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귀국하자마자 '사법개혁 3법' 의결…정부 이송된지 하루만80여 년간 이어온 사법부 체계 흔드는 법안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과정 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 위한 입법이란 시각 여전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싱가포르·필리핀 국빈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사법개혁 3법'을 곧바로 의결했다. 지난달 26~28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겼고 지난 4일 정부에 이송됐으니 하루 만에 의결된 것이다. 

    사법개혁 3법은 ▲헌법재판소법(재판소원) ▲법원조직법(대법관 14명→26명 증원) ▲형법 개정안(법왜곡죄) 등 80여 년간 이어온 사법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이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일부 법조계에서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막판까지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헌법이 정한 절차'라는 명분을 내세워 처리했다.

    다만 이들 법안들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유지되어 온 3심제 원칙과 사법 운영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함에도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처리됐다는 점이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법안들이 순수하게 법이론적 관점에서만 제기되는 것이 아니고 특정 정치인과 특정 정당을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에 이들 법안이 왜 문제가 있는지 다각도로 알아보고자 한다.

    ◆헌법과 충돌한 재판소원법 …"李 대통령 선거법위반 사건 뒤집으려는 속셈"

    우선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는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 청구 대상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더라도 위헌성 여부를 한 번 더 따져볼 수 있게 했다. 구체적으로는 헌재 결정에 반(反)하는 취지로 재판을 했거나 헌법·법률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재판소원을 낼 수 있다.

    재판소원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30일 내에 청구해야 한다.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이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때는 각하할 수 있다는 단서를 붙여 오남용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뒀다고는 하지만 일각에선 '4심제 도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제101조와 충돌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실상 4심제라는 지적과 함께 재판의 장기화와 선의의 소송 당사자들에게 피해가 더 큰 법안이란 지적 또한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8일 '재판소원에 관한 Q&A 참고자료'를 통해 "22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법률안이 국회에서 심사된 적이 없는 등 재판소원제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난해 5월 1일 공직선거법 위반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에 대한 즉각적 반향으로 발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국민은 4심제의 희망 고문과 소송 지옥에 빠지게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속셈은 지난해 5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을 재판소원제를 도입해 뒤집으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도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판소원 제도는) 권력분립 관점에서 볼 때 사법권이 헌법재판소로 단일화될 가능성이 있어 위험하다"며 "우리 사법 시스템상 대법원과 헌재가 서로 균형을 맞춘 현재 상태가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갑자기 민주당이 4심제를 추진하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면서 "이 대통령의 선거법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공격하는 동시에, 나머지 재판들도 시간을 끌어 면소판결을 노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 ▲ 조희대 대법원장.ⓒ뉴데일리DB
    ▲ 조희대 대법원장.ⓒ뉴데일리DB
    ◆"판결 잘못하면 징역 10년"…헌법 '명확성의 원칙' 위배 

    '법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도 원안대로 심의·의결됐다. 판검사가 부당한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해 법을 왜곡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것이 골자다.

    현행 형법상 판사나 검사가 증거·사실관계를 조작하거나 법령을 부당하게 적용하는 등 법 왜곡 행위를 하더라도 이를 직접 처벌할 규정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발의됐다.

    다만 가장 큰 쟁점은 '모호성'이다. 개정안 조문은 "법관,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법령을 의도적으로 잘못 적용해 당사자를 유리 또는 불리하게 만드는 등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이 벤치마킹했다고 한 독일의 법왜곡죄는 실제 강력한 처벌보다는 상징성이 강한 제도로 기능하고 있다. 독일 연방법원은 사법권 독립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단순히 법을 어긴 것이 아니라 법관 등이 '고의'로 '중대하게' 법과 법률에서 이탈하는 경우에만 법왜곡죄 성립을 인정한다고 판시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이 발간하는 사법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6년 동안 법왜곡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법관과 검사는 56명이다. 이 중 자유형의 실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간 사람은 단 3명(약 5%)에 불과했다.

    처벌 수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한국의 법안은 최대 징역 10년인 반면 독일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징역형)'이다. 실제로 유죄 확정자 56명 가운데 대다수가 집행유예(25명)나 벌금형(28명)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게다가 한국과 독일의 근본적인 사법 체계 차이를 간과한 채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제기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은 '기소 법정주의'를 따르지만 한국은 '기소 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며 "기소 편의주의 체제 아래에선 법 왜곡죄가 도입될 경우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이나 기소 결정을 내린 법관과 검사들을 옭아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판결 마음에 안들면 판사 고발…조희대·지귀연 겨냥 입법

    이 때문에 당장 판사들은 법왜곡죄 시비를 피하기 위해 기존 판례에 안주하는 판결만 양산할 우려가 있다. 수사기관 역시 법왜곡죄로 고소·고발 당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적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우리 현실에서도 법왜곡죄가 생기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복 수사에 악용될 우려가 많다.

    실제 민주당은 법왜곡죄 적용 대상으로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무죄를 34일 만에 파기환송한 조희대 대법원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쿠팡CFS 무혐의 사건에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엄희준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등을 거론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정 재판이나 제도 논의와 맞물려 판사·검사를 압박하려는 취지라면 제도 자체의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우리 형법에는 이미 직권남용죄가 있어 처벌 체계가 존재하는데 별도의 범죄를 추가로 도입하는 것은 형사법 체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 대법원.ⓒ뉴데일리DB
    ▲ 대법원.ⓒ뉴데일리DB
    ◆대법관 14→26명 확대에 하급심 부담 우려…학계 "실효성 의문"

    이 대통령은 대법관을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에는 2028년부터 2030년까지 대법관을 매년 4명씩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써 대법관은 현재 14명에서 2030년 2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에 증원되거나 교체되는 대법관을 22명 임명할 수 있게 된다.

    우선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이 하급심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법관이 대폭 증원될 경우 이를 지원할 재판연구관 인력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이 과정에서 하급심 법관 차출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대법관 1명당 평균 8명의 재판연구관이 배치되는 점을 고려하면 12명의 대법관 증원 시 약 100명의 하급심 법관 차출이 필요하다. 이는 지방법원 1개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법관 정원 확대 논의는 정치권 공방을 넘어 사법 제도 운영 전반의 문제와 맞물린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학계에서는 증원 규모와 방식, 제도적 효과를 둘러싼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황도수 교수는 "개정 법안에 대한 우려는 타당한 지적"이라며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지 못한 개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입법 논의가 장기적인 사법 구조 개편 관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하급심 판사 확충 등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교수 역시 "대법관 증원은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어렵다는 게 학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전원합의체 사건의 경우 오히려 처리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관 26명 중 22명 李 대통령 임명…사법부 중립성 훼손

    대법관 증원법은 오래전부터 논의되어 왔던 법이긴 하지만 정권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대법관을 포진시킴으로써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원천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대법원의 사건 적체를 해소하고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판결을 내리기 위해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 대통령 임기 내에 22명이나 임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영수 교수는 "현재도 대법관 후보군을 둘러싼 자질 논란이 반복되는데 인재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급격한 증원은 자질 논란과 재판 신뢰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며 "현직 대통령이 대법관 구성의 대부분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는 위험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