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상정 강행24일 통과 가능성…국힘, 필버 돌입이인호 중앙대 로스쿨 교수 "위헌성 커""불법정보 개념, '무한 확장'될 수 있다""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 부활할 수도""징벌손배, 과도한 소송 남발…사후검열"
  • ▲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주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좌장을 맡아 주재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불쾌한 의견이라도 공론의 장에서 반박과 토론을 통해 극복되어야지, 국가가 침묵을 법으로 강요하면 사회적 편견은 오히려 극단화될 위험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다. 해당 개정안은 위헌 논란과 함께 '권력자를 비판하면 소송을 통해 재갈을 물리게 된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 왔다.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고 있다.

    뉴데일리는 이날 이인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개정안 관련 의견을 물었다. 이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 법은 허위정보를 규제하는 법이 아니라, 비판적 언론과 정치적 표현을 위축시키는 언론통제법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개정안은 '허위정보'와 '허위조작정보'를 새로운 불법 정보 유형으로 규정하고,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수는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국가에 '진실 판단권'을 부여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 ▲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반대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불법정보' 개념, 무한 확장 가능성 … 위헌성 크다"

    이 교수는 민주당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로 '불법정보' 개념의 무리한 확장을 꼽았다.

    그는 "기존 정보통신망법도 불법정보를 열거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비방 목적의 명예훼손 정보'를 '법익을 침해하는 정보'로 바꾸고, 여기에 '증오 선동 정보'라는 새로운 유형을 추가했다"며 "어떤 법익을 어떻게 침해하면 불법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재판소가 반복적으로 위헌이라고 판단해온 전형적인 사례가 바로 이런 추상적·포괄적 규제"라며 "헌법상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을 동시에 위반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위헌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개정안에서 '증오 선동 정보'를 "반복적·공공연하게 특정 집단에 대한 증오심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증오 표현 규제는 가장 고도의 신중함이 요구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임박한 위법행위의 선동'이 있을 때만 규제·제한하고, 유럽도 표현의 맥락·의도·공익성을 매우 엄격하게 따진다"며 "단순히 불쾌하거나 분노를 유발한다는 이유로 표현을 금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부 정책에 대한 집단적 분노 표현, 종교 비판, 역사적 인물 평가도 권력의 해석에 따라 '증오 선동'으로 둔갑할 수 있다"며 "국가가 '무엇을 말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순간, 표현의 자유는 검열 도구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29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0월 29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헌법이 금지한 사전검열 부활 … '징벌손배제', 사후검열"

    개정안은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되도록 변형된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로 규정한다. 이 교수는 "이 기준이라면 사실상 모든 언론 보도가 처벌 위험에 놓인다"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는 허위 표현도 원칙적으로 보호된다고 명확히 판시해왔다"며 "진실은 국가가 미리 정하는 게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통신 관련 기관이 허위 여부를 판단하고 삭제·차단 명령을 내리면, 이는 헌법 제21조가 금지하는 행정권에 의한 사전검열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언론의 민사상 책임을 확대하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 조항은 '사후적 검열'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개정안은 인정된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고, 반복적인 유통에 대해서는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가해자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구조다.

    이 교수는 이를 두고 "사후적 민사책임을 가장한 사후 검열 장치"라며 "고의·과실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손해액이 자의적으로 정해지며, 의도추정 조항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과 충돌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고의·과실 판단 기준이 모호한 데다, '타인을 해할 의도'를 추정하는 조항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헌법상 자기책임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지적이다.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칙은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나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의 한정원리를 뜻한다. 이 교수는 "개정안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하는 제재는, 그 자체로서 헌법위반을 구성한다"고 못박았다.

    이 교수는 개정안이 통과하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게 돼 탐사보도와 공익보도가 거세될 수 있다고 걱정을 표했다.

    그는 "탐사보도와 권력 감시는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정보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언론은 공익 보도보다 소송 위험을 먼저 계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인터뷰를 마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보호받아야 할 표현은 권력이 불편해하는 말"이라며 "권력이 불편해하는 말까지 보호하는 것이 헌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혐오스럽고 불편한 표현도 공론장에서 반박과 토론으로 극복해야지, 법으로 침묵을 강요하면 오히려 지하화되고 극단화된다”며 “이 법안은 허위정보 근절이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외에 '언론중재법 개정안' 역시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다. 

    개정안은 사실에 기반한 기사에만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현 조항을 수정해 언론사의 의견·논평 등 비사실적 보도까지 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게 했다. 또 보도의 사실 입증책임을 언론사가 부담하는 내용을 신설하고, 언론 중재 대상에 다른 언론사가 보도한 기사를 인용하는 경우까지 포함시키는 등 제재 범위가 대폭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