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연이은 'SNS 부동산 정치'로 시장이 혼란스럽다. 다주택자에 이어 임대사업자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온 이 대통령은 이번 설 연휴 기간에만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무려 5건의 부동산 관련 글을 올리며 자신을 비판하는 국민의힘과 장동혁 대표를 직격했다.

    비판과 반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대통령의 SNS 정치도 정책대결이 아닌 감정싸움 양상으로 변질돼 가는 양상이다.

    즉흥적이고 다소 과격한 SNS로 인해 정책 신뢰도가 저하되고 부동산시장 혼란이 되려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 여론도 상당하다.

    대통령이 다급해보일 만큼 부동산 관련 SNS 글을 쏟아내는 이유는 정부와 여당에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전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의 보유매물을 확실하게 끌어내 매매가를 떨어뜨리고 시장을 안정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최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관련 보완책'을 통해 무주택자에 한해 갭투자를 허용한 '고육지책( 苦肉之策)'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급히 먹는 떡은 체한다고 했다. 이전 진보정권이 그랬든 급조된 규제는 그만큼 허점과 맹점이 수두룩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부동산 정치 또한 그렇다.

    그 중 하나가 '선의의 역설'이다.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풀리도록 유도해 신혼·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내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정책적 선의가 되려 그들의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주택자는 시장에서 일종의 주택 공급자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다주택자들은 보유중인 전세 매물을 매매로 돌릴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심화돼 전세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세값을 올리거나 기존 전세 매물을 월세로 돌려 세금 인상분을 보전하는 '조세 전가'도 다주택자 규제의 주요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미 서울의 전세 품귀 현상은 유례 없이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9264가구로 전년동기 2만9298가구대비 34.3% 급감했다. 불과 1년만에 1만가구 넘는 매물이 증발해버린 셈이다.

    조세 형평성 문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서울보다 집값이 저렴한 지방 다주택자나 저가 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이 강남권 고가 주택 보유자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표한 '종합부동산세의 경제적 효과 및 향후 정책 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시세 기준 저가 주택 보유자의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률이 고가 주택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저가주택 구간에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시세가 5억원인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 시세 80% 수준인 4억원으로 책정된다. 반면 시세 6억원인 단독주택은 반영률이 50%에 그쳐 공시가격이 3억원으로 낮게 잡힐 가능성이 있다. 즉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이 공시가격 기준으로는 되려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세 형평성 문제는 2021~2022년 지방 다주택자들이 강남 1주택 소유자들보다 더 많은 보유세 부담을 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이는 다주택자 규제가 주택수를 기준으로 설계되면서 지방 중저가 아파트 여러 채보다 서울 도심 고가 아파트 한 채가 세 부담 면에서 유리한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비롯됐다.

    2022년 초 국토부는 1세대 1주택자에 한해서만 전년 수준 보유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지방에 저가주택을 여러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은 보유세 증가율이 최대 50%를 넘기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서울 고가주택 1주택자 보유세 증가율이 전년대비 0~3% 수준인 것과 상반된 흐름이었다.

    구체적으로 당시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A아파트(공시가격 23억7400만원)를 한채 소유한 경우 보유세는 1141만원으로 전년 1108만원대비 3% 오르는데 그쳤다. 반면 대전에 B아파트와 C아파트(공시가격 합산 12억9600만원) 등 2채를 소유한 경우 보유세는 2103만원으로 전년 1358만원대비 54.9%나 급증했다.

    공시가격 자체는 강남 1주택이 지방 2주택보다 훨씬 높지만 정작 보유세는 지방 2주택자가 더 많이 내는 역설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같은 문제는 2023년 보유세 부과 기준이 주택 수에서 가액으로 변경되며 일부 개선됐지만 여전히 지방 다주택자들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왜곡된 조세제도는 지방 부동산시장 침체라는 또다른 역효과를 낳고 있다. 오는 5월 9일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수익성과 환금성이 떨어지는 지방 주택을 우선 급매로 내놓으면서 서울과 지방간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실현 가능성 낮은 재탕, 삼탕 공급대책도 또다른 맹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1·29주택공급신속화방안'을 통해 수도권 6만가구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작부터 서울시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교통망 및 생활인프라 확충에 대한 정교한 설계와 협의 과정 없이 무리하게 공급안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업계에선 대통령과 여당이 쉴새 없이 부동산 발언들을 쏟아내며 일종의 '조급증'을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공급대책이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도세 중과 부활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정부의 다음 압박 카드로는 보유세 인상이 거론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가 종료되는 오는 5월 9일 이후엔 직접적인 거래 압박요인이 사라져 매물이 다시 잠길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하지만 고강도 규제는 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 뿐이다. 실제 이 대통령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발언후 서울 곳곳에서 급매물이 풀리고는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이미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3중 규제와 대출 제한으로 묶여있는 상황에서 추가 규제만 남발할 경우 시장 왜곡과 양극화, 전·월세 시장 불안이라는 역효과만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임대사업자 규제와 강남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만 매몰돼 숲이 아닌 나무만 보는 과오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