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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몽’, 일장춘몽 되나?

美와 무역전쟁 벌이며 '일대일로’ 이탈 국가 증가… '슈퍼파워 차이나' 꿈 사라질 위기

입력 2018-08-21 18:02 | 수정 2018-08-21 18:30

▲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전인대에서 '중국몽'을 강조하는 모습. 그의 '중국몽'이 '일장춘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관련보도 화면캡쳐.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전쟁은 세계 금융전문가들의 평가대로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中공산당은 조만간 상무부 차관급을 미국으로 보내 ‘무역전쟁’을 종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공산당은 하루 빨리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끝내고 싶어하나 그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몇 년 동안 외쳤던 ‘중국몽’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버릴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시진핑의 ‘중국몽’ 실현시킬 ‘일대일로’ 무너지는 중

시진핑 中국가주석은, 덩샤오핑 이후 중국 지도부가 국가전략으로 삼아온 ‘도광양회 화평굴기’를, 집권과 함께 내팽개쳤다. 시진핑 中국가주석은 2013년부터는 대놓고 ‘대국굴기’와 ‘중국몽’을 외쳤다. 특히 2013년 3월 17일 中공산당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는 연설 가운데 ‘중국몽’만 아홉 번을 언급했다. 그가 말하는 ‘중국몽’은 당나라 시대와 같은 ‘중화(中華)’를 만들겠다는 뜻이었다.

시진핑 中국가주석은 2013년 8월 카자흐스탄 방문 당시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新실크로드 구상’에 대해 언급했다. 육지와 해상에서 새로운 실크로드를 열어 중국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든다는, 자신의 꿈인 ‘대국굴기’를 이룬다는 생각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新실크로드 구상’은 2014년 11월 中베이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일대일로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공식 명칭은 ‘국가급 정층전략’으로, 중국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서아프리카에 걸치는 62개국을, 150년의 사업 기간 동안 육로와 해로로 연결해 발전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국가는 ‘상하이 협력기구(SCO)’ 회원국들이었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주로 중앙아시아의 ‘스탄’ 국가들, 즉 이슬람 국가들이었다.

中공산당은 ‘일대일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차관으로 제공하겠다며 유라시아 국가들에게 접근했다. 이를 위해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도 만들었다. 중국이 직접 차관을 제공하는 데 경계심을 가진 나라들을 설득하고자 개발금융기구도 만들었다. 한국도 참여한 ‘아시아 인프라 개발은행(AIIB)’과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러시아 등이 동참한 ‘新개발은행(NDB)’이 그것이다. 中공산당은 이런 기구를 통해 2,0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어 ‘일대일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AIIB 등이 2016년 출범한 뒤 불과 2년 만에 ‘일대일로 사업’은 좌초 직전에 몰렸다.

▲ 中포털 '바이두' 백과에 실린 일대일로 사업의 전체 구도. ⓒ中바이두 백과 캡쳐.

2017년부터 시작된 ‘일대일로 사업’ 탈퇴 움직임

‘일대일로 사업’의 파열음은 먼 영국에서부터 시작됐다. 2015년 10월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영국을 방문했을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英총리가 ‘일대일로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뒤 영국은 ‘일대일로 사업’에 있어 든든한 우군이었다. 그러나 2018년 1월 테레사 메이 총리가 중국 방문을 앞두고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사실 그 이전부터도 ‘일대일로 사업’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에서는 중국을 향한 비난이 일었다. 중국이 사업에 동참한 나라들에게 차관을 제공하면서 관련 사업 시공업체로 중국 기업을 선택하도록 종용한 게 발단이었다. 중국이 A라는 나라에 차관을 제공하고, 그 차관이 다시 공사를 맡은 중국 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게 되면서 A국은 졸지에 거액의 빚만 지게 되는 구조가 문제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부채 제국주의(Debt Imperialism)’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친중 국가인 파키스탄의 경우 중국으로부터 받은 ‘일대일로 사업용 차관’ 때문에 구제 금융을 받기 직전의 상황에 몰렸다. 파키스탄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 가운데 국내 기반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금의 80%, 620억 달러를 중국에게 빌렸다. 그러나 높은 이자에다 사업이 실질적으로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은 탓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유동성이 악화됐다고 한다.

