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에나 완공될 '가덕도 프로젝트'‥ 퇴임 전 가결한 文朴정부 때 '타당성 조사' 꼴찌… 文정부, '예타' 면제해 부활"위험성 높다" 지적에도 지역이기주의로 헛발질 개발 강행
  •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국회가 온갖 꼼수를 동원해 ‘검수완박’ 법안 통과를 몰아가고 있는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불과 2주 앞둔 지난 4월 26일 국무회의를 통해 13조 7000억 원의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2025년에 착공하여 2035년에나 완공될 가덕도신공항 프로젝트를 임기 종료 전 서둘러 의결하고나서 “다음 정부의 역할이 크다. 최선을 다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뒷감당을 차기 정부에 떠넘겼다.

    정치판이 좌지우지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 계획


    박근혜 정부는 ‘영남권 신공항’ 건설에 관한 타당성조사를 국토교통부와 영남권 5개 시도지사 합의 하에 국제입찰을 거쳐 2015년 5월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에 맡겼다. 2016년 6월 ADPi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미국연방항공청(FAA),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등의 국제가이드라인에 의거해 신공항입지를 평가하여 객관적이고 전문성 높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타당성조사 용역비에만 무려 20억 원이 들어간 ADPi의 보고서는 신공항입지로 ‘김해신공항(안)’을 압도적 1위로 선정했으며, 가덕도는 밀양에도 밀려 꼴찌였다. 이 보고서는 가덕도가 부산뿐만 아니라 울산과 경남 주민들의 접근성이 현저히 나쁜 것은 물론 엄청난 예산이 소요됨을 지적했다.

    당시 국토부도 가덕도신공항이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7개 부문에서 모두 뒤떨어진다는 입장이었고, 황교안 국무총리도 정부의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공항입지 결정에 필요한 제반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 결정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덕도 유치에 시장직까지 걸었던 서병수 당시 부산시장도 결국 승복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이와 같은 객관적 사실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토위는 예타(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특례조항까지 포함시켜 2021년 2월 19일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을 통과시켰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사업 추진이 중단될 가능성을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국가적 손실과 국민의 불편을 외면하면서 국제적 망신까지 자초한 정치적 담합이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2021년 2월 25일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제부총리, 행정안전부장관, 국토교통부장관 등 핵심 인사들을 대동하고 가덕도신공항 예정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신공항 예정지를 눈으로 보니) 가슴이 뛴다”면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한 국토부에 "국토부가 역할에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사업 강행을 압박했다.

    국회가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하는 특별법까지 통과시키고 문 대통령이 새로 임명한 국토교통부장관을 앞세워 나서고 있으니,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기 위해 앞으로 설계, 보상, 시공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더 퍼부어야 할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가덕도신공항 사업비는 당초 부산시가 7.5조 원을 책정했으나, 국토부가 2016년에 8.3조원, 2021년에 28.6조원으로 추정했다가, 이번 국무회의에서 다시 13.7조원으로 책정됐다. 이처럼 예상 사업비가 들쭉날쭉인 것은 결국 얼마의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외해(外海)에 건설될 가덕도신공항

    바다 위에 건설된 일본의 간사이공항(오사카)과 하네다공항(도쿄), 마카오 국제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홍콩 첵랍콕공항 등 세계 주요 국제공항들은 모두 바람과 파도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내해(內海)에 건설되어 있다. 이에 반해  가덕도신공항은 바람과 파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외해(外海)에 건설된다.

    인천공항의 경우는 평균 수심이 1m 내외였고, 홍콩 쳅락콕공항도 수심 10m에 연약지반층이 20m 정도였음에 비해 가덕도는 평균수심 17m에 연약지반층이 30~45m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가덕도는 평균 87m, 최대 106m의 지반 보강과 성토(盛土) 등 천문학적 규모의 기초토목공사가 필요하다.

