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계열 크릿벤처스, 케이넷투자파트너스와 모태펀드 조합 결성모태펀드·컴투스 관계사·기관투자사 1015억원 공동 출자위지윅스튜디오·A2Z 제작배급 영화에 펀드 자금 50억 투자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 '이해상충' 논란에 투자금 회수전문가들 "조합 재산이 특정 회사의 사금고처럼 운영돼서는 안 돼"
  •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벤처투자 사옥. ⓒ정상윤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벤처투자 사옥. ⓒ정상윤 기자
    금융당국이 코스닥 상장사 '와이더플래닛(현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선행매매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배우 이정재와 와이더플래닛·래몽래인 인수전에 동참했던 컴투스 그룹이 국민 혈세로 운용되는 한국벤처투자 모태펀드 자금을 출자 받아 관계사들이 추진하는 영화 사업에 투자했던 사실이 드러나 이해충돌 논란이 일고 있다.

    컴투스 그룹은 모태펀드 자금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뒤늦게 투자금을 회수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은 아니지만 자칫 나랏돈으로 본인들의 배를 불린다는 비판에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2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컴투스 그룹은 지난 2020년 8월 벤처캐피탈(VC)인 '크릿벤처스'를 설립했다. 크릿벤처스는 송병준 컴투스 그룹 의장의 친동생인 송재준씨가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으며 컴투스재팬 등이 지분 참여를 했다.

    크릿벤처스는 설립 이후 ▲스마트크릿1호펀드를 비롯해 ▲케이아이피-크릿인터랙티브 콘텐츠 펀드 ▲영프론트 크릿 메타버스 펀드 ▲케이넷-크릿 콘텐츠 투자조합 등을 연이어 결성하며 설립 2년 만에 2000억 원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는 대형 VC로 성장했다. 지난 9월에는 투자 포트폴리오 누적 기업이 100곳을 돌파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설립 이후 주로 일반투자조합을 운용하던 크릿벤처스는 지난 2022년 9월 케이넷투자파트너스와 '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이란 정부 지원 펀드를 결성했다.

    해당 펀드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겨냥한 투자협력체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한국모태펀드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 정책 자금 700억 원을 출자 받고 컴투스, 위지윅스튜디오, 알비더블유,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로커스 등 컴투스 그룹 관계사 및 기관투자사 등이 315억 원을 투입해 결성됐다. 당시 '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은 한국모태펀드 역사상 콘텐츠 분야 출자액 중 최대 규모 수준이어서 투자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 ▲ '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이 결성한 모태펀드 자금 흐름도ⓒ디자인=황유정
    ▲ '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이 결성한 모태펀드 자금 흐름도ⓒ디자인=황유정
    크릿벤처스는 조합 결성 직후 펀드 자금 가운데 50억 원을 '왕을 찾아서'란 SF 영화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왕을 찾아서는 총 제작비 30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제작과 배급에 컴투스 관계사인 위지윅스튜디오와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 등이 참여했다. 배우 구교환과 유재명, 서현 등이 출연한 왕을 찾아서는 지난해 7월 촬영을 마치고 당초 올 여름 개봉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내년으로 개봉 시점이 밀렸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한국벤처투자 측이 펀드 출자자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투자를 제한한 규정을 어겼다는 논란에 휘말리면서 영화가 개봉도 되기 전에 이해충돌 이슈가 불거졌다.
     
    실제 '한국벤처투자 2022년 1차 정시 출자사업 공고'에 따르면 주요 출자자가 제작한 프로젝트거나 출자자 관련 프로젝트 중 제작 완료 후 배급·유통 단계 프로젝트에는 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컴투스와 위지윅스튜디오 등이 출자자로 참여한 '케이넷-크릿콘텐츠 투자조합'이 위지윅스튜디오가 추진한 프로젝트에 펀드 자금을 투자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며 "논란을 의식한 크릿벤처스가 뒤늦게 투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모태펀드 운용 규정이 모호해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업계에서는 신의성실 원칙에 입각해 투자 결정을 한다"며 "투자조합 설립의 본래 취지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 결정이 주요 출자자에 좌우돼 조합 재산이 특정 회사의 사금고처럼 운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 영화 '왕을 찾아서' 제작배급 구조ⓒ황유정 디자이너
    ▲ 영화 '왕을 찾아서' 제작배급 구조ⓒ황유정 디자이너
    ◆'왕을 찾아서'에도 등장하는 '박인규 사단'

    왕을 찾아서 투자와 제작, 배급 과정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낯익은 이름이 등장한다. 와이더플래닛과 래몽래인 인수전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박인규 전 위지윅스튜디오 대표다.

    제작 후 배급을 맡은 위지윅스튜디오와 제작 총괄인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가 설립 초기부터 박인규 전 대표가 깊이 관여했던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설립된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는 위지윅스튜디오가 컴투스에 인수되기 전부터 박인규 전 대표 산하에 있던 고즈넉이엔티를 비롯해 에프포스트와 팝뮤직, 이미지나인컴즈 등 4개 회사를 합병해 만든 회사다.

    에이투지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왕을 찾아서를 공동 제작 중인 위드에이스튜디오도 최근 와이더플래닛 선행매매 의혹에 휘말려 수사 선상에 오른 김모 전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 대표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곳이다. 특히 위드에이스튜디오는 위지윅스튜디오가 지난 2020년과 2022년에 전환사채(CB)로 25억 원을 투자한 기업이다. 

    위지윅스튜디오와 공동 배급을 맡은 메리크리스마스도 에이투지엔테인먼트의 핵심 자회사로 박인규 전 대표가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사내이사를 지냈고 위지윅스튜디오 CFO 출신 윤모씨와 박모씨 등 박인규 전 대표의 최측근들도 사내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왕을 찾아서의 시각특수효과(VFX)를 맡은 'M83'은 지난 8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기업으로 박인규 전 대표의 최측근들과 컴투스 그룹 임직원들이 상장 전 투자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왕을 찾아서 프로젝트에는 '봉오동전투'와 '용의자' 등을 연출한 원신연 감독이 이끄는 '8픽쳐스'도 공동 제작에 참여했으며 지난 5월 위지윅스튜디오가 20억 원을 투자한 '와이와이피'도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에 참여했다. '와이와이피'는 코스닥 상장사인 '덱스터'의 창업자인 김모씨의 아내 이모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벤처투자 업계에 종사하는 한 회계사는 "정부기관이 출자자로 참여하는 경우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명확히 투자 제한 규정을 둬 일방의 이익이 되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 감독을 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