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 중동 정세 악화에 '불가항력' 선언
  • ▲ 쿠웨이트의 석유정제시설. ⓒ연합뉴스.
    ▲ 쿠웨이트의 석유정제시설. ⓒ연합뉴스.
    중동 무력 충돌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쿠웨이트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을 이유로 석유 생산 감축에 들어가며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공급 차질을 이유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원유 생산과 정제 처리량을 감축하기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KPC는 "이란의 지속적인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을 고려해 예방적 조치로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가항력 조항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계약상 의무 이행을 면제하거나 연기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현재 아라비아만 일대에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여파로 유조선 운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KPC는 이번 조치가 위기관리와 사업 지속 전략의 일환이라며 "상황이 안정되면 생산 수준을 복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쿠웨이트의 핵심 정유시설도 이미 공격을 받은 상태다. 지난 3일 알아마디 정유단지가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석유제품 생산량이 감소했다. 쿠웨이트의 산유량은 올해 1월 기준 하루 약 260만 배럴, 정유 능력은 하루 약 80만 배럴 규모다.

    지리적 여건도 공급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는 육상 송유관을 통해 일부 원유를 수출할 수 있지만, 걸프 해역 안쪽에 위치한 쿠웨이트는 사실상 모든 원유와 석유제품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출해야 한다.

    걸프 지역 전반에서도 에너지 시설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주에서는 미국 HKN에너지가 운영하는 사르상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하루 약 3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이 중단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위치한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세계 2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인 카타르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란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해 공급을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카타르의 LNG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 최소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유조선이 걸프 해역에 진입하지 못하면서 산유국들의 원유 저장시설도 빠르게 포화 상태에 접근하고 있다. 저장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산유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한 번 생산을 중단한 유전은 재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해소되더라도 글로벌 원유 공급 부족이 일정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