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1·2심과 달리 尹 '묵시적 합의' 인정앞선 내란 관련 사건엔 특검 구형 웃도는 중형 선고같은 공모관계 다룬 관련 사건서 엇갈린 결론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도 尹에 2년 선고 항소심 "공소 범위 벗어나" … 불고불리 위반 지적
  • ▲ 이진관(51·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뉴데일리
    ▲ 이진관(51·사법연수원 32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뉴데일리
    김건희 여사 사건 1·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여론조사 제공 사실을 두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 명시적인 합의 증거보다 당사자들의 관계와 사건 전후 정황을 폭넓게 연결해 묵시적 공모와 고의를 인정했다. 김 여사 사건 재판부보다 간접사실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평가한 셈이다.

    이 같은 판단 방식은 앞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한 전 총리 사건을 맡았던 당시 이진관 재판부는 특검에 공소장 변경을 요구한 뒤 기소되지 않은 부작위까지 내란 가담 책임의 근거로 삼았다.

    구형을 웃도는 중형과 강한 법정 지휘까지 반복되면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적극적 재판을 넘어, 재판장이 사건의 결론까지 주도하는 '사법 영웅주의'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 윤석열 전 대통령. ⓒ공동취재단
    ▲ 윤석열 전 대통령. ⓒ공동취재단
    ◆ 같은 법리, 다른 증거 평가 … 김건희 무죄와 반대 결론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형사33부는 전날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검이 기소한 여론조사 58회 가운데 명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에게 직접 결과를 전달한 14회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44회는 제공 여부와 합의 범위가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앞서 김 여사 사건 1·2심은 명씨가 영향력 확대나 영업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무상 제공 합의도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이진관 재판부는 메시지와 통화, 반복된 결과 전달과 선거 전략 논의, 일부 조사가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점을 종합해 암묵적 합의를 인정하고,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명씨에게 맡긴 것으로 판단했다.

    두 재판부 모두 당사자 간 의뢰나 합의가 있어야 정치자금 수수죄가 성립한다고 봤지만, 명시적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전후 정황을 유죄 증거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결론이 갈렸다.

    법조계에서는 앞선 재판부가 유죄 근거로 삼지 않은 간접사실을 폭넓게 연결해 범죄 구조를 재구성한 점에서 이 부장판사 특유의 적극적 판단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같은 공모관계를 다룬 관련 사건에서 두 재판부가 완전히 엇갈린 결론을 내리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 사건은 명확한 증거가 남지 않는 특성이 있어 이진관 재판부가 일반 형사사건보다 전후 정황을 넓게 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해당 판결을 두고 "특검 주장의 상당 부분을 배척하면서도 일부 사실관계만으로 묵시적 합의와 공모를 인정했다"며 "추정이 증거를 대신하고 정황이 구성요건을 대체했다"고 반발했다.
  • ▲ 김건희 여사. ⓒ공동취재단
    ▲ 김건희 여사. ⓒ공동취재단
    ◆ 공소장 변경 요구하고 구형 웃돈 선고 … 항소심은 '불고불리 위반'

    이진관 재판부가 사건의 유·무죄뿐 아니라 공소 구조와 피고인의 책임 범위까지 적극적으로 설정한 모습은 내란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당초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기소됐으나, 심리 과정에서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의 행위가 단순한 방조를 넘어 내란 실행에 필요한 중요 임무를 수행한 데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자 이 부장판사는 특검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추가하도록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고 특검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재판부는 지난 1월 21일 추가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특검 구형보다 8년 높은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은 심리 결과에 따라 검사에게 공소사실이나 적용 법조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을 허용하나, 재판부가 특검이 처음 적용하지 않은 혐의를 추가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소송 지휘'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후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언론사 단전 및 단수 조치를 막지 않은 점까지 내란 가담 책임의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해당 부작위가 변경된 공소장에도 포함되지 않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를 '불고불리' 원칙 위반을 이유로 파기했다. 검사가 공소제기하지 않은 혐의는 법원이 판단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이다. 중요임무 종사 혐의는 유지했지만 형량은 징역 15년으로 낮추면서 기소되지 않은 행위까지 책임의 근거로 삼은 1심의 적극적 판단에 제동을 건 것이다.

    한편 피고인의 책임을 무겁게 평가하는 이진관 재판부의 양형 기조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건에서도 이어졌다. 지난달 22일 박 전 장관에게 특검 구형인 징역 20년보다 5년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와 박 전 장관에게 잇달아 구형을 초과하는 중형을 선고하면서 개별 행위뿐 아니라 국무위원의 헌법적 책무를 양형에 폭넓게 반영한 결과다.

    이 같은 양형 기조는 윤 전 대통령 사건에서도 나타났다. 재판부는 전직 검찰총장이자 대통령 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에게 높은 준법의식과 청렴성이 요구됐다고 지적하고, 여론조사 관련 논의를 부인한 태도도 불리한 사정으로 반영했다.

    경남 마산 출신인 이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32기로, 2003년 수원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를 이끌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이 부장판사는 국무위원들을 직접 질책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 변호인들에게 감치를 명령했다. 한 전 총리 선고에서는 계엄을 막아선 국민을 언급하다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장이 피고인과 변호인을 강하게 질책하거나 선고 과정에서 감정을 드러낼 경우 이미 유죄 심증을 굳힌 것처럼 비쳐 재판의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 이를 적극적 사법권 행사로 볼지, 재판장이 정의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사법 영웅주의'로 볼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