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마스크 보낸 한국·일본·이탈리아·이란… 지금은 마스크 부족으로 국민 지탄
  • ▲ 이란 테헤란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 테헤란 버스정류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 지금 마스크 대란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보건용 마스크는 돈을 줘도 사기 어렵다. 정부는 4일 마스크 수출금지 방안까지 내놨다. 이런 마스크 대란은 이탈리아와 이란, 일본에서도 일어났다. 한국을 비롯한 네 나라의 공통점은 우한폐렴 확산 초기에 중국에 선심 쓰듯 마스크를 보냈었다는 점, 전염병 창궐에도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한폐렴 확진자가 가장 많은 나라들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중국에 마스크 300만개 보낸 이란 “돈을 줘도 구할 수가 없다”

    이란은 우한폐렴 확산 초기부터 최근까지 중국에 마스크 300만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중앙일보가 테헤란 타임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테헤란 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마스크를 비롯한 방역물품이 부족해 의료진조차도 방역복 없이 우한폐렴 환자를 치료 중이다.

    우한폐렴 사망자가 92명으로 급속히 증가하자 이란 국민들 사이에는 “중국에 마스크를 보내서 국민들이 약국이나 가게에서 살 수가 없게 됐다”는 비판이 확산 중이다. 트위터에는 “외무장관이 중국에 마스크 300만장을 기증할 때 국민들은 마스크가 부족하다”며 한 쿠르드족 노인이 쌀 포대 귀퉁이를 잘라 마스크처럼 만들어 쓰고 있는 사진을 퍼 나르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2월 19일 (우한폐렴)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돈이 있어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지경”이라는 이란 교민의 말도 전했다.

    마스크 대란 일어난 이탈리아…중국에 마스크 70만개 보낸 교황청

    우한폐렴 감염자가 폭증한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서도 마스크 대란이 터졌다.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등의 시민들은 약국이나 마트 등에서 마스크를 살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도시 의료 기관조차 마스크 부족 때문에 위기가 닥칠까 염려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 당국은 “우한폐렴 환자를 보는 의료진에게 필요한 마스크만 최소 1000만 장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이런 가운데 교황청이 지난 2월 4일 중국에 마스크 70만장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속했던 예수회는 해방신학을 만든 조직으로 사회주의에 대단히 호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26일 신도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당분간 사진과 같이 접촉이 많은 활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월 26일 신도들과의 만남을 끝으로 당분간 사진과 같이 접촉이 많은 활동은 하지 않기로 했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제외 우한폐렴 최다 환자 발생국들, 모두 중국인 입국 안막아

    이란은 일대일로 사업은 물론 국방, 금융, 에너지 등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다. 이란이 지난 2월 말부터 마스크 대란에 놓이자 중국은 거꾸로 이란에 마스크 25만장을 지원했다. 이런 관계다 보니 이란은 중국발 항공편은 막는다고 했지만 다른 나라를 경유해 입국하는 것은 막지 않았다. 첫 우한폐렴 사망자도 그렇게 중국을 오간 것으로 밝혀졌다.

    이탈리아는 밀라노를 중심으로 한 섬유산업벨트에 중국인이 20만 명 이상 산다. 이탈리아는 포퓰리즘 정권이 들어선 뒤 과감한 친중정책을 폈다. 그리고 선진국 7개국(G7) 국가 중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일대일로 사업에 동참했다. 중국은 덕분에 이탈리아 북부 항구 도시를 장악할 수 있게 됐다. 대신 중국인 관광객 수백만 명을 이탈리아에 보내주기로 했다. 이 약속에 혹한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해 아베 신조 총리가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을 국빈초청한 뒤부터 중국에 저자세를 보였다. 시진핑의 당초 방일 일정은 3~4월이었다. 아베 정권은 이를 성사시키는 게 중요했는지 우한폐렴이 확산되기 시작했을 때 마스크 200만장과 각종 방역물품을 중국에 보냈고, 병이 해외로 번지는 데도 우한시와 허베이성 이외에는 중국발 입국을 막지 않았다.

    한국은 중국에 마스크 300만장을 보냈다. 물론 중국기업이 돈을 댄 것이었지만 이 정도 물량을 보내준다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도 수출을 강행했다. 중앙 부처와는 별개로 광역 지자체들도 지금까지 각각 수십만 장의 마스크를 중국에 보냈다. 하기야 수도의 시장이 “짜요, 쭝궈!”를 외치고, “중국의 어려움이 우리 어려움”이라는 대통령이 있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중국 대신 '전염병 근원지'로 욕 먹고 있는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

    5일 현재 한국의 우한폐렴 확진자는 5766명, 사망자는 36명이다. 일본은 확진자 1000명, 사망자 12명, 이탈리아는 확진자 3089명, 사망자 107명, 이란은 확진자 2922명, 사망자 92명이다. 외신들은 “이란의 실제 사망자 수는 200명을 넘는다”는 이란 내부 소식통의 폭로를 보도한 바 있다. 어쨌든 ‘중국몽’을 함께 하던 대표적인 나라들은 중국 대신 전염병의 근원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