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체제 인사 탄압 '비밀경찰서' 국내 거점 지목 동방명주 대표… 29일 기자회견 개최해 입장 표명왕해군 "'비밀 경찰' 보도 전엔 정상 영업했다"며 "왜 모든 언론사가 나를 모르는 척하는지 의문"이란 말도"모든 대외 발표, 31일 설명회 열어 하겠다… 참석자 100명 제한, 인당 3만원에 입장권 판매"왕해군, 질의응답 없이 곧장 퇴장 "전광판 주시해달라"… 취재진·시민 "한국 언론 우롱·기만"
  • ▲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가 29일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가 29일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중국이 반(反)체제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운영하는 '비밀 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의 중식당 '동방명주' 실소유자 왕해군(44)씨가 29일 식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왕씨는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도 없이 "31일 설명회를 개최하겠다"며 "인당 3만원에 입장권을 판매하겠다"고 밝혀 현장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입장권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팔겠다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전날인 28일 "진심을 은폐하는 추악한 세력을 폭로하겠다"며 기자회견 개최를 예고한 왕씨는, 정작 발표 당일 이에 대한 설명이나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구체적 해명을 일절 하지 않았다. 취재진과 시민은 "한국 언론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오후 2시경 서울 송파구 소재 중식당 동방명주 앞에는 왕씨의 공식 입장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영하 3도의 추운 날씨에 칼바람이 불고 있음에도, 핫팩으로 무장한 취재진들은 왕씨의 "진실을 위한 중대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2시32분경 왕씨는 통역가와 함께 식당에서 나와 취재진들 앞에 섰다. 그는 중국어로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읊었다. 

    먼저 왕씨는 자신이 △한화 중국 평화통일 촉진 연합총회 총회 △사단법인 중화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서울 화조센터(OCSC) 주임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HG 문화미디어 대표 등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왕해군 "언론사 임직원들 정말 나 모르나"… 관련 의혹 해명은 없어

    이후 왕씨는 언론사들을 향해 '비밀 경찰서' 의혹 관련 보도를 한 것을 원망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왕씨는 "나는 신사스럽고 온화하며 유머러스한 사람이다. 대한민국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으며 여하튼 '작은 공인'이다"라며 "배후의 세력이 얼마나 크기에 모든 언론사가 입을 맞춰 나를 모르는 척하나. 그 의도는 또 무엇이냐"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했다.

    그러면서 왕씨는 "올해 8월19일 열린 '한중수교 30주년 한중 언론인 친목회'도 내가 출자해 동방명주에서 개최했는데 벌써 잊었냐"며 "기자님들은 나를 모른다고 해도 되지만, 소속된 언론사의 임원진 심지어 국장님, 대표님들도 정말로 나를 모르냐"고 되물었다. 

    이어 왕씨는 "'비밀 경찰국' 보도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 동방명주는 정상적인 영업 장소였으나, 해당 사건 이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며 "이해관계자든 정부부처든 우리에게 이유 없는 압박과 방해를 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표했다. 

    또 왕씨는 돌연 모든 설명은 오는 31일 설명회를 열어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대외 발표 일정은 31일로 정했다"며 "구체적인 시간과 설명회 형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추후에 별도로 공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씨는 설명회 참석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해 인당 3만원에 입장권을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왕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고, 참석하고자 하는 인원이 많다. 다만 회의장 공간 제한과 우려로 12월31일 설명회는 100명만 입장해 취재, 보도 또는 방청할 수 있다"며 "공정하고 공평하며 차별 없는 입장을 위해 입장권 실명 구입 방식으로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이어 "입장권은 제3의 한국 기관에 위탁판매하겠다. 일인당 3만원이며 매진될 때까지 판매한다"며 "설명회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을 고려해 현장에 다과와 음료를 비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 ▲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가 29일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 동방명주 실질 지배인 왕해군 씨가 29일 서울 송파구 소재 중국식당 동방명주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왕 씨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윤 기자
    왕해군 "31일 설명회 인당 3만원 판매"… 취재진 "한국 언론 기만" 

    발표를 끝낸 왕씨는 취재진과의 어떠한 질의응답도 없이 곧장 식당 안으로 들어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기자들이 식당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여성에게 "입장권을 언제, 어디서 살 수 있는지" 질문하자, 그는 "전광판을 통해 모두 밝히겠다"며 "전광판을 주시해 달라"고만 답했다. 

    '비밀경찰서' 관련 구체적 해명을 기대했던 현장의 취재진과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입장권 판매와 전광판을 통한 공지 예고에 불만을 터뜨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게 뭐냐. 장사하려는 것이냐" "이건 한국 언론을 우롱하는 짓이다" "한국 언론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중국의 비밀 경찰서 의혹은 이달 초 스페인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재단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의 보고서로 시작됐다. 이 단체는 중국이 한국을 포함한 53개국에 걸쳐 102개 이상의 비밀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왕씨가 지난 2017년부터 운영 중인 중식당 '동방명주'가 중국 비밀경찰서 거점으로 지목됐다. 왕씨는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된 뒤 해당 식당을 오는 31일까지만 영업하고 폐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28일 왕씨는 전광판을 통해 "(29일) 진실을 위한 중대발표한다. 진심을 은폐하는 추악한 세력을 폭로한다"며 "부패기업이 돈으로 여론을 통제하고 한국 국민을 희롱하고 있다. 한국정치를 조종하며 한중 우호를 파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