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 9월 8일~12월 27일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개최김아라·김광보·김우옥·이성열·한태숙 등 한국 연극 이끈 연출가 총출동
  • ▲ 한지연 예술사업본부장,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참여 연출가 5인(왼쪽 세 번째부터 김아라·김광보·김우옥·이성열·한태숙)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울문화재단
    ▲ 한지연 예술사업본부장,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참여 연출가 5인(왼쪽 세 번째부터 김아라·김광보·김우옥·이성열·한태숙)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서울문화재단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가는 시대, 가장 인간적인 예술인 '연극의 본질'을 찾기 위해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온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문화재단은 오는 9월 8일~12월 27일 종로구 대학로극장 쿼드(QUAD)에서 김아라·김광보·김우옥·이성열·한태숙 등 연출가 5인의 무대를 집약한 2026 하반기 시즌 프로젝트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를 개최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이후 관객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로 연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기획됐다. '서울어텀페스타'과 '대-락(樂)로 캠페인'과 연계해 대학로 골목상권 활성화와 문화지구로서의 브랜드 가치 제고도 함께 도모한다. 

    송형종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 2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술의 홍수 속에서 인간성과 연극성의 본질을 다시 묻는 귀중한 여정"이라며 "수많은 메타포에 대한 질문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끊임없이 달라진 게 연극이다. 서울시민들이 연극을 사유하고 깊이를 연구하는 매력을 느끼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는 한국 연극의 미학적 진화를 이끌어온 연출가 5인이 참여해 고전과 현대의 텍스트를 현재의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이들은 저마다의 독창적인 무대 언어로 오늘날 현대사회에 날카로운 화두를 던질 예정이다.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복합장르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김아라 연출의 '더 사운드 오브 맥베스(The sound of Macbeth)'가 9월 8~13일 포문을 연다. 맥베스(원본 5막 5장)의 유명한 독백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파멸로 향하는 인간의 극단적 심리와 허무함을 음악과 소리, 빛의 충돌로 표현한다. 가변형 블랙박스 극장의 특성을 100% 활용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다.

    김 연출가는 "원작의 대사를 읽을 때마다 인간의 본능과 심리가 결국 끊임없는 전쟁·희생·정복·학살의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 전체가 텅텅 빈 공간으로 변할 것이며, 관객은 서 있거나 앉거나 누울 수 있다. 아주 자유로운 공간 속에서 글자로만 접하던 비극을 직접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기자간담회의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서울문화재단
    ▲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쿼드, 연극의 질문들 ; 진화하는 텍스트' 기자간담회의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서울문화재단
    다음으로 김광보 전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대표작 '옥상 밭 고추는 왜'가 9월 18일~10월 4일 공연된다. 낡은 빌라 옥상에서 벌어진 사소한 고추 도난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의 도덕적 민낯과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정의를 부르짖는 개인의 독선이 어떻게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이어 '혁명의 춤'이 10월 28일~11월 8일 관객과 만난다. 올해 구순을 넘긴 구조주의 연극의 대가 김우옥 연출(92세)이 1981년 국내 초연했던 마이클 커비 원작의 실험극이다. 서사 중심의 틀을 깨고 단 12마디의 대사, 8개의 독립된 장면,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과 빛을 활용해 '혁명'이라는 주제를 연희적 즐거움으로 풀어낸다.

    김 연출가는 "1976년 뉴욕 초연 당시 제가 배우로 출연했던 작품이다. 국내 초연 때는 서사도, 인물도 없다 보니 냉랭한 대우를 받았는데 2023년 재연에서는 젊은 관객들이 좋아해 주셨다"며 "50년 전 살아있었던 연극이 지금도 살아있는가를 관객들과 함께 다시 실험해보고자 한다. 모두가 서사 있는 연극을 할 때, 서사 없는 연극도 강한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한 번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성열 연출의 '화염'은 11월 14일~12월 6일 공연된다. 와즈디 무아와드의 희곡이자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작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팔레스타인 현대사를 배경으로 어머니의 유언을 따라 뿌리를 찾아가는 쌍둥이 남매의 여정을 그린다. 오이디푸스 신화를 변형한 장엄한 서사 속에서 전쟁의 증오와 학살을 끊어내는 인간의 존엄과 용서의 가능성을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서안화차'가 12월 16~27일 쿼드를 채운다. 2003년 초연 당시 동아연극상 등 9개 부문을 휩쓴 한태숙 연출의 마스터피스다. '서안화차'는 진시황의 무덤이 있는 중국 시안으로 가는 기차를 뜻한다. 진시황릉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 상곤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집착과 소유욕, 근원적인 불안과 구원을 탐구할 예정이다. 특유의 상징적인 오브제 활용과 밀도 높은 공간 구성을 통해 비극적 미학을 선사한다.

    한 연출가는 "한 인간이 결코 소유할 수 없는 타인을 갖고 싶어 할 때 느끼는 절망감, 갈망, 그 외의 모든 감정들이 뒤엉킨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으로 만든 작품이다. 현대인들이 같은 성별에서 가지는 편안함과 동료 의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