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항행의 자유는 국제법 보호 대상국내법 절차 고려해 대처 방안 검토이란, 페트로 달러 해체의 실험장으로31해병원정대·사드 차출로 안보 공백파병은 타국 위한 개입 아닌 '자국 방어'이재명 대통령, 노무현식 국익 수호해야
  • ▲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지난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스플래시247닷컴·뉴시스
    ▲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태국 화물선 마유레 나레호가 지난 11일 공격을 받았다고 태국 해군이 밝혔다. 해군은 현재까지 20명의 승무원이 구조돼 오만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공격받은 마유레 나레호의 모습. ⓒ스플래시247닷컴·뉴시스
    이란이 국제법의 연원으로 인정받는 국제관습법상 통과통항권(Transit passage), 즉 '항행의 자유'를 위반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지 20여 일째다. 물론 대한민국은 2019년 5월을 기점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했지만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산 원유의 수송로가 막힌 지금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실존적 변수가 됐다. 

    22일 외교가에 따르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 한국 수입 원유의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자유주의 세력과 권위주의 세력이 벌이는 '핵·에너지·달러·패권 교차전'으로 전개되고 있다. 단순히 국가간의 전쟁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투라는 것이다. 

    ◆靑 "국익에 최적화된 선택지 조합 모색 중"

    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연합작전의 참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채 구체적인 결단은 유보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중동 상황은 국제 정세상 중대 사안으로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며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은 우리 에너지 수급과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한 주요 우방국들과 긴밀히 소통 중이며 다각적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의 국익에 최적화된 선택지의 조합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언급한 '최적화된 선택지의 조합'을 규명하려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자국의 수익 창구이자 페트로달러 체제 해체의 촉매로 삼겠다는 전략적 포석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 원유에 대해서만 '안전한 통행'을 허용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으며 원유 수입국들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물리적 봉쇄를 통해 기존 달러 기반 거래의 비용과 위험을 극대화한 뒤 위안화라는 대안적 경로를 제시함으로써 국제 에너지 결제 질서의 재편을 유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BBC 베리파이가 해운 분석회사 케이플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쟁 발발 후 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은 하루 평균 5~6척으로 전쟁 전 하루 평균 138척에서 95% 급감했다.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한 유조선 운영업체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과를 조건으로 이란 측에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지급했다. CNN은 이란이 위안화로 원유를 거래하는 국가의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자 중동 외 지역의 8개국이 이란 측과 접촉했다고 전했다.

    공교롭게도 중국은 위안화 기반 에너지 거래를 확대하며 달러 체제에 균열을 내고 나아가 미국의 패권 자체에 도전하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이란은 원유 결제가 달러 수요를 창출하고 미국 국채를 떠받치는 '달러-석유-국채' 순환 구조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 ▲ 미 해병대 소속 MV-22 오스프리 다목적 수직이착륙기가 지난 15일 일본 도쿄 남서부 고텐바의 히가시후지 훈련장에서 열린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 해병대의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한 모습. ⓒAP·뉴시스
    ▲ 미 해병대 소속 MV-22 오스프리 다목적 수직이착륙기가 지난 15일 일본 도쿄 남서부 고텐바의 히가시후지 훈련장에서 열린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 해병대의 합동 군사훈련에 참가한 모습. ⓒAP·뉴시스
    ◆오키나와 '제31해병원정대' 중동 투입→한반도 유사시 상륙 전력 상실

    이란 전쟁의 성격은 경제 패권 전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차단은 이번 전쟁의 공식 명분인 동시에 핵 보유를 포기하지 않는 적대국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분석된다. 미국은 지난달 26일 이란과의 제3차 핵 협상이 결렬된 지 이틀 만인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 핵시설과 군사시설에 대한 합동 공습을 개시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미군의 압도적 승리가 담보되지 못하면 북한은 이를 미국 패권의 한계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핵을 보유하고 결사 항전하면 미국도 별 수 없다는 인식이 북한 지도부에 각인되면 북한도 비핵화 협상은 동력을 잃게 된다.

