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공약, 유정복 시장 정책과 중복 논란7개 중 4개 이상 이미 성공·추진 중인 사업나머지 3개도 시정 구상과 큰 틀서 맞닿아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심사 결과 발표에서 인천시장 후보 공천이 확정된 박찬대 의원과 포옹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4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심사 결과 발표에서 인천시장 후보 공천이 확정된 박찬대 의원과 포옹을 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인천시장 후보인 박찬대 의원의 '인천 바이오산업 7대 혁신 공약' 상당수가 현직 유정복 인천시장이 이미 추진 중인 정책과 겹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겉으로는 '혁신공약'이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인천시가 이미 유치했거나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사업, 또는 기존 시정의 핵심 방향과 맞닿은 과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새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기보다 기존 시정 성과와 추진 사업을 다시 묶어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전날 인천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7대 공약으로 한국바이오과학기술원 설립, 인천 바이오펀드 보스턴형 K-바이오랩허브 조성, 국제 기준 시험·분석·인증기관 집적화, 바이오 소부장 밸류체인 구축, 바이오산업 거버넌스 정비, 공공의대 유치, 인천바이오엑스포 개최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 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인천시가 이미 추진 중인 바이오 정책과 큰 틀에서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먼저 박 의원이 1호 공약으로 내세운 '한국바이오과학기술원 설립'부터 기존 인천시 정책과 맞물린다. 박 의원은 차세대 신약 개발 모달리티 통합과 원천기술 플랫폼 개발을 수행할 연구중심대학 형태의 한국바이오과학기술원 설립을 제시했다. 바이오 연구·개발 역량을 집적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할 핵심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인천시는 이미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과 교육 허브 구축을 목표로 한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GTH-B) 메인캠퍼스 유치에 성공했다. 

    인천시는 2023년 5월 보건복지부 주관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구축사업' 공모에 참여해 전국 5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종 선정됐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설립 예정인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의 교육 과정과 사업 전반을 총괄·운영하는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지원재단도 인천에 들어섰다. 

    명칭과 사업 형태는 다르지만 연구·교육 기능을 갖춘 바이오 인재 양성 거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은 상당 부분 겹치는 것이다. 

    박 의원이 전면에 내세운 '보스턴형 K-바이오랩허브 조성'도 마찬가지다. 이 공약은 송도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창업 지원 거점 조성과 초기 기업 육성 기반 강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이미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K-바이오랩허브 구축 사업을 추진해 왔고 해당 사업은 2022년 7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박 의원이 꺼내든 사업이 사실상 기존 시정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 ▲ 유정복 인천시장. ⓒ뉴시스
    ▲ 유정복 인천시장. ⓒ뉴시스
    '시험·분석·인증기관 집적화'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 의원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수도권 통합센터 설치에 방점을 찍고 예산 확보와 조속한 착공, 신약 개발 지원체계 마련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인천시는 이미 지난해 1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KBSI와 함께 수도권 통합센터를 송도에 건립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다시 말해 박 의원이 유치나 설치를 약속한 사안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이미 인천시 차원에서 방향이 잡혀 있거나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는 셈이다.

    '바이오 소부장 밸류체인 구축' 공약도 기존 시정과의 중첩성이 짙다. 박 의원은 인천 산업단지와 연계한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 및 공급망 체계 구축을 제시했지만 인천시는 이미 바이오 원부자재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 제조 기반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밀어왔다. 

    특히 인천은 지난해 6월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고 남동공단을 바이오 소부장 핵심지로 삼아 '세계 1위 바이오 메가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박 의원의 공약은 이러한 시정 방향과 사실상 같은 궤도 위에 올라탄 셈이다.

    '바이오산업 거버넌스 정비'도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박 의원은 바이오산업 관련 협력 체계를 재정비하겠다고 했지만 인천시는 이미 바이오 성장 동반자 비전을 내걸고 산·학·연·관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결국 민관 협력과 협의체 정비라는 방법론 자체가 새롭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은 공약도 마찬가지다. '공공의대 유치'는 인천시가 추진해 온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 범시민 캠페인과 태스크포스 운영과 맞닿아 있다. 지역의료 공백 해소와 의대 설립 추진은 이미 인천시의 숙원 사업으로 자리 잡은 사안이다. 

    '인천바이오엑스포 개최' 역시 인천시가 열어온 '바이오 인천 글로벌 콘펙스(BIG C)'를 더 키우는 것 외에는 차별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행사를 확대·격상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가능하지만 현재 공개된 수준만 놓고 보면 기존 행사와 무엇이 본질적으로 다른지 어떤 규모와 위상을 갖춘 새 행사인지 뚜렷하게 제시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내놓은 공약이 기존 인천시 정책과 뚜렷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국가 예산 확보나 입법 지원 등 국회의원으로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담고 있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이미 시가 유치했거나 추진 중인 사업에 재정 지원과 추진 의지만 덧붙인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다.

    바이오산업 육성 자체는 인천의 핵심 성장 전략인 만큼 여야를 불문하고 유사한 정책 방향이 제시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있다. 다만 박 의원이 제시한 공약이 기존 시정의 청사진과 실행사업 위에 얹힌 수준인지 아니면 그 위에 새로운 제도·예산·입법 패키지를 더한 별개의 전략인지인데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 후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결과로 만들어지지 못한 부분을 비판한 것"이라며 "일부 계획의 뼈대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