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7조 비축·日 6000m 심해 채굴中 리스크에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안보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른바 '무기화' 전략을 강화하자 미국과 일본이 정면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대규모 핵심광물 전략 비축에 착수했고, 일본은 심해 희토류 채굴에 속도를 내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탈중국' 공급망 재편을 본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핵심광물 전략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를 공식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에 총 120억 달러(약 17조4690억원)를 투입해 핵심광물을 대규모로 비축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년간 미국 기업들은 시장 혼란 시 핵심 광물이 고갈될 위험에 노출돼 왔다"며 "프로젝트 볼트를 통해 어떠한 부족 사태에서도 미국 산업과 근로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미·중 무역 갈등 과정에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카드로 미국을 압박했던 상황을 재발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희토류는 첨단 반도체와 전기차, 방위산업에 필수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가공에서는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해소하기 위해 수출입은행(EXIM)의 100억 달러 대출과 민간 자본 약 20억 달러를 활용해 비축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에는 제너럴모터스(GM), 보잉, 스텔란티스, 코닝 등 10여 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적 석유 비축과 마찬가지로, 이제는 미국 산업을 위한 핵심광물 비축이 필요하다"며 동맹국과의 공급망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뉴스
    일본 역시 중국 의존 탈피를 위한 '자원 외교·기술' 전략에 실질적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는 최근 태평양 미나미토리섬 인근 수심 약 6000m급 심해에서 희토류를 함유한 진흙 시추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요미우리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탐사선 '지큐(ちきゅう)'가 해저 유전 굴착 기술을 통한 '라이저 시스템'을 활용해 심해 퇴적물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수심 6000m급 해저에서의 채굴은 전례가 없는 사례로,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전략적 혁신 창조 프로그램(SIP)'의 핵심 성과로 평가된다.

    미나미토리섬 해저에는 최소 1600만톤의 희토류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중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다. 일본 정부는 2027년부터 시험 채굴에 착수해 2028년 상업성 평가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일본이 심해 희토류 개발에 속도를 내는 이유 역시 중국 변수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으로 자동차·전자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중국 의존도는 60% 수준에 달한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이 희토류를 외교·안보 카드로 활용하는 상황에서 이번 시추 성공은 일본의 자원 국산화를 향한 결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미·일의 이번 행보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한다. 

    핵심광물을 둘러싼 경쟁이 경제 문제를 넘어 안보·외교 이슈로 확장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탈중국' 속도전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