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업계가 정부의 약가인하 개편안을 앞두고 '생존'을 부르짖고 있다. 약가인하는 업계가 짊어진 트라우마다. 때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이유로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오리지널(신약) 대비 최대 53.55%로 '일괄 인하'했다. 

    이번에는 상한선을 40%대까지 낮추는 방안이다. 역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이유다. 바꿔 말하면 2012년 일괄 약가인하로 제네릭 가격을 오리지널의 반토막으로 쳐냈는데도 건강보험 재정엔 별 도움이 안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약가인하정책이 제약기업의 성과와 행태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때 단기 재정 지출은 감소했지만 소비자 부담은 13.8% 증가했다. 위기에 몰린 제약사들이 비급여 의약품 생산을 늘리고, 자체 제품 비중을 줄이는 대신 수입약을 판매하는 전략으로 재편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의 명분을 제네릭의 난립에서 찾는다. 대형 오리지널 한 품목의 특허만료 시 많게는 100여개의 제네릭이 쏟아진다. 그런데도 약값은 OECD 평균보다 2.17배나 비싸다는게 정부의 논리다.

    제네릭의 난립을 방치한건 오히려 정부다. 제네릭 개발 시 오리지널과 같은 성분·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에 위수탁이나 공동 생동을 무분별하게 허용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이 제도는 규제가 적용됐다. 

    하지만 그 사이 내수시장에서 제네릭만으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생성됐다. 이는 제네릭을 소위 찍어내기만 하는 영세업체를 증가시킨 원인이기도 하다. 

    위태로운 생태계에서도 제약업계는 제네릭 위주의 내수시장을 탈피해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나섰다. 분기점이었던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이후 국내 제약사는 물론 바이오텍도 글로벌 빅파마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특히 제약업계가 글로벌 수준에 오를 수 있는 동력이 됐던 건 이익의 10~20%를 R&D에 투자한 선순환 구조의 정착이었다. 그 이익의 대부분은 급여의약품이고 제네릭이다. 

    업계는 이번 약가인하로 연간 매출이 최대 3조 6000억원 감소하고 산업 전체 종사자의 10% 이상인 1만 4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측한다. 결과적으로 이는 신약개발을 위한 R&D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업계는 충격을 줄이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현재 53.55%에서 약 10% 낮춘 48.2%를 제시했다. 정부는 43% 수준으로 확정할 것이 유력한 분위기다. 내일(26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의결한다. 제약업계에 다시 운명의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