동남아시아의 친중 국가인 라오스도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차관을 들였는데 그 규모가 GDP의 절반 수준인 67억 달러에 달해 구제 금융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도 ‘일대일로 사업’을 위해 중국에서 차관을 도입한 뒤 국가부채규모가 종전의 GDP 대비 6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대폭 상승했다. ‘일대일로 사업’의 서쪽 끝자리인 아프리카 지부티도 중국에게서 도입한 차관이 GDP의 90% 수준에 달해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정도가 되면 中공산당도 2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을 부흥시킨 ‘마샬 플랜’ 등을 벤치마킹 해 다른 방식으로 참여국들을 도울 수도 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차관 이자와 원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나라들의 항구를 빼앗는 만행을 저질렀다. 대표적인 곳이 스리랑카의 함반토타 항이다. 이를 본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들은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차관을 도입했다가 스리랑카처럼 영토를 빼앗길까 우려하고 있다. 2018년 들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일대일로 사업’ 탈퇴 선언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 2016년 11월 중국 공식방문 당시 베이징대에서 "중국몽을 함께 꾸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 ⓒ채널A 관련보도 화면캡쳐.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일대일로’의 꿈

‘일대일로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나라는 한두 곳이 아니다. 외환위기 직전까지 몰린 파키스탄은 2017년 11월부터 여러 사업의 중단 의사를 밝혔다. 같은 달 네팔도 中기업에게 맡기려던 25억 달러 규모의 대형 수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의회의 뜻에 따라 중단한다”고 밝혔다. 2018년 1월 테레사 메이 英총리의 ‘일대일로 사업’ 지지 거부 이후에는 사업 중단 의사를 밝힌 나라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인도는 파키스탄과 중국, 인도 등을 잇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에의 참가를 거부했고, 미얀마도 90억 달러 규모의 차우크퓨 항만 공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곳은 中윈난성 쿤밍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의 종점이어서 중국에게는 큰 타격이 됐다. 말레이시아 또한 ‘일대일로 사업’ 가운데 하나인 동부해안철도(ECRL)와 고속철 사업을 전격 취소한다고 밝혔다.

또한 영국에 이어 독일, 프랑스 등도 ‘일대일로 사업’에 부정적인 견해를 비치면서 유라시아 전체로의 영향력 확대와 ‘중화시대’를 꿈꾸던 中공산당의 꿈은 현실성을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中공산당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최근 中공산당 매체 CCTV는 ‘일대일로 사업 추진 5주년’을 기념하는 선전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한 나라들과 중국 간의 운송 물량이 6,050억 달러에 이르렀고, 80여 개 참여국이 경제무역협력블록을 만들어 24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등의 선전이 나왔다. 하지만 中공산당의 왼쪽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 ‘일대일로 사업’ 참여국을 거쳐 오른쪽 주머니로 되돌아가는 구조임을 알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의 말을 믿지 않고 있다.

시진핑의 꿈이 ‘일장춘몽’일 수밖에 없는 이유

‘일대일로 사업’이 한창 확장해 나가던 2017년 10월, 시진핑은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세 시간이 넘도록 연설을 하며 ‘중국몽’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인대에서 국가주석 임기제한 철폐에 찬성을 던진 대의원은 99.98%였다. 이를 본 세계 언론은 “시(習) 황제 등극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2018년 미국과의 충돌을 시작으로 시(習) 황제는 ‘시(始) 황제’로 끝나게 생겼다.

▲ 한국에도 KBS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된 후안강 中칭화대 교수의 '슈퍼파워 차이나'론. ⓒKBS 다큐멘터리 관련화면 캡쳐.

시진핑 中국가주석은 ‘국정연구중심’이라는 정부 씽크탱크를 이끌던 후안강 칭화대 교수의 ‘슈퍼 파워 차이나’ 주장을 철석같이 믿었던 것 같다. 후안강 교수의 ‘슈퍼 파워 차이나’論은 한국에도 KBS 특집 다큐멘터리를 통해 소개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2018년 하반기에 들어선 뒤 ‘슈퍼 파워 차이나’는 中공산당 내에서도 힘을 잃어 버렸다.

전·현직 국가주석을 포함해 中공산당 최고위 원로들이 여름휴가를 겸해 모이는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되던 시기 중국에서는 “후안강 교수가 칭화대 동문을 비롯해 공산당 안팎에서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그의 ‘슈퍼 파워 차이나’ 주장에 휩쓸려 대책 없이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인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中공산당 고위급 사이에서는 “우리가 트럼프를 너무 얕잡아 봤다”거나 “미국에 대한 정면 도전은 성급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시진핑 中국가주석과 그를 떠받드는 中공산당은 막대한 외환 보유고,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생산능력, 순식간에 한국까지 따라잡은 기술발전, 급속도로 강해지는 군사력 등을 보면서 “이 정도면 미국과 붙어도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쌓아올린 엄청난 성과가 사실 미국이 펼쳐놓은 ‘세계무역기구’라는 마당에서 올린 것이고, 그 기반은 미국이 통제권을 가진 ‘달러 기반 경제’였음을 간과했다.

中공산당이 미국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금융 및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그 힘으로 세계를 압도하지 못하는 이상, 시진핑 中국가주석이 꿈꾸는 ‘중국몽’은 ‘일장춘몽’에 불과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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