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이찬진 금융당국 수장, 집값 안정 외치며 시세차익 논란강남 아파트 앞에선 원칙도, 명분도 실종 … '정언부행(正言不行)'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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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높은 자리에 앉으면 시야가 넓어져야 하는데, 금융을 감독한다는 이들은 정작 자기 집 앞 담장 하나 넘지 못한다. 국민의 주거 불안을 관리해야 할 수장들이 집값을 챙기느라 바빴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국민에게는 "빚내서 집 사는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면서 본인들은 부동산 시세차익에 열을 올렸다니, 이보다 역설적인 장면이 또 있을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부동산 대책 이후 '내로남불' 논란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원장이 보유한 강남 2주택은 "자녀 실거주"에서 "자녀에게 양도"로 바뀌었다가, 여론이 들끓자 "그마저도 부적절했다"며 슬그머니 매각으로 돌아섰다. 원칙이 아니라 여론 풍향계에 따라 입장이 바뀌는 모습, 그것도 들킬 때마다 한 발씩 뒤로 물러나는 방식에 빈축을 샀다.

    끝내 집을 처분하긴 했지만, 자발적 결단이라기보다 여론에 떠밀린 선택에 가까웠다. '부동산 단꿈'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붙잡을 명분이 사라진 듯한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게다가 매물 가격을 시세보다 4억원 높여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은 정점을 찍었다. 강남 집값을 끌어내리기는커녕, 본인이 상승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 신화를 끊겠다"더니 정작 자신의 부동산에서는 "강남 불패"를 외친 격이다. 그러고서 "중개업자가 정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책임 없는 말 바꾸기와 엉뚱한 해명은 국민의 신뢰를 더 갉아먹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대출 규제의 전도사였다. 그런데 과거 행적을 보면 전세를 끼고 대출까지 보태 강남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인 '갭투자'의 교과서였다. 그 아파트는 지금 40억원대로 올라 있다. 정책을 만드는 이는 대출을 활용해 자산을 키우고, 국민에게는 대출 문턱을 높여 짐을 지운 꼴이다. 뒤늦게 "국민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이미 드러난 민낯을 감추기에는 역부족이다.

    사실 '국민 눈높이' 운운하는 말 자체가 공허하다. 문제는 국민 기준이 아니라, 본인들이 스스로 내세운 기준에 자신들이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쩌다 금융당국의 핵심 인사들이 '정언불행(正言不行)'의 전형이 되었을까. 그들의 말은 원칙을 향하지만, 발은 늘 강남을 향해 있었다. 그 모순이 한국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어디까지 끌어내릴지 상상조차하기 어렵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높은 자리에 올라간 이가 스스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그러나 금융당국 수장들에게 그 단어는 책상 위에 장식품처럼 올려두고 있을 뿐이다. 국민에게는 규제의 채찍을 들이대고, 자신에게는 관대함의 면죄부를 준 셈이다. 

    정책의 최전선에서 무너진 신뢰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국민은 실천하지 않는 원칙보다 솔직한 행동을 원한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먼저 자신들의 발을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칼을 든 손이, 결국 자신들이 쥔 강남 열쇠를 더 단단히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인정해야 한다. 

    어쩌면 이미 리더십의 회복이 가능할지조차 우려스럽다. 리더십은 명령에서가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 앞에서, 금융권은 겉으로 "네, 알겠습니다" 하겠지만, 뒤돌아서서는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아마 냉소를 삼키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