    문제는 이란 전쟁의 장기화가 경제 패권 전쟁에 머물지 않고 한반도 군사 균형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 오키나와에 전진 배치돼 한반도 유사시 즉각 대응이 가능한 상륙 전력인 제31해병원정대(31MEU) 2500명이 이미 중동에 투입됐다. 31MEU는 F-35B 항공 지원과 MV-22 오스프리 공중 강습 자산을 갖춘 미국 태평양 지역 유일의 전진 배치 해병 공지 기동부대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대체 전력의 전진 배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그 공백 기간에 한반도 유사시 초기 대응 가능한 입체 상륙 전력은 사실상 부재하게 된다.

    물론 미군이 전략폭격기나 전략핵잠수함(SSBN)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주기를 단축해 억제력을 보강할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상주 전력이 빠진 자리를 순환 자산이 완전히 메우기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더욱이 이미 주한미군의 패트리엇(PAC-3) 수개 포대에 이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미사일 일부까지 중동으로 차출됐다. 사드 1개 포대가 전담하는 한반도 상층 방어 역량이 일정 부분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안보는 상주 전력 기반 억제에서 원거리 투사 기반 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31MEU 공백이 이미 발생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차출되면 한반도 억제력이 추가로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는 상륙 기동 전력(31MEU)과 해상 호송 전력(한국군)을 같은 범주로 혼동한 논리적 오류다. 또 미국이 이란 전쟁에 지상군을 직접 투입하지 않고 있는 현 단계에서 대부분이 지상군인 주한미군 병력의 대규모 차출 가능성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현 시점에서 더욱 우려스러운 지점은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 봉쇄될 경우 한국군의 작전 지속 능력을 떠받치는 에너지 공급망 자체가 무너진다는 사실, 그리고 전력 및 병력 차출에 따른 대비 태세의 미세한 균열을 메울 대안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미군 자산의 역외 차출 시 한국군은 정보망 강화와 감시 장비 증강을 통해 보완적 대비 태세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남북 긴장 완화를 명분으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주도 하에 비행금지구역 재설정을 골자로 한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방위 역량을 강화해야 할 엄중한 시기에 대북 감시정찰 능력을 스스로 약화하려 한다는 전략적 모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주은식 국제전략문제연구소장은 "해군 함정 파견은 단순한 군사 행동이 아니라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상징적 행위다. 만약 한국이 자국 선박조차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와 위상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해상 교통로(SLOC)의 안전 확보는 해양국가인 한국에게 전략적 핵심 과제이다. 이는 단순한 해군 작전이 아니라 경제안보·국가신뢰·해양주권이 결합된 복합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국 호르무즈 파병은 '타국을 위한 개입'이 아니라 '자국을 위한 방어'라는 점에서 본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안보 전문가는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현대전을 경험하며 전투 능력을 쌓았듯이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적대 상황에서의 호송 작전 경험을 갖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며 "이란의 드론 공격 능력은 해상 이동 표적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기에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환경에서 작전을 수행한 경험은 장기적으로 군사적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파병이 이란의 보복을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란이 현재 인도·파키스탄·중국 선박을 외교 협상으로 통과시키고 있는 사실은 봉쇄가 전면 차단이 아닌 정치적 선별임을 보여준다. 한국이 국제법적 명분을 앞세워 다국적 연합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 개입할 경우 이란이 물밑 협상 채널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 2005년 6월 10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는 모습. ⓒ노무현 사료관
    ▲ 2005년 6월 10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조지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악수를 하는 모습. ⓒ노무현 사료관
    ◆盧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주의' 되새길 때

    한국이 처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지지층의 반발을 무릅쓰고 파병을 결단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익 중심 실용주의'를 되새기게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자주파 참모들의 이상론을 뒤로한 채 미국 편에 섰고 그 결과 미국 매파로부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확약받는 전략적 거래에 성공했다.

    대선 후보 시절 "별 볼일 없이 사진이나 찍으러 미국에 가지는 않겠다" "반미면 어떠냐"고 했던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개시한 당일인 2003년 3월 20일 대국민 담화를 내고 "국제사회의 동향과 대량살상무기의 확산 방지, 한미 동맹 관계의 중요성 등 제반 요소를 감안해 미국의 노력을 지지해 나가는 것이 우리의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파병을 매개로 원자력추진잠수함(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 한미 원자력협정 조기 개정, 관세 압박 완화 등 핵심 국익을 관철할 협상 테이블이 열려 있다. 진영 논리에 갇힌 전략적 모호성을 걷어내고 통치권자가 정면으로 돌파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