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명 중 7명은 사교육, 1인당 '순 사교육비' 월 33만원초등은 조사 후 첫 감소, 학생 수 감소 영향 커 방과후학교, EBS 활용...사교육 경감 효과 입증
  • ▲ 심야의 입시학원. 학원생들이 타고 갈 승합차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심야의 입시학원. 학원생들이 타고 갈 승합차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고생 영어, 수학 사교육은 늘고, 초등 사교육은 줄고

    정부가 중고생 사교육을 잡는데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과후학교 활성화, 'EBSe'를 활용한 영어 사교육 흡수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놨지만 실효는 거두지 못했다.

    초등 사교육이 조사가 시작된 20007년 이후 첫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그마마 의안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저출산 영향으로 전체 초등생 수가 감소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사교육 경감대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정부의 사교육 대책이 현장의 수요를 반영치 못한채 ‘겉돌고’있다는 비난을 피한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와 통계청은 ‘201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결과 지난 한 해 전국 초중고 학생 698만7천명이 지출한 사교육비는 모두 20조1천억원이다.

    5년 연속 20조원을 넘어섰다. 20조 9천억원을 기록한 2010년에 비하면 8천억원 줄었지만  전년보다 학생수가 3.4%가량 줄어든 영향이 컸다. 초등학생은 전년 대비 5.1% 줄었다.

    전체 초중고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71.7%로 전년 대비 1.9%p 떨어졌으나 여전히 10명 중 7명이 넘는 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초중고 평균 24만원으로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하지만 사교육을 받지 않은 학생 수를 제외한 학생 1인당 ‘순 사교육비’는 월 평균 33만4천700원을 기록, 3십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학교급별로는 초등 9조461억원, 중학교 6조6억원, 일반계 고교 5조799억원, 특성화고 3천158억원 등으로 학년이 낮을수록 사교육 의존도가 높았다.

    초등생 월 평균 사교육비는 24만1천원, 중학생 26만2천원, 일반계 고등학생 25만9천원 등으로 중학생의 사교육비 지출액이 가장 많았다.

    초등 사교육비는 지난 5년 이래 첫 감소세를 보였다. 2007년 22만7천원을 시작으로 매년 조금씩 오르던 초등 사교육비는 지난해 24만1천원을 기록, 2010년에 비해 4천원 줄었다.

    정부는 같은 기간 방과후학교 참여율이 전년 대비 5.4%p 늘어나는 등 방과후학교 활성화가 사교육비 감소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초등학생수가 5.1% 줄어든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중고생의 사교육 실태는 더 심각하다. 특히 전체 사교육 시장의 3분의2 이상을 차지하는 영어와 수학은 오히려 늘었다.

    중학교 사교육비는 전년도 25만5천원에서 26만2천원으로 2.7% 늘었고 고등학교는 전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영어와 수학 사교육비는 각각 4.8%와 1.2% 늘었다. 중학생 영어, 수학 사교육비도 4.4%, 7.8%가 증가했다.

    중고생 영수 사교육 심화현상은 1인당 과목별 사교육비 실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생 1인당 과목별 월평균 사교육비는 영어가 8만1천원으로 가장 많았다. 수학 7만원, 국어 1만9천원, 사회·과학 1만3천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예체능과 취미·교양 등 기타 분야도 4만6천원의 높은 사교육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초등생의 영어 사교육 열풍도 그대로 나타났다. 초등생 월평균 영어 사교육비는 8만2천원으로 과목별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중고생 영어 사교육비는 10만8천원을 기록했고 수학은 9만7천원이었다.

    유형별 사교육비 평균은 학원수강 12만2천원, 개인과외 3만3천원, 그룹과외 2만2천원, 방문학습지 1만3천원, 인터넷·통신교육 3천원 등의 순이었다.

    시도별 월평균 사교육비는 서울시가 32만8천원으로 가장 높았고 전북은 15만5천원으로 가장 적었다.

    정부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방과학학교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여전히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는 수학, 영어 사교육을 잡기 위해 EBS와 연계한 맞춤형 대책을 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교과부는 방과후학교 참여 학생의 사교육비가 연 평균 47만원 적다고 분석했다. 초등학생은 47만원, 중학생은 63만원이 적어 방과후학교가 사교육 경감에 적지 않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EBS의 사교육 경감효과도 나타났다. EBS를 활용하는 중학생은 연 평균 19만원, 일반고 학생은 9만원의 사교육비를 덜 지출했다.

    교과부는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의 선순환 체제 골격을 유지하면서 수요자중심 방과후학교 운영과 수학 영어 등 취약과목 EBS 프로그램 강화에 초점을 맞출 방침이다.

    우선 학기 초 사교육 수요 흡수를 위해 방과후학교 개강시기를 3월초로 앞당긴다. 수학 자기주도학습 지원사이트인 'EBSm(가칭)'를 빠른시일내 구축, 사교육 수요를 줄여 나갈 계획이다. 영어 역시 ‘EBSe’를 전문학습채널로 특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한편 올해 처음 실시되는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와 주5일 수업제가 사교육을 유발시킬 것이라는 지적을 반영, 이에 대한 대책도 세웠다.

    이를 위해 3월부터 매주 3회 ‘EBSe’를 통해 NEAT 대비 연중 강의프로그램을 방송하고 9월에는 관련 교재를 출판한다.

    초중고생의 방과후학교 참여를 늘리기 위해 학생부에 수강내용을 기재, 입시 전형에 활용토록 하겠다는 방안도 나왔다.

    이밖에 주5일 수업에 따른 사교육 유발을 잠재우기 위해 토요동아리 예술강사 686명을 신규 배치하고 토요스포츠 강사를 4천명으로 늘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