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사고 年 1000건 넘는데…비용·경관 훼손 우려로 철회검토 결과 마포대교 설치비 700억 추산…市 "현실성 떨어져"연구용역, 방지망보다 안전난간에 초점…전문가 "객관성 의문"
  • ▲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난간에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같은 해 마포대교에서 일어난 투신 사고는 329건으로 전체 한강 교량 투신 사고(1270건)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뉴시스
    ▲ 지난해 9월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안전난간에 'SOS 생명의 전화'가 설치돼 있다. 같은 해 마포대교에서 일어난 투신 사고는 329건으로 전체 한강 교량 투신 사고(1270건)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 ⓒ뉴시스
    서울시가 자살 방지 대책으로 한강 교량 아래에 추락 방지망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결국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철회한 주요 이유는 한강 경관 훼손 우려와 비용 문제였다.

    한강 투신 사고가 2022년 이후 매년 1000건을 넘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기존에 설치된 안전난간 보완·확대를 중심으로 예방 대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락 방지망 도입 철회의 근거가 된 연구용역이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사가 기존 안전난간 보강에 무게를 둔 반면 추락 방지망에 대해서는 다각적인 검토도 없이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해석이다.

    ◆한강 교량 추락 방지망 연구용역…700억 추산

    16일 본보가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을 통해 단독 입수한 '한강 교량 안전시설 설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구상 용역'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해 말 연구용역을 실시해 한강 교량 추락 방지망 도입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했다.

    추락 방지망은 교량 아래 철망 구조물을 설치해 투신자가 수면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는 장치다. 2022년 이후 한강 투신 사고가 1000건을 넘기면서 서울시의회 등을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실제 한강 교량 투신 사고는 2022년 1000건에서 2023년 1035건, 2024년 1272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도 1270건이 발생했다. 2020년(474건)과 비교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사망자는 2023년 4명, 2024년 7명, 지난해 10명 순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용역을 맡은 연구기관은 추락 방지망 공사 비용을 약 7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전체 한강 교량 투신 사고의 약 4분의 1이 집중되는 마포대교를 대상으로 설치 가능성과 구조 안전성을 따져본 결과였다.

    기존 교량에 방지망을 직접 연결하면 하중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별도 구조물을 세우는 독립 설치 방식으로 진행해야 해 공사비가 커진다는 관측을 내놨다.
  • ▲ 지난해 11월 운항을 재개한 한강버스가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밑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 지난해 11월 운항을 재개한 한강버스가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밑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비용 대비 효과 미흡 결론…안전난간 보완·확대 집중

    이에 따라 서울시는 비용 대비 효과가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추락 방지망은 사고 발생 후 생존율을 높이는 '보조적 시설'로, 이미 한강 교량 투신자의 구조율이 99%에 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보고서의 판단이다.

    여기에 한강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점도 주요 문제로 제시됐다. 보고서는 "한강공원 등 시민 이용 공간과 인접해 있어 추락 방지망 독립 설치 시 교량 외부 경관성 저해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용역 결과 등을 토대로 추락 방지망 도입 대신 기존 안전난간 보완·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난간 설치만 해도 교량 하나당 30억~40억 원이 필요해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며 "추락 방지망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시는 올해 마포대교·동작대교를 대상으로 난간 상부를 안쪽으로 휘어 월담을 어렵게 만드는 굴절형 난간 설치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 중이다.

    ◆전문가 "연구용역 자체가 안전난간 보강에 초점" 지적

    다만 전문가들은 앞선 연구용역이 추락 방지망 도입 가능성보다 안전난간 보강 계획에 초점을 맞춰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통상 연구용역은 발주기관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며 "고객이 바라는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자료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객관성은 담보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보고서를 보면 안전난간은 70쪽 분량으로 다뤄졌지만, 추락 방지망은 그 절반인 35쪽에 그쳤다. 당초 안전난간 보완·확대에 무게를 두고 연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추락 방지망의 실효성이 단편적으로 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손재환 가톨릭꽃동네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추락 방지망이 투신 자체를 완벽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자살을 한 번 더 재고해 볼 수 있는 요소로 작용 가능하다"며 "단순 구조율뿐 아니라 투신 사건을 목격한 시민들의 심리적 외상과 관련 예방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