    더구나 내해에 위치한 외국공항들의 활주로 높이가 수면으로부터 10m 내외임에 비해 외해에 건설될 가덕도신공항은 해일 피해에 대비해 활주로를 해수면 위 40m까지 높여야 한다. 게다가 활주로가 해상에 높게 위치하면 바람의 영향이 커져 이착륙이 불가한 상황이 많아지고 착륙사고(undershoot)의 위험이 커진다. (주: ‘undershoot’이란 항공기가 활주로에 못 미친 지점에 착지하는 사고를 말함)

    가덕도신공항은 천문학적인 예산과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부적합 판단을 내린 해외전문기관의 검토 결과와 주무부처의 의견을 묵살하고 대통령과 국회가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정치적 목적으로 건설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나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들을 정치적 목적이나 지역이기주의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것은 역사의 죄를 짓는 매국적 망동이다.

    가덕도신공항은 '동남권 관문공항'이나 '세계적 물류허브'가 될 수 없다


    가덕도신공항이 ‘하늘길과 바닷길·육지길이 만나 세계적 물류허브가 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주장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허언(虛言)일 뿐이다. 우선, 항공사들이 국제항로를 개설하려면 관련 국가간의 쌍무항공협정(bilateral air transport agreement) 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

    항공협정에는 각 항공사의 취항도시, 운항회수 및 총공급좌석수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기 때문에 해당 공항에 적정수준의 항공수요가 없는 한 취항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약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며 인천공항을 주로 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부울경 지역 전체인구는 800만을 밑돈다. 게다가 국토 동남쪽 끝에 위치한 외진 섬에 외국항공사들이 과연 취항할지도 의문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이 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리고, 아무리 최신시설을 갖춘다 하더라도 가덕도신공항처럼 악천후에 취약하고 활주로가 하나뿐인 공항은 ‘관문공항(gateway airport)’이나 ‘세계적 물류허브(hub)’가 될 수 없다. 싱가폴공항은 3개의 활주로를 가지고 있으며 오사카 간사이공항과 홍콩 첵랍콕공항도 제3활주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샹하이 푸동공항은 5개의 활주로를 가지고 있다.

    인천공항은 현재 4개의 활주로를 가지고 있으며 1개의 활주로를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만일 향후 가덕도에 추가 활주로를 건설하게 된다면 또다시 천문학적 규모의 바다 매립 공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만 한다.

    우리나라는 항공운송 대상품목인 반도체, 약품, 특수화물 등 고가물품들이 수도권 인근에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육지길’로 가덕도로 실어오는 것보다 인천공항을 통해 운송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저렴하다는 점에서도 가덕도신공항의 ‘세계적 물류허브’의 꿈은 공상에 그칠 것이다.

    '가덕도신공항'의 운명


    가덕도는 도심으로부터의 진입거리나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신공항 후보지들 중 최하위 평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을 내고 폐기되었던 가덕도신공항을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면제하는 ‘가덕도 특별법’을 제정하며 갑자기 부활시킨 것은 2021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때문이었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이던 국토부 등 관계 부처들에 대해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회가 법을 만들면 정부는 따르는 게 당연하다”는 망언까지 퍼부었다. 선거에 즈음하여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면 이 나라가 과연 법치국가인지, 이 정부가 과연 국민을 의식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원칙과 상식을 깨는 문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문 정부 법무부조차 “적법성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54%가 ‘가덕도 특별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답했지만 문 대통령은 차후에 가덕도신공항 계획에 손 대지 못하도록 임기 막판에 국무회의의 힘을 빌려 가덕도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정치인에겐 국가의 손익보다 표의 득실이 우선인지 모른다. 영화 보고 탈원전의 영감을 받았다는 문 대통령이 선거판 보고 가덕도신공항 영감을 받았는지 의문이다. ‘뉴욕 JFK공항’이나 ‘파리 CDG공항’처럼 가덕도신공항도 ‘가덕 MJI공항’으로 명명하고 싶은 것일까? 수십조 원을 삼킬 '가덕 MJI공항'이 훗날 파리 날리는 해상 콘크리트 공원으로 전락해서는 안 될 것이다.

    5월 9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입김으로 혼탁해진 가덕도신공항 문제를 어떻게 다뤄나갈지 우려반 기대반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