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규명 지지부진 … "민주당이 관심 가져야""유해 계속 발견되는데 … 쓰레기처럼 방치돼"유가족, 전남 현장 최고위서 與에 대책 촉구
  •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전남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광군 영광농협 대회의실을 찾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전남 현장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영광군 영광농협 대회의실을 찾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이태원 참사와 달리 무안공항 참사 진상 규명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여러 차례 제기된 가운데 참사 유가족들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앞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6일 전남 영광농협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회의실 안으로 올라와 민주당 관계자들과 언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 유가족은 "이게 정치냐 이 XX야"라고 외치며 강하게 항의한 뒤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현장에는 '진상 규명' 글이 적힌 모자를 쓴 유가족 4명이 남아 "정청래 대표님! 하루 빨리 집으로 보내주세요. 아직도 유가족의 피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유가족이 집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민주당 관계자에게 "소란은 피우지 않고 피켓만 들고 있겠다"고 말하며 회의실에 남았다.

    한 유가족은 "진상 조사는 더디고 희생자 유해는 계속 나오고 있다"며 "유가족이 정말 살 수가 없다. 민주당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저희도 집으로 가고 싶다.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아내와 두 아들을 잃었다고 밝힌 한 유가족은 "제 고향이 강진"이라며 "유가족이 살 수 있도록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현장에서는 "사위와 손자, 손녀가 모두 있었다" "(유해가) 쓰레기처럼 방치됐다" "다리 뼈가 나오고 있다"는 울분 섞인 발언도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쉼터에 계속 있고 싶지 않다"며 "진상 규명이 돼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민주당에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정 대표는 이들의 말을 들은 뒤 "알겠다"고 답한 뒤 자리에 착석했다.

    유가족들의 강한 항의가 이어졌지만, 정 대표는 회의를 마치기 전에 소속 의원들을 향해 "여기 오니까 욕하는 사람은 없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정 대표는 "전남 영광에 오니 우리 의원님들이 또 지도부한테 감사 인사도 하시고 대표한테 고맙다는 말씀도 많이 하시는데 서울 여의도에서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며 "여기 오니까 욕하는 사람은 없다. 여의도에서 그렇게 하시기 바란다. 농담이었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오늘 분위기처럼 이대로 쭉 지방선거도 잘 갔으면 좋겠다"며 회의를 마쳤다.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2024년 12월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착륙 과정에서 발생해 179명이 숨진 대형 참사다.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는 활주로 인근 콘크리트 구조물인 '로컬라이저 둔덕'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에 제출된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는 해당 둔덕이 없었다면 항공기가 활주 후 멈추며 탑승객 전원이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참사 이후 진상 규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는 특검을 포함해 7년간 9차례 조사가 이뤄졌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사에서 "세월호·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며 세월호 참사의 10번째 조사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참사 나흘 뒤인 2022년 11월 2일 501며 규모로 출범해 74일간 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비해 무안공항 제주여객기 참사의 진상 규명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무안국제공항 재개항 검토 발언을 언급하며 "무안공항이 문을 열려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179명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찢는 발언"이라며 "콘크리트 둔덕의 진실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누구도 처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2·29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참사 원인 규명을 위해 구성돼 40일간 활동한 뒤 지난 1월 30일 마지막 회의를 끝으로 공식 활동을 종료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 자체 조사 결과 보고를 위해 마련된 회의에는 김윤덕 국토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모두 불참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소속 이양수 국조특위 위원장은 지난 1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체회의에서 "장관의 불출석은 단순한 개인의 부재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국회를 모독하고 진실을 기다리는 유가족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오늘 장관이 피한 것은 국정조사특위가 아니라 국민과 억울하게 희생된 179명의 영혼"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무안국제공항 잔해물 보관 장소에서 사고기 잔해를 재분류하던 중 길이 약 25㎝의 희생자 유해 추정 물체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뒤늦게 발견된 유해와 유류품 앞에서 또 한 번 무너졌다"며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