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최근 드러난 '문진석–김남국 인사 청탁' 논란은 단순한 구설이 아니라, 권력의 체계적 농단 가능성을 여실히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2025년 12월, 국회 본회의장과 대통령실 내부에서 오간 문자 메시지는 너무도 뚜렷했다. "자동차산업협회장 추천해 달라"는 단순 민원성 요청이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는 답장으로 이어졌다. 그 '훈식이 형'과 '현지 누나'가 권력 핵심부인 강훈식 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으로 해석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민간 협회장 → 대통령실 실세 → 권력의 심장부로 이어지는 비공식 인사 라인이 실제로 작동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실은 '엄중 경고'로 사안을 수습하려 했으나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친명(친이재명)계 대표 인사로 꼽히는 김남국 비서관이 결국 사의를 표했다. 그러나 국민이 묻는 질문은 더 근본적이다. "왜 이런 통로가 존재했는가." "왜 대통령과 집권 세력은 이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는가."

    만약 이 정권이 공정·실력·원칙을 내세운다면, 지금이야말로 그것을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이 사건을 '해프닝'으로 봉합하려 한다면, 다음에 터질 '권력형 인사 농단'은 지금보다 훨씬 더 깊고 치명적일 것이다.

    대통령 측근들의 인사 청탁 논란은 이제 '의혹'이라는 표현으로 포장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 주변부의 사적 네트워크가 공적 인사 시스템을 잠식하고 있다는 의심을 국민이 품는 순간, 정권이 아무리 훌륭한 국정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평가마저 흔들리게 된다. 공정 경쟁과 공정 사회는 대한민국의 DNA이자 국민적 자존심이다.

    한국 정치에는 오래된 말이 있다. "인사가 만사(人事가 萬事다)." 국정의 성패는 어떤 사람을 어떤 자리에 앉히느냐로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실과 권력 주변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말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실감난다. 인사가 만사라면, '청탁 인사'는 그 만사를 망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절차가 우회되고, 실세에게 연결되는 사적 네트워크가 권력의 문을 여는 비밀번호처럼 작동하는 순간, 그 정권은 균열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이미 과거 박근혜·윤석열 정부의 '비선 실세' 논란이 문재인·이재명 정부의 탄생을 만들어낸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국민은 당시 왜 정권 교체를 선택했는지 '빛의 혁명'을 내세우고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할 때다.

    특히 이번 인사 청탁 사건에서 대통령실의 대응은 낙제점에 가깝다. 인사 관련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반복되는 "개인의 일탈", "사실무근"이라는 변명은 이제 국민에게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반복되는 유사 사건이야말로, 이것이 개인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 기강 해이, 혹은 조직적 방임임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왜 '측근'이라는 지위가 공식 절차를 우회하는 통로처럼 작동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국민은 던지고 있다.

    동일한 유형의 논란이 계속된다면,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 대통령이 인사의 원칙을 세우지 못한다면, 그 정권은 스스로 '인사가 만사'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공직 사회는 이미 흔들리고 있다. 최고 권력 주변에서 청탁과 외압이 가능하다면, 그 아래 공직자들에게는 눈치 보기와 줄서기가 일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는 뒤틀린 평가, 편향적 기용, 무능한 인사의 중책 임명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정 효율성은 곤두박질친다. 인사를 망치면 국정을 망친다. 그것도 '패스트트랙'으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구설이 아니라 통치 리더십의 시험지다.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그의 측근 리스크는 곧 정권 전체의 리스크가 된다. '내 사람 챙기기'에 흔들린 인사 원칙은 국정 운영 전반을 왜곡시키고, 결국 정권에 회복 불가능한 상처를 남긴다.

    이 사건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력은 사유화되는 순간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인사의 공정성을 흔드는 행위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신뢰까지 송두리째 훼손한다. 중요한 것은 '누가 청탁했느냐'가 아니라, 대통령이 이를 통치 철학의 문제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구조 개선 의지를 보이느냐는 점이다.

    최근에 만난 전직 5선 국회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권력의 주변부는 항상 위험하고, 그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대통령실의 책임이며, 이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이번 사안을 또 하나의 소모적 정치 공방으로 흘려보낸다면, 다음 논란은 국가 전체를 뒤흔드는 쓰나미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묻는다. 이 나라는 대통령 측근들을 위한 나라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한 나라인가. 인사가 만사라면, 지금 정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이미 그 만사를 스스로 허물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그러한 정권에 국민은 더 이상 권력을 맡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