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당무위, 친한계 징계-당게 의혹 조사 진행한동훈, '당게조사=윤 어게인' 프레임 꺼내범보수 진영에서도 조소 … 이준석 "찌질하다"찬탄 의기투합 했던 김상욱 "섬처럼 동떨어져"
  •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종현 기자
    친한(친한동훈)계 인사 징계와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 전 대표의 징계를 촉구하는 글들이 주를 이루고, 당 내부에서는 의혹이 최초 불거졌을 당시 부실한 초기 대응이 친한계를 스스로 고립되게 했다고 지적한다.

    한 전 대표로서는 계엄 반대에 앞장서면서 '정치적 명분'을 쥐고 출구를 찾으려 했지만, 이후 당내 세력을 규합하지 못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팬층에만 매몰되면서 '정치적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탈당 등 제2의 출구를 모색하자니 '제2의 유승민'이 될 수밖에 없고, 당내에서도 세력을 확대하기 쉽지 않아 활로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의원은 1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장동혁 대표의 당 운영이 조금 더 중도층을 표방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있지만, 그걸 가지고 한 전 대표와 결합하려 한다거나 옹호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만큼 당원게시판 사건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고, 탄핵 정국 당시에 한 전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이 보여줬던 선민의식에 학을 뗀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했다. 

    '당원게시판 의혹'은 지난해 11월 전산 오류로 작성자 실명이 그대로 검색되면서 발생했다. 한 전 대표와 한 전 대표의 가족 명의로 된 이름이 당원 게시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 윤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글을 다수 올렸다는 의혹이다. 당시 당권을 쥐고 있던 친한계는 이를 당원 여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논란이 커졌지만 당대표였던 한 전 대표는 당무감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동혁 체제가 들어서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핵심 사안으로 분류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호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긴급 공지를 통해 "당원 명부 확인 결과 한 전 대표의 가족 이름과 동일 이름을 사용하는 A 씨, B 씨, C 씨는 같은 서울 강남구병 소속"이라며 "휴대전화 번호 끝 네 자리가 동일하고 D 씨는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된다. 위 4인의 탈당 일자가 (지난해 12월 16~19일로) 거의 동일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 속에 한 전 대표는'윤어게인'(윤석열 전 대통령 어게인) 세력이 탈출구를 마련하기 위해 당원게시판 의혹 조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날 " 궁지에 몰린 ‘윤어게인’ 정치 세력이 일부러 분란을 일으켜서 탈출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퇴행적인 싸움을 해야만 자기들의 정치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세력들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발언은 당 전체적으로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 당내 강경파가 먼저 비판의 날을 세웠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당원게시판 당무감사와 윤어게인이 대체 무슨 관련인지 궁금하다"면서 "한 전 대표가 당원게시판에 여론을 조작하고 김건희 특검을 협박해 계엄을 유발했다는 걸 인정하면서 그러한 비위를 바로잡기 위한 당무감사는 극단적인 윤어게인의 길이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는 당원게시판 조사를 진행하는 당을 응원하는 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게시판에는 "우리가 장동혁이다", "한동훈과 친한계를 징계하라", "내부 스파이짓 하는 사람 뿌리 뽑아달라"는 글이 1000개 이상 올라왔다. 

    개혁신당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그것(여론조작 시도)이 아니라 그냥 소심한 마음에 공개적으론 윤석열 비판 못하고 가족들 아이디를 동원해 욕한 것이라면 그건 그냥 찌질한 것"이라며 "그냥 찌질한 사람이다 정도로 해야지, 그걸 징계한다고 하는 것도 웃긴 것. 그냥 사람이 찌질하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탄핵 찬성을 촉구했던 김상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친한계가 우파 진영에서도 섬처럼 고립돼 있다는 지적이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탄핵 정국에서 탄핵 찬성 1인 시위를 하는 김 의원에게 목도리를 걸어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전날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친한계는) 섬처럼 동떨어져 있는데, 이 섬은 함부로 입국도 안되고 출국도 안되는 섬. 갈라파고스 같은 섬"이라며 "제가 볼 때는 기회가 올 것 같지 않다. 사이즈도 약하고, 전투력도 약하고, 결집력도 약하고, 당원 지지력도 약하다"고 했다. 

    친한계 이외에는 그를 향한 지원 사격이 없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대로 당을 향해 불만만 토로하다 시간을 보낼 경우 국민의힘에서 어떤 정치적 회복도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향후 당권 재탈환도 사실상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을 떠나더라도 캐릭터가 일정 부분 겹치는 이준석 대표와 결합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고립이 계속되면 과거 유승민 전 의원의 모습을 답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제 유 의원은 박근혜 정부 탄생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정치적으로 재기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보수 진영 내부를 향해 지속적으로 날을 세우며 개혁보수를 표방했지만, 결국 자신의 측근들과 함께 정치 세력화에 실패하면서 야인이 됐다. 

    바른정당과 새로운보수당 등 세력화를 꾸준히 시도했지만 세는 점점 줄어들며 주류 정치권에서 잊혀져갔다. 경제 엘리트인 유 전 의원의 타고난 선민의식이 그의 정치적 한계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현재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은 물론 개혁신당에서도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에 "한 전 대표가 현 상황을 인정하고,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서 깔끔하게 사과하고 보수 진영을 위해 의기투합하겠다고 한다면 장동혁 대표도 좋고, 한 전 대표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지금처럼 자신은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고 자기의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잘못됐다고 한다면 어떤 사람이 정치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한 전 대표를 따르겠나. 있는 사람도 떨어져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