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변인 브리핑서 공개돼…민주당 '은폐의혹'한달 전 술자리서 강제로 껴안는 등 '성추행'으로 징계
  • 민주통합당의 고위당직자가 <미디어오늘>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사실이 한 달 뒤에야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이종걸 최고위원이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을 향해 ‘그년’이라고 지칭, 사과한지 불과 수일만의 일이다. 

    특히 이 사건이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에 의해 공론화되면서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의 은폐의혹까지 일고 있다.


    ◆ “뒤에서 껴안으며 女기자 성추행”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10일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민주당이 당직자의 성추행 사실을 감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김현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자청, 당 소속 국회 전문위원 A씨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시인하면서 "지난달 31일 당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해임하는 등 당으로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 민주당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당 전문위원인 A씨는 지난달 5일 <미디어오늘> 여기자 B씨를 포함해 4명이 참석한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저녁 식사를 끝낸 후 인근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양주와 맥주를 마셨다. 이 자리에는 <미디어오늘>의 남자 기자 C씨도 합석했다.

    이 때 A씨가 여기자 B씨를 뒤에서 껴안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또 귀가하는 여기자 B씨의 택시에 동승해 “내가 B기자에게 80%는 넘어왔는데..”라는 등 성추행 발언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은 사건 다음 날 진상조사를 시작해 그 결과와 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상담확인서를 지난달 24일 민주당 감사국에 제출하고 A씨 처벌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를 해임 처분했다. 해당 언론사는 C씨도 성추행을 했다며 정직 처분을 내렸다.

    <미디어오늘> 측은 1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 은폐의혹에 대해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이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있을 수 없는 명백한 범죄인 것은 명확하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언론보도에 유념해 달라.”

    하지만 전국언론노조의 기관지인 <미디어오늘>은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계의 성추행 사건 등이 일었을 때 2차 피해에 대해 일체의 고려없이 보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이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민주당에 재심을 신청했다.

    “여기자를 추행했다면 당시 동석했던 사람들이 가만히 있었겠느냐. 당에서 제대로 진상조사도 하지 않은 채 해임 처분을 내린 만큼 해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낼 것이다.”

     

    ◆ 새누리 “민주당 함구령 내렸다?” 은폐의혹 제기

    새누리당은 여기자가 성추행을 당한 뒤 회사측과 민주당에 즉각 알렸지만, 한 달 가까이 알려지지 않은 데는 ‘함구령’에 따른 것이라며 은폐의혹을 제기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이제라도 민주당은 여성비하적 문화와 성추행 문화를 없애고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과거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의 여성 비하 발언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민주당은 신 대변인의 이러한 은폐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현 대변인은 “피해 당사자가 문제가 된 전문위원에 대해 징계를 요구해 그대로 한 것이지 이런 사실을 비호하거나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박용진 대변인은 논란이 확대되자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차 가해 금지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사건‧신상)공개를 원치 않는 피해자 입장을 대변해 피해자가 요구하는 처벌을 절차대로 했다. 우리 사회가 합의한 방식이란 관점에서 사건처리를 대단히 잘한 것이라고 평가 받아야 한다.”

  • ▲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차 가해 금지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박용진 대변인은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차 가해 금지와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연합뉴스

    이러한 민주당의 반박에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역공을 취하는 것은 또 다른 2차 피해를 조장하는 것이다. 면피를 하려 2차 피해를 과장하면서 더 야비하게 이용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피해자 중심으로 일을 처리했다면 피해자가 여성민우회까지 갔을까. 잘 처리가 안돼 피해자가 성폭력 상담하는 기관까지 갔고, 그 기관에서 민주당에 연락한 것 같다.”

    그러면서 최근 이종걸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 등을 겪으며 민주당이 대처한 방식도 문제 삼았다. 상대당 여성 의원에게 '그년'이라는 욕설을 내뱉었음에도 모두 침묵으로 일관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당시 가만히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나선 것은 이런 억압하는 문화가 더 심각
    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대변인으로서 책임은 지겠지만 민주당이 이러면 피해 여성은 더 곤란해진다.”

     

    ◆ 여기자협회 “내부징계로 끝날 일 아니다”

    한국여기자협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을 내부 징계하는 선에서 사건을 끝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여기자 수 급증에도 국회 정치권의 저급한 인식 수준이 드러난 사건이라고 크게 비판했다.

    “이번 사건은 여기자 수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국회·정치권의 저급한 여성 인식 수준과 무관치 않다.

    민주통합당과 해당 언론사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응분의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치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