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6일 서울 양재동 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 계파 줄세우기를 비판하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계파 싸움 속에 '친국민계'를 자처한 신중한 처신이 빛났다. '충청권 태풍' 정용기 의원이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지도부 입성을 확인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었다.
8·9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자로 출마한 정용기 의원(재선·대전 대덕)은 6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구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어젯밤에도 곳곳에서 계파 줄세우기가 있었다"며 "이래서, 이래서야 우리 당에 희망이 있겠나"라고 성토했다.
이날 합동연설회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격화되는 계파 간 전면전 양상 끝에 이러다가는 전당대회가 끝나고 당이 깨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친박~비박계 후보 간의 날선 공방이 오갔다.
비박계의 '문자 지령'을 폭로하는 문건이 연단에서 펄럭이고 반대로 친박계의 '오더 정치'에 대한 비판이 뒤따르는가 하면, "총선 패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친박계의 주장에 대해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다 아는데, 왜 잘못이 없는 사람이 같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반박이 제기되는 등 치열한 백병전이 전개됐다.
이러한 상황 전개 속에서 진작부터 "우리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계파 싸움"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던 정용기 의원의 존재감은 한층 더 빛났다.
일찌감치 "25년 전 이 땅의 자랑스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역사적인 화해로 만들어진 민자당 공채 1기 출신"을 자처하며 "친박~비박이 생겨나기 훨씬 전부터 이 당에 몸담고 지켜온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던 것이 대의원·책임당원 등 전당대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기 의원은 이날 연설회가 지난 4·13 총선에서 가장 크게 패배한 수도권 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사람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도 아니라는 말이 있다"며 "나도 2004년 총선 때 탄핵 역풍으로 대전권 전체가 전멸할 때 낙선의 아픔을 맛봐 그것이 얼마나 괴로운지 알고 있다"고, 이 자리에 모인 서울·수도권 지역 원외당협위원장들을 위로했다.
이어 "무엇이 여러분들을 그렇게 아프고 괴롭게 만들었나, 계파 싸움이 아닌가"라며 "그런데도 이 순간에도 계파 줄세우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횡행하는 계파 간의 '문자 지령전'을 비판했다.
아울러 "수도권, 강원권의 동지 여러분들조차 계파에 줄을 서면 우리 당에는 희망이 없다"며 "계파에 줄을 서지 말라, 여러분이 희망이다"라고 친박도, 비박도 아닌 '친국민계' 후보인 자신에 대한 지지를 간절히 호소했다.
대전 대덕구청장 시절부터 내걸었던 '청어포증 백어맹황(淸於包拯 白於孟黃 : 포청천보다 맑고, 맹사성·황희보다 깨끗하게)'이라는 구호만 믿고 이번 8·9 전당대회를 계파로 봐도, 인지도로 따져도 다소 불리한 형세 속에서 맞이했던 정용기 의원은 경남 창원에서부터 시작된 합동연설회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태풍'을 불러일으켜왔다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이날 수도권 합동연설회에서도 기승을 부리는 계파 싸움에 일침을 놓는 '친국민계' 연설을 잘 진행함으로써 사실상 지도부 입성을 확정지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판세 분석과 여론조사에 따르면, 연고지인 충청권에서는 정용기 의원이 압도적인 선두권이며, 수도권에서도 최고위원 후보자 중 2~3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영남권은 강석호·조원진 의원이 버티고 있지만 정용기 의원이 그 뒤로 따라붙어 3~4위만 하면 종합해볼 때 2~3위 득표로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