의 재원은 주주 자산인 '영업이익'이다. 이익 처분권은 주주총회의 고유 권한인데, 경영진이 주총을 거치지 않고 영업이익의 10.5%에 초과이익성과급(OPI) 1.5%를 더해 총 12%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노사 합의한 것은 상법상 자본 수탁 책임을 넘어선 조치다. 자본 처분권이 없는 경영진이 임의로 이익을 소진할 수 있다면 주식회사의 근간이 흔들린다. 성과급 비율이 얼마이든 주주를 설득해 주총 안건으로 올려 총의를 물어야 하는 원칙의 문제다. 이를 독단적으로 처리한 사측 법무 담당 임원은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가 합합적인 노사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임금 같은 근로조건은 노사 협상의 영역이 맞다. 하지만 영업이익 배분 같은 성과 보상 체계는 근로조건이 아닌 이익 처분의 영역이며, 이는 상법상 주주총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다. 노조법상 근로조건이 아닌 사항을 이유로 파업하는 것은 쟁의 대상이 될 수 없으므로 불법 단체 행위에 해당한다. 임기가 정해진 경영진이 노조 파업을 모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주의 몫을 떼어주는 가장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ACT)'를 통해 삼성전자 주주들을 모으고 있다. 회사 측에 주주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필요한 목표 지분율은 얼마이며, 현재 참여도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액트 플랫폼 내 삼성전자 주주 지분율은 약 0.09%다. 국민주식이다 보니 참여 인원은 1만 4000명이 넘지만 조 단위 자산이라 지분율 수치는 낮다. 우선 플랫폼 내에서 삼성전자 주주대표 선출 과정을 거쳐 공식 발언권과 진행권 등 대표성을 얻기 위해 출마한 상태다. 궁극적으로는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동의를 모아 50%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 ▲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데일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뉴데일리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주주들을 모으기 위해 삼성전자에 주주들의 신상이 적힌 장부를 확인할 수 있는 '주주명부 열람등사'를 신청했다. 이에 대한 사측의 반응은 어떠하며, 주주명단 확보를 위해 앞으로 어떤 조치를 취할 계획인가.

    "지난 18일 예탁결제원 앞에서 주주명부 열람 신청 성명서를 내고 사측에 요청해 당초 27일 열람하기로 일정을 조율 중이었다. 하지만 사측에서 개인정보 문제와 노사 협약 진행 등 내부 사정을 이유로 일정을 연기한 뒤 구체적인 회신을 주지 않고 있다. 현재 확보된 주식 기준을 바탕으로 0.001% 이상 보유자(6735주 이상)의 명단 확보를 계속 추진해 전자메일로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명단이 확보되는 대로 블랙록, 국민연금공단, 삼성생명 등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들에게 주주서한을 발송해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협약 무효확인 소송' 지지를 이끌어내겠다."

    —최근 현대차 노조도 막대한 성과급을 요구하고 공장 로봇 도입에 제동을 걸었다. 다른 기업 노조의 이런 요구에도 직접 목소리를 낼 계획인가.

    "노조가 성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요구의 상대방이 경영진이어야 하며, 경영진은 자기 돈이 아닌 주주 자산을 쓰기 위해 주주를 설득해야 한다. 현대차를 포함해 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주총을 패싱하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타 기업 노조의 행태에 대해서도 원칙 중심의 비판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다. 필요하다면 현대차 등 다른 현장에서도 맞불 집회를 진행할 용의가 있다."

    —'전국 단위 주주운동'을 예고했는데, 다른 기업의 주주들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대할 계획인가.

    "본부 카페 내에 이미 SK하이닉스 등 종목별로 소통 공간을 세분화해 두었다. 최근에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카카오 노사 2차 조정이 진행 중인 현장을 방문해 공동 성명문을 내기도 했다. 카카오의 경우 성과급 문제뿐만 아니라 알짜 사업부를 쪼개기 상장하는 '물적분할' 이슈가 핵심이다. 이처럼 합법을 가장해 주주 이익을 훼손하고 주가를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기업들을 타깃으로 전국적인 연대 운동을 확장해 한국 주식시장 전체의 관행을 바꾸겠다."

    —"주주와 노조는 적이 아닌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주주와 직원의 올바른 관계는 무엇이며, 양측의 상생을 위해 회사 경영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

    "주주는 자본을 제공하고 노조는 노동을 제공하는 주식회사의 공동 일원이다. 노조와 적대하려는 것이 아니다. 노조가 선을 지키며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내고 정당한 보상을 요구한다면 12%가 아니라 20% 이상의 성과급 지급에도 동의할 주주들도 많다. 다만 배분의 문제는 전체 근로자 12만 명의 형평성과 미래 투자 재원까지 고려해 주총이라는 법적 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중간 대리인인 경영진이 파업을 피하려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 주주와 직원이 상생할 수 있는 대화 창구를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현재 IT 회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 타 업종의 대표로서 삼성전자 주주운동에 직접 뛰어든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본업은 IT 프로그램 개발 스타트업 운영으로 주주운동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 하지만 개인 주주로서 삼성전자 사태를 바라보며 주식회사의 기본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목격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사업의 시너지로 큰 성과가 예고됐던 국민 기업이 주주를 철저히 배제한 채 흘러가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어 직접 행동에 나섰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설립된 지 이제 한 달 된 단체이지만, 주주권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10년을 보고 나아갈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특정 개인이나 노조, 경영진을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다. 주주가 회사의 정당한 주인으로 인정받고 소통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경영진과 노조, 정부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주인 되는 자리를 만드는 데 참여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