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직 이사장 이어 '보은 인사' 논란 확산전문가들 "전문성 무시한 화이트리스트, 공연 생태계 훼손 우려"
  •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신임 대표이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체부
    ▲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신임 대표이사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문체부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며 친명(親明·친이재명) 유튜버로 활동해 온 개그맨 서승만(62) 씨가 국립정동극장 신임 대표이사에 임명됐다.

    지난 2월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배우 장동직 씨가 같은 극장 이사장으로 선임된 데 이어 서 씨까지 수장 자리를 맡게 되자, 문화예술계 안팎에서 '보은 인사'와 '전문성 결여'를 지적하는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장관은 10일 자로 서승만 씨를 국립정동극장 대표이사에 임명하고 임명장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서 대표의 임기는 3년이다.

    1989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서 씨는 오랜 기간 방송인으로 활동했으며, 국민대학교에서 행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극단 상상나눔 대표와 행정안전부 홍보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과거 어린이·가족 뮤지컬 제작 경력이 일부 있지만 국립 공연기관을 이끌 전문 경영인으로서의 역량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신임 대표이사가 그동안 축적해 온 현장 경험과 홍보 역량을 바탕으로 정동길에 있는 국립정동극장의 관광 자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우수한 공연을 국내 관객을 넘어 세계에 널리 알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으나 공연계의 시각은 냉담하다.

    국립정동극장은 한국 최초 근대식 극장인 '원각사' 복원을 이념으로 설립된 전통공연 예술의 핵심 기관이다. 그동안 홍사종, 최태지, 손상원, 김희철, 정성숙 등 공연 프로듀싱과 예술 행정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 이끌어왔다. 현재 정동극장은 전통공연뿐만 아니라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공연 생태계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반면 서 대표는 과거 어린이 뮤지컬 제작 경력은 있으나, 정동극장이 지닌 상징성과 역사성을 감안할 때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입당했고, 4·10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전력이 있어 정치적 '코드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유튜브를 통해 이 대통령을 적극 지지해 온 그는 2021년 9월에는 "대장동 개발은 해외에서도 칭찬했다. (대장동) 씹는 애들. 대선 끝나고 배 아파서 대장암이나 걸렸으면 좋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논란이 돼 사과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동극장 대표 임명을 두고 현장 예술가와 평론가들은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강헌(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임진택(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원장), 장동직(국립정동극장 이사장) 등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이 줄줄이 요직을 차지하는 흐름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최승연 뮤지컬 평론가는 "이번 인사는 문화와 예술경영엔 전문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 것이다. 과거의 블랙리스트가 화이트리스트로 바뀐 것뿐이며, 이는 현장 전문가들을 우습게 보는 처사"라고 말했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문화예술기관의 책임자는 장르에 대한 이해와 예술행정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번 인사는 그같은 기준을 충족시킨다고 보기 어렵다. 과연 어떤 기준이 있는지, 어떤 원칙이 있는지 반문하고 싶은 인사"라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청한 연극 평론가 A씨는 "그동안 국립정동극장이 연극생태계에 기여해 온 역할을 축소시킬 우려가 있다. 세실극장까지 인수해 국립정동극장은 예술가·작품의 발굴 및 제작, 유통의 역할까지 국공립극장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해 왔다. 왜 공연예술 극장 전문가를 인사하지 않는가. 국공립극장의 방향성을 의심케 하는 이러한 인사로 자칫 연극계 전반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과거 국립정동극장에 몸을 담았던 한 관계자는 "문화예술기관 운영의 전문성을 이렇게 무너뜨릴수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도 했다. 정치적 충성도가 전문성을 압도하는 인사가 반복되면서 문화예술계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침해받고 있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