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킨트 한계 보완할 휴민트 가치 보여준 이란戰DJ·盧, 살생부식 코드 인사로 정보 연속성 훼손文, 간첩수사권 폐지·휴민트 유출→北 처형까지李 정부, 동맹 기반의 공동 가치 실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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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뉴시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암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지난 20여 년간 축적된 방대한 정보 자산과 정교한 휴민트(HUMINT·인적정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정보기관의 역량이 정권의 교체와 무관하게 국가적 목표를 향해 전략적 연속성을 유지할 때 어떠한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20년의 집요함 … 샤론에서 시작된 '전략적 표적화'8일 안보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암살 작전 성공은 수십 년간 축적된 정보의 입체성이 만든 결과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는 2001년 아리엘 샤론 당시 총리의 지시 이후 25년간 이란 지도부의 생활 패턴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테헤란 시내의 교통 관제 시스템을 해킹해 경호 인력의 주거지, 근무 교대 시간, 출·퇴근 경로를 시계열적으로 추적했다. 이와 함께 군 정보기관 8200부대는 이를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자동 분석하는 체계를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 이란 고위 관리들의 집결 상황과 지도부 회의 진행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독할 수 있었다.특히 타격 직전 집무실 인근 기지국 12곳을 교란해 외부 통신을 전면 차단한 전자전(Electronic Warfare)은 정보 장악의 정점으로 꼽힌다. 결정적인 순간에 표적의 실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유한 '휴민트'다.◆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살생부식 인적 청산그러나 대한민국의 정보 역량은 기술 진보의 흐름과 달리 지난 30여 년간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된 인적 청산과 제도적 축소로 인해 사실상 '휴민트 진공 상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대한민국 정보기관의 인적 자산 단절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에서 단행된 '대규모 면직 사태'가 시발점이다. 1998년 4월 1일 자로 고위 간부 140여 명을 포함한 581명에게 보직 해임령이 내려졌고, 이듬해까지 총 881명의 숙련된 요원이 조직을 떠났다.이병호 전 국정원장은 저서 '좌파 정권은 왜 국정원을 무력화 시켰을까'를 보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노선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정보 프로젝트와 그간의 노력은 폐기되거나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며 "국정원 직원 간 지역적 갈등이 심화하기도 했다. 특정 지역 출신들이 그간 상대적으로 인사 불이익을 받아 왔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정원 내부에도 지역 갈등의 병폐가 스며들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당시 면직된 고위 간부 26명 중 영남 출신이 17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반면, 호남 출신은 전무했다. 이는 정보 역량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 정치적 배경에 따른 '코드 인사'가 우선시 됐음을 시사한다.◆'수사 외압'과 '코드 인사'를 통한 정보 왜곡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정보기관의 중립성 훼손이 정보 판단의 왜곡으로 이어졌다. 대표적 사례인 '일심회' 간첩 수사 중단 압력은 정권의 정치적 지향점이 안보 수사를 어떻게 무력화하는지 보여준다. 이 전 원장은 저서를 통해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 수사국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수사국장이 '조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대답하자 민정수석은 '국장을 더 할 의사가 없는 생각인 모양이네'라고 말하고 면담은 종료됐다.이후 김승규 당시 국정원장은 사퇴했으며, 후임 김만복 원장 체제에서 수사국장이 경질되면서 일심회에 대한 추가 수사는 실행되지 않았다. 추가 수사를 피한 대상자들은 후에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맡았다.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 5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코드 인사는 군의 정보 판단 능력을 저하시키고 위기 상황 발생 시 군사적 대응의 원칙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정치적 고려가 우선된 정보 지휘 체계는 현장 대응의 무력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휴민트 명단 출력과 북한의 처형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 발생한 보안 사고는 휴민트 붕괴가 관념적인 우려를 넘어 실체적인 참극으로 이어졌음을 보여준다. 2024년 7월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9년 대북공작 경험 없이 국정원 대북공작국에 발령 난 간부 A 씨가 정보원 수십 명의 명단을 무단 출력하는 이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공교롭게도 A 씨가 해당 리스트를 출력한 이후 활동 중이던 휴민트 정보원의 절반가량이 북한 당국에 발각돼 고사포로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의 코드 인사와 정보 보안 기강의 해이가 결과적으로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인 인적 네트워크를 물리적으로 소멸시키는 치명적인 정보 실패를 초래한 것이다.◆대공수사권 폐지로 안보 공백 제도화문 정부는 여소야대 국회의 힘을 빌러 법제화를 통한 기능적 해체까지 단행했다. 2024년 1월 1일 자로 시행된 국정원 대공수사권(간첩수사권) 폐지는 안보 수사의 물리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약화시켰다.경찰청 공안문제연구소·치안정책연구소에서 25년 동안 안보대책연구관으로 근무한 대공 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국정원이 수사권을 보유하고 경찰과 공조했던 2023년의 경우 제주 간첩단 및 창원·민주노총 침투 간첩단, 전북 지역 간첩망 등 총 11건의 조직적 안보 위협 사례를 적발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며 "그러나 대공수사권을 경찰만 갖게 된 이후인 2024년과 2025년 현재까지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로 이어지는 유의미한 대남 간첩 적발 사례는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테킨트'의 맹점과 AI 안보의 모순이민트(IMINT·영상정보)나 시긴트(SIGINT·신호정보), 테킨트(TECHINT·기술정보)는 적의 기만전술에 취약하다는 치명적 한계를 지닌다.특히 1990년대 후반 북한 평양과 황주 비행장에서 발생한 모형기 사건은 기술 정보(TECHINT)의 맹점을 노출한 대표적 사례다.당시 미 정보당국은 위성 정찰을 통해 북한 비행장에 미그기 30여 대가 전개된 것으로 파악했으나 확인 결과 이는 목재와 합판 등으로 제작된 기만용 위장에 불과했다. 이는 이민트에 포착된 물리적 형상만으로 적의 전력을 평가하는 방식이 휴민트 없이는 적의 전략적 기만이나 의도적 은닉에 의해 얼마나 쉽게 왜곡될 수 있는지를 방증한다.현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AI 기반 안보 체계도 신뢰할 수 있는 휴민트 자산의 뒷받침 없이는 사상누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이버 작전이나 AI 기반 정보 분석에서 휴민트의 중요성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확인됐지만 이재명 정부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확실한 동맹 관계에 기반해 공동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