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장동혁, 필리버스터 역대 최장 24시간 기록"법으로 짓밟혀 … 소리 없는 계엄 일상된 나라""다수결 가장 민주 … 현명한 독재보다 파괴적""대통령, 헌법 수호 의지 있다면 재의요구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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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대안)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의 건 투표를 하며 박찬대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이 끝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주자로 법안 저지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나자 표결을 통해 토론을 강제 종료하고 법안을 가결했다.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주도로 이른바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내란·외환·반란 범죄 등의 형사 절차에 관한 특례법안)을 통과시켰다.국회는 이날 오전 11시41분 24시간이 경과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강제 종료했고, 곧바로 내란재판부 설치법에 대한 표결을 시작했다. 내란전담재판부설치법안은 재석 의원 179명 중 찬성 175표, 반대 2표(개혁신당 이주영·천하람 의원), 기권 2표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퇴장했다.법안이 통과된 데 따라 현재 1심 진행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판은 2심부터 내란전담재판부가 맡게 된다.민주당이 통과시킨 최종안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절차를 법원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가 전담하도록 하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여를 배제한 것이 골자다.판사회의가 재판부 법관 요건 등 기준을 마련하면 사무분담위가 법관들을 선별하고, 이를 판사회의가 의결하도록 했다. 법원장은 이를 토대로 전담재판부 판사를 보임하게 된다.민주당은 논란이 됐던 외부 인사 참여 추천위를 강제하는 방식이 아닌, 법원 내부에서 기준을 마련한다는 점을 내세워 위헌성을 해소했다고 주장한다.하지만 수정안도 위헌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내란전담재판부라는 용어를 배제해 법명을 수정했지만, 특정 사건 재판을 염두에 둔 법안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평등권 침해 논란이 지목된다. 또한 법조계에서는 기존 재판부 구성의 무작위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11시 41분 기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마쳤다.ⓒ국회방송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 주도로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인 전날 오전 11시40분쯤부터 필리버스터 주자로 나서 법안의 위헌성 등을 지적했다.장 대표는 이날 종전 최장 기록인 17시간12분을 넘어 강제 종료 시(11시41분)까지 24시간 넘게 토론을 이어갔다. 이로써 장 대표는 '제1야당 대표 최초 필리버스터'와 '역대 최장 필리버스터' 기록을 동시에 경신하게 됐다.장 대표는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대놓고 앞문으로 들어가려다가 슬그머니 창문으로 기어들어간다 해도 위헌이 합헌이 되지는 않는다"며 "똥을 물에 풀어도 된장이 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장 대표는 또 거대 의석수를 내세운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두고 "독재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며 "소리 없는 계엄"이라고 직격했다.장 대표는 "본회의장이 다수의 권력이 숫자의 힘으로 그 권력을 무한대로 남용하는 권력 남용의 장이 됐다"며 "소수자에 대한 배려, 그 내재적 한계를 벗어나는 순간 민주주의는 결국 다수결을 가장한 독재와 다름없다. 어쩌면 현명한 독재자보다 더 무섭고 파괴적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법에 의해서 사법부를 장악하고, 법에 의해서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법에 의해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법에 의해서 국민의 인권을 짓밟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소리 없는 계엄"이라며 "이제 우리는 소리 없는 계엄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또 전담재판부에 대해 "그 어떠한 논리도 내란죄를 단죄하기 위한 반헌법적, 위헌적 특별재판부를 정당화시켜주지 못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의 인민재판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법부 기능을 영구히 마비시키는 진정한 내란"이라고 강조했다. -
- ▲ ⓒ정성호 법무부장관 페이스북
이날 오전 토론 강제 종료 직전인 10시58분쯤 본회의장에서는 김병주 민주당 의원이 앞으로 나와 "찬성 의견 발언도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기록 세우려고 그러냐"면서 고성을 내는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내란정당 해산하라"라며 "가짜 토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은 "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김 의원을 제지했다.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필리버스터 시작부터 종료까지 자리를 지켰다. 정 장관은 필리버스터 시작 18시간이 경과했을 즈음 페이스북에 자신의 '셀카(셀프카메라)' 사진을 올리며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적었다.이에 대해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야당 대표는 8대 악법 저지를 위해 21시간이 넘도록 필리버스터로 악전고투 중인데 내란재판부설치법 주무 장관은 본회의장에서 셀카를 찍어 올리며 대화 타협이 실종된 정치를 지적한다"며 "지금 8대 악법이 대화 타협의 실종으로 상정된 법안"이라고 지적했다.이 관계자는 "8대 악법이 국민을 위한 법안인가"라며 "오로지 이재명을 위한 법을 추진하면서 야당 당수를 조롱하는 법무부 장관의 행태가 과연 정상적 장관의 모습인가"라고 반문했다.장 대표는 무제한 토론 종결 뒤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이 위헌이라는 점에 대해선 사실상 토론이 불필요하다"며 "민주당 의원들조차도 그 위헌성에 대해선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장 대표는 "대통령에게 헌법 수호 의지가 있다면 이 법이 통과돼도 반드시 재의 요구를 행사해야 한다"며 "재의 요구 행사를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