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감 사퇴 기자회견 ‘빈 껍데기, 말장난’ 비난 거세
  • ▲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6·4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할 것임을 밝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연합뉴스
    ▲ 4일 오전 경기도 수원 경기도교육청에서 6·4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로 출마할 것임을 밝히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연합뉴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더불어 행복한 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길로 출발한다.

    교육혁신을 통해 민생을 살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한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의 새 질서를 만드는 길로 나서게 됐다.

    복지와 인권, 평화정신에 기반을 둔
    균형잡힌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질서를 만들겠다.

    비록 험한 갈이지만
    우리 시대가 저에게 요구하는 엄중한 명령이라면 기꺼이 걸어가겠다.

       - 3월 4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교육감직 사퇴 기자회견 중 일부


    교육감직 사퇴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가겠다는 말씀.
    실제로 도지사 출마와 관련한 말씀은 1주일이나 열흘 뒤 할 예정.
    (중략)
    내 역할은 무엇인지 교육감을 계속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 싶지만,

    그걸 포괄하는 질서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역할도 제 역할이라 판단.

       - 김상곤 교육감 사퇴 기자회견, 사실상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한 줄도 없다는 지적에 


    교육감을 사퇴하는 건 맞다.
    그러나 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알쏭달쏭하다.

    “도지사 출마를 위해 교육감직에서 물러난다”,
    이 한 문장이면 될 말을, 참 길게도 이야기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도지사 출마사실이 드러난 상황인데도
    그의 화법은 도무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공허한 낱말의 연속이었다.

    [도지사 출마]라는 말이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간단한 말을 그렇게 길게 돌려서 했을까?

    4일 오전 열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64)의 기자회견은
    그 뜻을 알기 힘든 추상적 표현들의 향연 속에 허무하게 끝이 났다.

    이날 김상곤 교육감은
    교육감직 사퇴와 함께 도지사 출마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출마제의를 받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합당선언이 계기가 돼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기로 마음을 정리했다는 배경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이날 김상곤 교육감의 기자회견은
    그 방식과 내용에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무엇보다 야권단일후보로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겠다는 사람이라고 보기엔
    너무 [의뭉스럽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는 도지사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뜻만 밝히면 될 간단한 일을,
    한참동안이나 말을 돌리고 돌려
    결국 열흘 뒤 기자회견을 다시 열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쯤되면 정치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덕목을 따지기 전에
    “기자회견을 말장난으로 하냐”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김상곤 교육감이 쏟아낸 추상적 표현들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전국 17개 시도 중 한 곳인 경기도의 지사직에 출마하면서
    그가 꺼낸 표현들은 흡사 대선출마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더불어 행복한 공화국]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길이 도대체 무엇인지,

    한국의 정치와 사회, 경제의 새 질서를 만드는 길은 또 무엇을 말하는지,

    복지와 인권, 평화정신에 기반을 둔 균형잡힌 새로운 정치, 경제, 사회 질서는 또 무엇이고, 그것이 교육감 사퇴 기자회견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시대가 그에게 요구하는 엄중한 명령은 무엇인지,
    도대체 누가 그에게 엄중한 명령을 내렸다는 것인지 모호하고 애매하다.

    도지사 선거 출마후보자가
    [아이들이 살아갈 더불어 행복한 공화국]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나,
    [한국]의 정치, 사회, 경제의 새 질서를 만들겠다고 밝힌 부분은 [오버]를 넘어 [코미디]에 가깝다.

    더구나 “시대가 요구한 엄중한 명령”이란 부분에서는 숨겨진 교만과 독선도 엿보인다.
    자기 자신을 영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면 나오기 힘든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의 [의뭉스러움]은 기자회견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도 드러났다.

    김상곤 교육감은 지난주 일요일 안철수 의원을 만난 사실을 공개하면서
    자신이 한 말의 일부를 소개했다.

    양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시대적 가치 구현하고자 저도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하겠다고.

       -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4일 사퇴 기자회견서 안철수 의원과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이 말은 민주당과 안철수신당의 합당에 자신도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신당과 함께 하겠다”고 말하면 그만이다.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낯 뜨거운 [립 서비스]를 하는 것보다
    [신당 합류]의사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훨씬 보기 좋다.

    [유치찬란한 말장난]으로 끝난 이날 기자회견은 또 다른 의미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비판의 대상은 도지사 출마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일주일이나 열흘 쯤 다시 열겠다는 김상곤 교육감측의 입장표명이다.

    이것은 교육감 사퇴와 도지사 출마 결정이 상당히 전격적으로 이뤄졌음을 시사한다.
    도지사 출마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음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다면 경기도지사가 교육감 사퇴 기자회견 뒤 7일에서 10일 정도만 준비하면 바로 출마를 선언해도 될 만큼 우스운 자리인가?

    도민들 사이에 대중적인 인기만 있으면 출마해도 상관이 없는 자리가 경기도지사직인가?

    이렇게 급조된 사람이 과연 경기도지사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속칭 진보교육감]의 맏형으로 불리는 김상곤 교육감의 사퇴 기자회견은 [무의미한 언어의 과잉] 속에 막을 내렸다.

    그의 말대로라면 도지사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은 약 10일 뒤 다시 열릴 전망이다.
    그가 불과 10일 만에 경기도지사로서의 비전과 철학, 로드 맵을 얼마나 만들어 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