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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 1928 아트센터에서 열린 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치 민원의 장과 같아 유감스럽다. 정부의 입장이 먼저 나왔어야 한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지난 14일 국토교통부가 연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주택공급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가 정부안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국민과 업계에 해법을 되묻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국토부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에서 김윤덕 장관 주재로 토론회를 열었다. 비아파트와 민간 재건축·재개발, 도심 유휴부지, 공공임대·공공분양, 민간임대, 청년·신혼부부 주거 부담, 도시·건축 규제 등 7개 의제를 한꺼번에 다뤘다.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참석자 발언은 대부분 1~2분에 그쳤다. 일반 참석자 발언은 토론회 막바지에 배치됐고, 질문과 반론이 오가기보다 등록임대사업자 대출 규제와 재건축 이주비, 공공기여, 임대주택 의무비율 등을 둘러싼 요구사항이 차례로 쏟아졌다. 정책 대안을 논의하는 토론보다 현장의 애로사항을 듣는 민원 청취에 가까웠다.
국토부는 답변보다 경청을 택했다. 김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자신과 국토부 공무원들은 인사말 외에 발언하지 않고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실제 토론회가 끝날 때까지 어떤 요구를 받아들일지,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유튜브 생중계 댓글창에서도 불만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이율도, 만기도 모르는 상태에서 계약부터 하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댓글을 달았다.
자신을 고양 창릉 S3 사전청약 당첨자라고 밝힌 한 시민은 "4년을 기다리는 동안 신혼부부, 신생아 특별공급 등 다른 청약 기회를 모두 잃었다"며 "국가가 일방적으로 청약 공고 내용을 변경한 만큼 당초 약속대로 원상복구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반 공공분양과 대출 조건이 사실상 같아졌는데도 나눔형은 집값 상승분의 30%를 국가에 환수하도록 돼 있다"며 "이처럼 불합리한 계약 구조에 대해 국토부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답해 달라"고 요청했다. 본청약을 앞두고도 전용 모기지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뉴홈 사전청약 당첨자들의 항의였다.현장 목소리를 듣는 일은 필요하다. 그러나 정책 토론이라면 공급 확대를 위해 어떤 규제를 풀 것인지, 사업성과 공공성 사이에서 어떤 원칙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부 판단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 상반된 요구를 받아 적는 것만으로 정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앞서 같은 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국토부는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와 도심 유휴부지 활용, 비아파트 공급, 도시·건축 규제, 민간임대, 공공임대·분양 비중, 수도권 주거 수요 분산 등 7대 쟁점을 보고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보다 앞으로 논의할 쟁점을 나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재명 대통령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현황과 주택공급 부족 원인을 직접 물으며 관련 내용을 보고서에 담으라고 주문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비사업과 민간임대, 대출·세제 규제에 관한 의견을 설명하기 위해 발언을 요청했지만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성숙 국무총리가 관련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하면서 오 시장은 준비한 정책 건의서를 문서로 전달했다.
대통령이 공급 현안을 직접 묻고 서울시장은 건의서를 서면으로 낸 사이, 주무부처는 7대 쟁점을 보고하는 데 머물렀다.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도 국토부의 정책 판단보다 업계와 시민들의 요구가 부각됐다.
대출은 금융위원회, 세금은 재정경제부 소관이다. 그렇더라도 공급과 금융, 세제 정책을 조율해 정부안을 만드는 일은 주택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맡아야 한다.
정부는 15일 금융위의 주택금융 토론회와 16일 재경부의 부동산 세제 토론회를 거쳐 오는 23일 대통령 주재 종합 토론회를 연다. 공급과 금융, 세제를 모두 논의하고도 주무부처가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일정 역시 의견 수렴 행사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민원을 접수해 관계기관에 전달하는 창구가 아니다. 충돌하는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선택지를 좁혀 정부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부처다. 이제는 경청을 넘어 주택정책 주무부처로서 구체적인 해법을 내놔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