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지원이라는 입력값, 총량관리라는 함수정부의 약속보다 빨랐던 시장의 계산3억원이 보여준 정책과 현실의 거리결과를 바꾸려면 함수부터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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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서 함수는 입력과 결과를 연결하는 규칙이다. 정부는 청년 지원이라는 입력값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현실을 움직인 것은 총량관리였다. 그 결과 은행 창구에 남은 숫자는 3억원이다.청년 정책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대출 한도를 현실에 맞게 손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정부의 진단이 현실을 따라잡았을 때 시장은 이미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2억원 안팎까지 오른 상황에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6억원의 대출 한도도 부족하다는 인식은 틀리지 않다. 문제는 정부가 6억원을 논의하는 동안 금융 현장은 이미 3억원을 기준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KB국민은행은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절반으로 낮췄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대출 공급을 조이기 시작했다. 실수요자 지원이 논의되는 동안 금융 현장은 총량관리부터 움직였다. 정책보다 시장의 계산이 빨랐다.은행을 탓할 일도 아니다. 은행은 정책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주어진 규칙 안에서 움직이는 곳이다. 올해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약 4조 3400억원인데 상반기 만에 약 80~85%를 소진했다. 6월 금융권 가계대출도 8조 3000억원 늘며 2024년 8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목표를 넘기면 다음 해 더 강한 총량관리 대상이 되는 구조에서 은행은 청년보다 총량을 먼저 계산할 수밖에 없다.그 부담은 가장 취약한 곳으로 향한다. 현금 자산이 충분한 사람은 대출 의존도가 낮다. 반면 첫 집을 마련하려는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대출은 선택이 아니라 전제조건이다. 같은 규칙도 누구에게는 불편으로 끝나지만, 누구에게는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잃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청년들이 마주한 현실도 정책의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6년 5월 고용동향'을 보면 15~29세 청년 취업자는 342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5만 5000명 줄었고, 청년 고용률도 46.2%에서 43.8%로 낮아졌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서는 상용직 근로자 수가 처음으로 60세 이상이 청년층을 앞질렀다. 안정적인 일자리의 문부터 예전보다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다.일자리를 구해도 집은 여전히 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82.6%는 임차에 거주했고 수도권은 85.9%에 달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중소기업 월평균 임금이 351만원으로 대기업(716만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자체를 늦추고 있다고 분석했다.취업과 소득, 주거 여건이 동시에 흔들리는 상황에서 대출 문턱까지 높아진다면 청년들의 선택지는 그만큼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청년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자산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인 금융 접근성부터 낮아지고 있다.그럼에도 정부는 입력값을 계속 더한다. 하지만 청년은 결과를 선택할 수 없다. 현실의 함수는 쉽게 바뀌지 않고, 청년은 언제나 계산이 끝난 뒤의 답만 받아든다.3억원은 숫자 하나가 아니다. 청년 정책과 현실 사이에 놓인 거리다. 그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면 어떤 지원책도 청년들에게는 또 하나의 발표에 그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