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PCL-R 검사서 사이코패스 판정공감능력 결여·죄책감 부족 특징…재범 위험"형량엔 직접 영향 없지만 양형 판단에 참고"
  • ▲ 강북구 모텔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연합뉴스
    ▲ 강북구 모텔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연합뉴스
    서울 강북구 일대 모텔에서 남성 3명에게 약물이 든 음료를 먹여 2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상해를 입힌 이른바 '모텔 약물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가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에 해당한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특징을 지닌다.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반사회적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이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기만적인 행동이나 반복적인 거짓말, 충동적인 행동 등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범죄심리학에서는 강력범죄 재범 위험성과 관련된 요인 가운데 하나로 언급되기도 한다. 다만 사이코패스 판정 자체가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형법에는 사이코패스를 별도의 처벌 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이 양형을 결정하는 과정에 범행 경위와 수법, 무엇보다 재범 위험성 등을 고려하는 만큼 사이코패스라는 성격적 특성이 참고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서울 강북경찰서는 김씨에 대한 PCL-R 결과 그가 사이코패스 기준에 해당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모텔 약물살인' 피의자, PCL-R 검사 '사이코패스'

    사이코패스 여부는 캐나다의 범죄심리학자 로버트 헤어(Robert Hare)가 개발한 '사이코패스 체크리스트 개정판'(PCL-R·Psychopathy Checklist-Revised) 검사를 통해 판단한다. PCL-R은 세계 범죄심리학과 법정신의학 분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사이코패스 평가 도구다. 김씨도 이 검사를 통해 사이코패스로 판정을 받았다.

    PCL-R은 총 20개 항목으로 구성되며 각 항목은 0점에서 2점까지 점수가 매겨진다. 평가 항목에는 ▲피상적인 매력 ▲과장된 자존감 ▲자극 추구 성향 ▲병적인 거짓말 ▲기만적 행동 ▲죄책감 결여 ▲공감 능력 부족 ▲감정 표현의 얕음 ▲책임감 결여 ▲충동성 ▲행동 통제 부족 ▲범죄의 다양성 등 성격적·행동적 특성이 포함된다. 각 항목 점수를 합산하면 총점은 40점 만점이 된다. 북미에서는 30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분류하지만 국내에서는 대체로 25점 이상이면 사이코패스로 판단한다.

    국내에서는 경찰과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에서 PCL-R 검사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들이 피의자의 범죄 성향을 분석하거나 연쇄범 가능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한다.
  • ▲ 강북구 모텔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연합뉴스
    ▲ 강북구 모텔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연합뉴스
    ◆타인의 고통에 '無感'…"재범 위험성 높아"

    사이코패스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이 거의 없는 반사회적 인격 특성을 나타낸다. 단순히 냉담하거나 공격적인 성격과는 달리 타인의 고통이나 피해에 대해 감정적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를 정신질환이 아닌 하나의 성격적 특성 또는 반사회적 인격 성향의 유형으로 설명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비교적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이 결여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범행 이후에도 반성이나 후회가 부족한 경우가 많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범죄심리 전문가들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사이코패스가 폭력 범죄나 반복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한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죄책감이 없고 또 통상적인 사람보다 타인에 대한 공격성이 높기 때문에 범죄행위들을 반복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설명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연구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는 재범률이 높고 흉악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며 "양심의 가책이 없고 죄의식도 없으며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해코지하는 것을 훨씬 더 쉽게한다는 특징을 지닌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는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거짓말을 아주 잘하는 사람이다"며 "사이코패스가 강력범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대부분 연쇄 강력 범죄자는 사이코패스긴 하다. 즉 '사이코패스는 연쇄살인범이다'는 성립하지 않지만 '연쇄살인범은 사이코패스다'는 성립된다"고 했다.
  • ▲ 강북구 모텔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뉴시스
    ▲ 강북구 모텔 약물 살인 사건의 피의자 김모씨. ⓒ뉴시스
    ◆사이코패스 판정, 형사처벌 수위 높이진 않지만 양형에는 참고

    사이코패스 판정이 곧바로 형사처벌 수위를 높이는 법적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형법에는 사이코패스를 별도의 범죄 유형이나 처벌 사유로 규정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 사이코패스는 정신질환과는 구별되는 개념이기 때문에 법적 판단에서도 차이가 있다. 형법은 정신질환 등으로 인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경우를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로 보고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이코패스 성향은 이러한 책임 능력 제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사이코패스 판정은 수사 과정에서 범행 동기와 범죄 성향, 재범 위험성을 분석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법원이 양형을 판단하는 과정에서는 범행의 경위와 수법, 범행의 잔혹성, 피해 결과, 피고인의 반성 태도, 재범 위험성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 때문에 사이코패스라는 피고인의 성격적 특성이 법원이 그의 범행의 동기와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사이코패스의 반사회적 성향이 재범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될 경우 양형 판단 과정에서 형이 가중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또 재판에서는 결국은 어떤 그 개선의 점, 그다음에 재범 가능성에 대한 위험성을 평가하기 때문에 재판과정에서 형의 선고 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임 교수도 "범행 동기라든지 범행 수법이라든지 범행을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는지 등 고의성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양형에 참고되는 사안이라서 사이코패스 평가는 좀 더 엄하게 처벌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