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트럼프 17%P 승리 지역서 14%P 대패트럼프 "난 관여 안 했다" 책임 회피에 공화당 내부 동요외신 "트럼프 피로감, 교외·히스패닉 이탈 가속"민주당 상승세, 美 정치·금융시장 변수로 부상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AF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의 '최후 방어선'으로 불리던 텍사스에서 정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1년 여 전 대통령 선거에서 17%P 차로 대승을 거뒀던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그에 못지 않은 득표율 차로 당선되는 이변이 이번 보궐선거에서 벌어진 것이다. 공화당 텃밭의 균열은 단순한 지역 변수에 그치지 않고, 오는 11월 중간선거와 향후 미국 정치·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각) 치러진 텍사스 주의회 상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테일러 레메트가 57%를 득표해 공화당의 리 웜스갠스 후보를 14%P라는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 지역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벨트'로 분류되며, 공화당이 주정부와 주의회를 사실상 장악해왔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를 "사실상 안전지대(safe seat)로 여겨지던 지역에서 벌어진 정치적 지진"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결과를 "불과 15개월 만에 31%P의 정치적 이동이 발생한 사례"로 규정하고 공화당 지지층 내부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텍사스 히스패닉 정책 재단의 제이슨 빌랄바 소장은 "이 수치는 일시적 반발이 아니라 장기적 이탈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교외지역 유권자와 히스패닉 계층의 표심 변화가 뚜렷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정치 메시지에 대한 피로감과 경제·이민 정책에 대한 불만이 지역 선거에 투영됐다"고 진단했다. 선거전에서 물가 상승, 주택 비용 부담, 의료·교육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이념보다 생활 밀착형 이슈가 표심을 좌우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역 의료 인프라 강화와 사회보장 확대를 집중 부각한 전략도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이번 패배는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정치적 영향력에도 적잖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 ▲ 미국 연방의회. 출처=APⓒ뉴시스
    ▲ 미국 연방의회. 출처=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당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웜스갠스 후보를 "MAGA 운동의 핵심 전사"라고 치켜세우며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나 패배가 확정되자 180도 태도를 바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선거 결과 발표 후 취재진과 만나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텍사스 지역의 선거일 뿐"이라며 "나는 그 지역에서 17%P 차로 이겼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성과는 자신의 몫으로, 실패는 지역 문제로 돌리는 전형적인 '책임 분산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패배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가 오히려 리더십 공백을 부각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개입이 오히려 선거 판세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공화당 인사들의 자체 판단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지지 선언이 일부 지역에서는 오히려 부동층과 중도층 이탈을 촉진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 ▲ 미국 텍사스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의 크리스천 메네피. 출처=APⓒ연합뉴스
    ▲ 미국 텍사스주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민주당의 크리스천 메네피. 출처=APⓒ연합뉴스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번 결과를 정치적 전환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켄 마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은 "민주당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이어가고 있으며, 이는 전국적 흐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뉴욕시장,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 이어 지역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연승을 이어가는 흐름이 뚜렷이 감지된다.

    전문가들은 텍사스의 사례를 두고 '레드 스테이트(공화 강세 주)'의 장기적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한다.

    같은 날 치러진 연방 하원 18선거구 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 크리스천 메네피가 승리하며 민주당은 하원의석을 1석 추가했다. 이로써 공화당과 민주당의 격차는 4석으로 좁혀졌다.

    이는 금융시장에도 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정치적 교착이 심화될 경우 연방 예산 협상, 부채한도 문제, 인프라 투자 정책 등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선거는 미국 정치의 권력 구조와 유권자 지형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공화당의 상징적 요새에서조차 균열이 발생한 상황에서 트럼프식 정치가 어디까지 확장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여파가 중간선거와 금융시장, 나아가 글로벌 경제 환경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