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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관의 제왕'
이규혁(36, 서울시청)에겐 습관적으로 따라오는 수식어가 있다. 한국 스케이팅의 맏형, 살아있는 전설 등 세계 대회에서 수상한 이력을 보면 이런 표현도 부족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무관의 제왕' 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6회 연속 동계올림픽에 참가했음에도 아쉽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때 3위와 0.05초 차이로 4위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던 만큼, 이번 소치에서 그가 임하는 각오는 그 누구보다 남다르다.
한국나이로 37세를 맞이한 이규혁, 10일 밤 10시(이하 한국시간)에 11년차 후배인 모태범과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다. 앞날이 창창한 모태범과는 달리, 이규혁에게 있어 이번 소치 올림픽은 그의 '진짜' 마지막 무대이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년 동안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세계를 누비었으니, 동계올림픽의 안방 마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일한 옥에 티는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가 아닌,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는 것이다. 1997년 12월, 캐나다 캘거리 월드컵부터 ISU 월드컵, 세계스프린트 등 온갖 메달을 휩쓸었던 그였지만, 유독 동계올림픽에서는 그 빛을 발하지 못했다.8일 이승훈의 경기에서 보였듯이, 우리나라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국민들, 혹은 누군가의 큰 기대를 짊어져야 했다. 이규혁도 마찬가지다. 20년 동안 막중한 부담감을 안고 뛰었던 그에게, 이번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지 못한다 한 들 그 누가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이번 대회에서 이규혁은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선수 중 하계 올림픽을 포함하여, 6회 연속 올림픽 출전은 이규혁이 유일하다. 이는 전무후무한 위대한 기록이며, 메달 획득을 차치하더라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16세의 선수단 막내에서 이제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한국 빙상의 맏형 이규혁, 이번 대회만큼은 어깨가 조금 가벼웠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이규혁 외에 모태범(25, 대한항공), 김준호(19, 강원체고), 이강석(29, 의정부시청) 이 출전하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는 10일 밤 10시에 1차 레이스, 밤 11시55분에 2차 레이스로 순차적으로 치뤄진다.[사진 = 연합뉴스 / 이규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