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정진후 비례4번 배치 논란 자초..여교사 “진보 정당 대표가 그런 말할 수 있나”
  •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한 사람은 국회의원이 되고 통합진보당은 그를 옹호하고…”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를 향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성토했다.

    유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당시 사건의 은폐의혹을 받고 있는 정진후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을 옹호한 것에 대한 분노의 표현이다. 통합진보당은 정 전 위원장을 개방형 비례대표 당선권인 4번에 배치했다.

    유 공동대표는 방송에서 한 시민논객이 정 전 위원장의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부당성을 지적하자 “정 전 위원장이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근거는 있느냐”며 “성폭력 무마 의혹이 있던 전교조 위원장은 제명되고, 그 다음에 선임된 사람이 정 전 위원장”이라고 정 전 위원장을 두둔했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이란?

    지난 2008년 12월 6일 당시 수배 중이던 이용식 민주노총 위원장을 피신시키는 과정에서 이 위원장을 수행하던 김 모씨가 전교조(민주노총 산하) 조합원인 여교사 A씨의 집에 들어가 성폭행하려한 사건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이 위원장은 이를 은폐·무마하기 위해 A씨를 협박했고 이 문제가 불거져 1차 징계위에서 ‘제명’을 당했다. 하지만 이후 정진후 위원장이 임명됐고 민주노총은 2차 징계위를 통해 이 위원장의 징계 수위를 ‘경고’로 낮춰 논란이 됐다.이 과정에서 정 위원장이 사건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1차 가해자인 김씨는 징역 3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당시 성폭력 사건을 살펴보면 유 공동대표는 정 전 위원장에 대해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직접적인 가해자인 김 씨는 처벌을 받았고, 당시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총 사퇴했기 때문에 이후 취임한 정 전 위원장은 ‘죄가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유 공동대표는 “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 이후 전교조 징계재심위원회에서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결정을 했다. 피해자 쪽 의견을 듣고 정 전 위원장도 동의를 한 뒤,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번복안을 올렸는데 결국 표결을 뒤집는데 실패하고 그 점을 반성했다”며 “이런 분을 성폭력 사건을 무마하려는 사람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는 질문하는 분이 엄밀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 ▲ 논란이 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MBC100분 토론 출연 장면 ⓒ 캡쳐화면
    ▲ 논란이 된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MBC100분 토론 출연 장면 ⓒ 캡쳐화면

    이에 대해 피해자 A씨는 통합진보당 게시판에 쓴 ‘통합진보당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피해자의 편지-제발 저의 피눈물 나는 바람을 들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로 울분을 토했다.

    “어제(14일) MBC 100분 토론에서 유 대표가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하는 것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다. 너무 분하고 억울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글을 쓴다”고 밝힌 그는 “이정희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정 전 위원장을 옹호하는 행위를 하고 있고, 유 대표는 시민논객의 질문에 정 전 위원장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어떤 근거로 그런 허위 사실을 명확한 사실이라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공영 방송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유 대표를 찾아가 항의하고 싶었다”고 분노했다.

    “‘왜 정 후보 말만 믿고 나를 죽이려 하느냐’고 소리치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또 “(유 공동대표가)그렇게 사실이라고 확신에 찬 발언을 하려 했다면 최소한 피해자인 내 말을 직접 들어보거나 피해자를 대변하는 대리인이나 지지모임과의 충분한 만남을 하고 나서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피해자인 나를 대변하는 지지모임의 의견은 문서로 대충 보고, 제대로 만나지도 않고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 있단 말이냐.”

  • ▲ 2008년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가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 ⓒ 캡쳐화면
    ▲ 2008년 민주노총 성폭력 피해자가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올린 게시물 ⓒ 캡쳐화면

    A씨는 “소위 진보를 대표하고 이 사회의 서민과 약자 소수자와 함께 한다는 정당의 대표가 어떻게 그런 언행을 할 수 있느냐. 피가 거꾸로 솟아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온몸이 덜덜 떨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나는 통진당이 정 전 위원장을 전략 비례대표로 공천한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동안 지지모임을 통해 정 전 위원장이 통진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이 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누차 밝혔으나 통진당의 대답은 또 다시 나를 죽이는 답변이었다”고 했다.

    그는 “유시민, 이정희, 심상정 3명의 공동대표는 피해자를 지지하는 모임이 보낸 문서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면담을 하고자 찾아간 지지모임 분들을 단 10분도 안 되는 시간 내에 건성으로 만났다”고 주장했다.

    “지지모임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자 하는 노력도 없이 오직 정 전 위원장과 그 측근들의 말만 듣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꼬집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정 전 위원장에 대해서도 “처음 보았을 때 그 사람의 겉모습을 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믿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정 전 위원장의 이중적인 모습과 권모술수에 능한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 가졌던 믿음이 산산이 깨졌다. 저를 감언이설로 속이고, 안심시키고 무엇인가를 해줄 것 같이 하고서는 나를 더욱 힘들게 하는 행태를 계속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글에 대해 논란이 거세지자 정 전 위원장도 통진당 홈페이지를 통해 “사건과 관련해 만족할 만한 처리결과를 드리지 못한 당시 전교조 위원장의 입장에서 피해자 선생님께 죄송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 금할길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정 전 위원장은 “저는 피해자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을 수 있으나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의도적으로 피해자의 상처를 외면하고 아픔을 가중시켰다는 문제제기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도 “사실관계가 왜곡되고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도 유감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