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백지화된 금융당국 개편직원 반발과 상부 책임론 … 조직 충성도 흔들이억원·이찬진, 정치 바람에 흔들린 기관장 '꼬리표'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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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감독체계 개편 반대하는 금감원 노조 ⓒ연합
정부와 여당이 야심 차게 밀어붙였던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두 달 만에 백지화됐다.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독립시키려던 계획이 '없던 일'이 됐다. 도로아미타불로 끝난 이번 소동이 남긴 것은 행정 공백과 조직 불신, 정치 논리에 휘둘린 금융당국의 초라한 민낯이다.개편 논의는 처음부터 금융산업의 미래보다는 권력의 헤게모니 다툼에 가까웠다. '정책은 재경부, 감독은 금감위'라는 낡은 구도를 부활시키겠다는 발상은 금융정책을 누가 쥐느냐를 둘러싼 정치적 계산에 불과했다. 개혁은커녕 정치 공방 속에서 관치금융의 망령만 되살렸다.무엇보다 충격은 조직 내부에서 크게 일었다. 금융위 직원 절반 가까이는 세종 이전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에 휩싸였고, 금감원 역시 금소처 분리로 대규모 이탈을 앞두고 있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분리를 부추긴 전·현직 인사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터져 나왔고, 일부 젊은 직원들은 이직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그 사이 금융당국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고환율·고금리·대외 불안이 이어지는 시기에 금융당국은 두 달 동안 개편 대응에 매달리며 현안 대응력을 분산시켰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방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대출 규제나 건전성 관리 같은 핵심 과제는 늦춰졌다. 금융권 일각에선 "백일몽 꾸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자조가 터져 나왔다.신임 수장들의 권위도 도마에 올랐다. 인사청문회를 거친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자신이 이끌 기관의 존폐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조직 개편 철회로 일단 자리를 지켰지만, 이미 '정치 바람에 휘둘린 기관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조직을 추스르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금감원 직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재부 산하 공운위에서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정부·여당이 기재부를 달래기 위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묶는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조직개편 철회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결국 문제의 본질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는 금융감독 체계다. 누가 권한을 쥐느냐가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라는 본령에 집중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체제 내에서 감독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신뢰는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백일몽(白日夢)으로 끝난 개편 논의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금융당국에 필요한 건 정치적 힘겨루기가 아니라 일관성과 독립성이라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