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재발 막기 위해 유사 사건 발생 시 엄벌 처할 것" 다짐
  • ▲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측근으로 알려진 前감사관이 결국 검찰에 기소됐다. ⓒ뉴데일리 DB
    ▲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측근으로 알려진 前감사관이 결국 검찰에 기소됐다. ⓒ뉴데일리 DB


    서울소재 공립 고등학교 교사의 성추행 사건을 담당했던 감사관이 결국 검찰에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7일, 前서울교육청 감사관 김형남 씨를 강제추행 및 폭행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김 씨는 감사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7월 26일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A고등학교 여성 교사들과 면담을 앞두고 동료 장학사 B씨의 손을 더듬고, 팔목을 잡아끄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씨는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공립 A고에서 벌어진 ‘교사 상습 성범죄 사건' 감사 과정에서 술을 마신 채 피해 여교사를 면담한 사실이 알려져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어 김 씨가 감사관실 소속 여성 장학사의 손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폭로가 이어지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김 씨는 음주 감사 당시 상황에 대해 "지인과 점심을 먹으면서 막걸리를 3~4잔 정도를 마셨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조사가 안 될 정도로 만취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후 김 씨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에 대한 '음주 감사와 성추행 의혹 제기'가 자신을 지지하는 개혁 세력을 흔들기 위한 음모라는 주장을 펼쳤다. 교내 성추행 감사를 벌여왔던 감사팀장과 감사반장이 해당 A고교 교사와 친분이 있어 성추행 조사를 부실하게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김 씨는 2015년 8월에는 기자들 앞에서 B씨의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씨는 자신을 둘러싼 추문은 "황당무계한 중상모략이고 사실 무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음해한 부하직원들이 "유치원 관련 비리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당시 김 씨는 "개방직 감사관으로 사립유치원 비리와 성범죄 등에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는데 여기에 반발하는 내부의 부패세력이 자신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의도와 다르게 기자회견은 더 큰 비난을 불러왔다. 함께 근무한 부하직원들을 공개석상에서 ‘부패세력’으로 매도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쏟아졌다.

    당시 감사팀장과 감사반장은 김 씨의 ‘부실감사’ 지적에 "감사는 제대로 했다"고 받아쳤다.

    A고교 가해교사와의 친분을 의심받은 감사반장은 "해당 교사와는 업무상 한 번 봤을 뿐"이라며 김모 감사관의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했다.

    김 씨의 거짓 폭로에 대해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김 씨에 의해 '내부 부패세력'으로 몰린 부하직원들도 가세했다. 그들은 "김 씨에 앞서 개방직 감사관이 2명이나 있었어도 이런 갈등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고 되받아쳤다.

    파문이 커지자 서울교육청은 2015년 8월 부교육감을 중심으로 조사위원회를 꾸려 김 씨의 동료 장학사 성희롱 의혹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교육청은 이틀만에 입장을 바꿔 감사원에 감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교육청은 "자체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서 "이와 별도로 국가인권위에 추가 조사도 요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교육청의 감사요청 발표에 교육계는 "진실 규명의 책임을 감사원에 떠넘겼다"고 비판했다.

    감사관 임명권자인 조희연 교육감의 우유부단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교육청의 어설픈 결정이 교육청 감사에 대한 신뢰를 추락시켰다는 주장이었다.

    김 씨는 2015년 열린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임시회에서도 문제를 일으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임시회에서 사건 관련 질의 응답 중 김 씨의 답변태도가 좋지 않자 새누리당 송재형 의원이 "답변하는 태도가 그게 뭐냐"고 지적하니 김 씨는 "지금 반말을 한 거냐,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고 한다.

    두 사람이 언성을 높이면서 분위기가 살벌해지자, 교육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 이후 재개된 임시회에서도 김 씨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김 씨는 국회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한 국회의원이 "피해 교원과의 면담에 불참한 감사팀장을 부르는 과정에서 폭언을 했고, 녹취 파일도 있다"고 하자, 김 씨는 되려 "녹취 파일을 공개하라"며 맞받아쳤다.

    김 씨는 결국 감사원 감사에서 음주 상태로 피해자 면담을 진행하고 폭언과 욕설을 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 4월 해임됐다.

    서울교육청은 문제가 된 해당 교사를 모두 직위 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김 씨는 이미 직위해제 처리가 됐지만 개인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그렇다 해도 이미 검찰에서 기소된 상황이기 때문에 혐의 부분은 재판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김 씨를 둘러싼 논란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성추행·성범죄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히 처벌하기로 했다"면서 "관련 문제를 일으킨 공무원은 바로 직위해제하고 복귀도 불가능 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김 씨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4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방국세청, 서울시의회 입법정책자문관, 구로구청 감사실장을 지냈다.

    서울교육청 감사관에는 2015년 6월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임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