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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 'K-스타트업이 미래를 만든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내 부동산 발언으로 시장이 시끄럽다. 지난달 23일 양도세 중과 유예는 더이상 없다며 포문을 연 대통령은 지난 주말에도 "정부 정책에 맞서 손해보지 말라",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가 불가능할 것 같나"라며 다주택자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말폭탄도 쏟아졌다. 자신의 SNS 메시지를 비판한 국민의힘엔 "유치원생처럼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다", 언론엔 "정부에 대한 '억까(억지로 비난하는 것)'는 자제해달라"고 직격했다.
SNS 정치의 의도는 명확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오는 5월9일 양도세 중과 부활 전까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압박해 집값을 안정시키고 나아가 지방선거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또다른 목적은 지지층 결집이다. 시장에선 양도세 유예 종료와 추후 내놓을 보유세 강화 등 대대적인 세재 개편 조치를 앞두고 지지층 여론몰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주택자 악마화'를 통해 부동산 세제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연이은 SNS 발언이면에 매 진보정권 때마다 도졌던 '부동산 조급증'이 엿보인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것이 이재명 정부 출범후 벌써 네번째 부동산대책이 나왔지만 서울 집값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역대 최대 물량으로 예고됐던 '1·29주택공급신속화대책'은 발표되자마자 '재탕' '삼탕'이라는 비판과 함께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설상가상으로 핵심 공급지인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캠프킴, 태릉CC, 과천 경마장 부지 등은 빨라야 2028년에나 첫삽을 뜰 것으로 보인다. 당장 과열된 서울 집값을 잡기엔 시간차가 크고 그마저도 문재인 정부 때처럼 장기표류할 수 있다.
양도세 발언후 강남에서 호가를 수억원 낮춘 급매가 등장했다고 하지만 '새발의 피' 수준이다. 실거래가 67억원에서 4억원 낮춘 급매가 나와봤자 지금의 토지거래허가구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중 규제'로 묶인 환경에선 이를 소화할 실수요자도 찾기 어렵다.
정부와 여당으로선 마음이 급할만도 하다. 이런식으론 4개월 뒤 6·3지방선거에서 야당의 '부동산 책임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매 진보정권때마다 정부의 조급증은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첫 집값 안정 대책이 먹혀들지 않자 부랴부랴 제2의, 제3의 후속정책을 내놓고 뒤이은 풍선효과에 또다시 땜질처방으로 대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그때마다 집값은 더 뛰었고 시장 왜곡과 강남과 비강남간 양극화라는 부작용만 낳았다.
앞서 노무현·문재인 정부가 그러했듯 무리한 부동산 세제 강화는 되려 매물잠김을 초래할 수 있다. 서울 강남권 '똘똘한 한채' 선호현상에 따른 집값 양극화 심화, 집주인이 늘어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조세 전가'도 설익은 세제 정책 부작용으로 꼽힌다.
급히 먹는 떡은 체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일수록 시장에 매물이 자연스럽게 풀리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가 매물을 팔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를 통해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야 장기적으로 부동사시장이 안정구조를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조급증이 생긴다면 정부와 여당은 '해와 바람' 우화를 떠올려보길 바란다. 거센 북풍에 옷깃을 더욱 단단히 여며줬던 나그네는 따뜻한 햇살이 비추자 스스로 겉옷을 벗었다. 부동산시장의 순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