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돈이 마귀" 다주택자 악마화 발언 계속민주 "세제 개편 배제하지 않아" 증세 시사조국은 "토지공개념" … 與도 "사회주의"野 "부동산 망국론 … 선민의식에 자가당착"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왼쪽은 정청래 민주당 대표.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범여권이 부동산 이슈를 전면에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를 향한 이 대통령의 연이은 압박 메시지와 여당의 증세 카드에 부동산 시장은 도리어 안정보다는 혼란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반(反)시장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3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 엑스(X)에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겠다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께 묻는다"며 "이들로 인한 높은 주거 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 보이냐"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돈이 마귀라더니 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마저 빼앗긴 것 아닌가"라며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는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SNS에 잇따라 글을 올리며 부동산에 대한 발언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6월 지방선거 전인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는 마지막 기회로 집을 팔라"는 등의 '폭풍 SNS 행보'를 보이고 있다.

    종국적으로는 다주택 보유를 비판하고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비판적인 야권에 "망국적 부동산 투기 옹호"라고 낙인을 찍는 등의 방식으로 집값 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에 대해 거세게 의제를 던지자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호응하고 있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를 당정이 동일하게 갖고 있는 것"이라며 "(세금 수단이) 들어가지 않아도 안정됐으면 좋겠지만 세제 개편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제 카드는 현실적으로 양도세 강화와 더불어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것을 의미, 집을 소유한 중산층에 대한 '세금 때리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권의 계획대로 보유세 강화 조치가 이어지면 당장 7월 재산세부터 시행될 수 있다. 이에 맞추려면 입법 조치를 최대한 앞당겨 재산세 과표를 확정하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아울러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올려 종합부동산세를 높일 수도 있다. 강남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고가 아파트에 대한 세금 폭탄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6월 지방선거가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시점과 맞물리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강한 어조의 글이 쏟아지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섬세한 정책 설계와 운영 대신 '지지층을 겨냥한 부동산 정치'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보유세는 부자를 겨냥하기 때문에 무주택자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이 집값 안정이라는 의지를 갖고 있어도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도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로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꼽힌다. 이재명 정부도 노·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05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며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서울·강남권 집값이 크게 올라 노 전 대통령은 도리어 '강남 불패론'이라는 오명을 썼다.

    2019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건축·재개발 규제 및 보유세 강화 등으로 결국 매물 잠김, 전·월세 폭등과 같은 서민 부담으로 전가돼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켰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두 좌파 정부 때처럼 '내로남불'이란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제22대 국회의원 부동산재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165명 중 25명이 다주택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측은 "공직자가 고가·다주택을 보유한 채로 집값 안정과 투기 억제를 주장하면 진정성과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 다수의 고위공직자들도 고가의 주택 또는 다주택 보유자인 것이 알려졌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공개된 이재명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청와대 참모진 20명이 이 대통령이 언급한 부동산 증세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5월 9일까지 자신의 주택을 매각하지 않으면 시장은 정책을 만든 사람들조차 정책의 효과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종현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종현 기자
    여기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총선 때부터 주장한 토지공개념 입법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토지공개념은 토지를 공적 재화로 보고 개인의 소유와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는 근본적 처방"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대표의 토지공개념은 여권 내에서도 쉽게 합의되기 어려운 의제로 평가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조차 "사회주의 하자는 것이냐"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전날 KBS '사사건건'에 출연해 "대통령이 부동산 투기 개혁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치는데 저런 주장이 같이 섞이면 대통령의 개혁 의지가 사회주의식 추진이라는 식으로 희석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을 통해 집권여당에 들어오겠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과격한 주장을 자꾸 우기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채현일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토지공개념 등 핵심 의제가 통합 정당의 당론이 되면 중도층 이탈과 지방선거 전략의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답해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 대표는 "국민의힘도 아닌 민주당에서 색깔론 공세를 전개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반응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 대통령과 범여권이 꾸준히 들고 나온 증세와 규제 강화 기조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부동산 망국론"이라며 "전형적인 선민의식에 빠진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이 보유한 분당 아파트가 1년 새 무려 6억 원이 올랐다"며 "인천 국회의원이 되면서 2022년부터 판다더니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논리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장 팔아야 하지 않겠나"라며 "대통령부터 똘똘한 한 채를 쥐고 버티는 것처럼 보이니 무슨 정책을 내도 약발이 먹힐 리 없다"고 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 때부터 민주당은 유주택자를 획일적으로 '투기꾼'으로 분류해 왔고 각종 세금과 규제로 징벌적 압박을 해온 것도 사실"이라며 "그 결과 문재인 정부는 민심의 심판을 받았고 이재명 정권도 같은 수순을 답습하며 동일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발 정신 좀 차리라"며 "문 정부에서 시작된 기이한 도덕적 잣대, 자신들은 그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선민의식, 이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