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칭찬=친일파'라는 유치한 논리가 맹위를 떨치는 대한민국사회박보균에 대한 '친일 마녀사냥'… 박근혜 때 문창극 친일 논란과 닮아"韓日이 동반 성장해야한다"는 주장이 친일파 매국노로 몰릴 일인가文정부 공직자들도 日王 생일파티 참석… 박보균만 비난하는 민주당"천황폐하, 황태자 부부는 아름다운 커플" DJ 발언 썼다고 친일파라니
  • 박보균(좌) 전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연합뉴스/뉴데일리DB
    ▲ 박보균(좌) 전 중앙일보 부사장 대우와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 ⓒ연합뉴스/뉴데일리DB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라고 시작하는 저 막스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이 21세기 현재 한반도 남쪽에서는 이렇게 변주돼 흐른다.

    "하나의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친일이라는 유령이."

    세계 역사의 한편을 뒤흔들었던 유령은 자본주의가 흔들릴 때마다 민중의 그림자가 되어 횃불을 올리고 대한민국을 배회하는 이 유령은 망령이 되어 미래를 좀먹는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친일 마녀사냥은 정확히 박근혜 정권 때 문창극 친일 논란과 닮았다. 두 사람 모두 중앙일보 출신이라는 점도 공교롭다.

    친일 공격에 시달리다 국무총리 청문회장에 서지도 못하고 낙마했던 문창극 씨의 경우는 서글프기까지 한 해프닝이었다. 교회라는 장소, 교인들 앞이라는 특수성, 역사의 비극조차 신의 섭리로 받아들이는, 어찌보면 한 개인의 처절한 신앙고백은 정권타도 제단에 올릴 희생물을 찾던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에 기꺼운 사냥감으로 끝나고 말았다. 광풍의 흔적처럼 남겨진 독립유공자 후손이란 사실은 사나운 사냥이 끝난 뒤 버려진 몸의 한 조각처럼 남겨졌을 뿐이었다.

    박보균 후보자가 언론사 재직 시절 쓴 일본과 관련한 칼럼 기사 등을 갖고 '친일 몰이'하는 분위기에 동의할 수 없다. 2013년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주최한 일왕 생일 파티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 시점(일본의 역사 도발이 한창인 시기를 의미하는 듯)에서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려 파티에 참석한 사람들을 국무위원 후보자로 추천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민주당 쪽의 비난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지적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구상유취하다.

    박 후보자는 본인 해명처럼 그 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역사관을 비판하는 <[박보균의 현장 속으로] 아베 역사관의 뿌리 조슈를 가다> 등의 기사로 현장 취재를 중시하는 기자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주한일본대사관은 보수정권(박근혜 정부), 진보정권(문재인 정부) 가리지 않고 그들의 국경일과 같은 일왕 생일기념 행사를 서울에서 정례행사처럼 개최해왔다.

    문창극 사냥으로 재미 본 시대착오 세력의 준동

    당연히 문재인 정부 공직자들도 그 기념 파티에 참석해 일왕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렇다고 문 대통령과 문 정부 외교를 위해 일하는 그들을 향해 친일파라고 비난할 수 있나. 하물며 박 후보자는 언론인 신분 아닌가. 일본의 역사 도발 문제는 그것대로, 외교는 외교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개별적인 역할이 있는데도 무조건 '일왕 생일파티에 참석했으니 친일파'라고 비난하는 것은 너무나 유치하고 상식과 동떨어진 것이다.

    민주당이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칼럼에서 일본 국민과 우리 국민을 비교하며 우리 국민이 '떼법'이나 부르짖는 저급한 국민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매도했던 기자였다"고 비난하는 것도 마녀사냥이고 선동이다. 일본은 가정, 학교, 사회 어느 곳이든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타닌니 메이와쿠오 카케루나)'를 수시로 교육하는 나라다. 그런 일본 국민의 준법정신이 투철하다는 점은 세계에도 정평이 나 있는 사실이다.

    또 강성노조의 시위문화 등 우리나라에 언제부터인가 독버섯처럼 퍼져있는 '떼법문화'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계에서 뛰어난 선진 의식을 가진 국가와 비교해 우리에게 다소 모자란 점을 지적했다고 친일파로 몰려야 한다면, 대한민국은 홍위병을 격동시켜 정적을 때려잡던 모택동의 문화혁명 시대나 원시적인 후진국가에 불과하지 정상적인 민주국가라고 볼 수 없다.

    장관 후보자가 밉다고, 낙마시키겠다고 대한민국을 한순간에 후진 국가급으로 격을 떨어뜨린 민주당이야말로 대체 우리 국민 수준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어이가 없다. '일본 칭찬=친일파'라는 초등학생도 비웃을 유치한 논리가 맹위를 떨치는 이 시대를 대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박 후보자의 <일본은 있다><"천황폐하, 황태자 부부는 아름다운 커플"> 등의 칼럼 기사도 마찬가지다.

    쓰나미·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대재앙이 발생할 때마다 질서있게 위기를 극복하고 절제있는 슬픔으로 이겨나가는 일본 국민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시민의식을 자극하는 글은 일종의 언론인의 의무와 같다. 일본과 대한민국이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 동반 성장해야한다는 주장도 친일파 매국노로 몰릴 일이 아니다.

    단교의 위기에서 "천황폐하(天皇陛下), 황태자 부부는 보기에도 아름다운 커플입니다"라는 극존칭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또 상대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아내며 한류의 물꼬를 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혜안을 소개하는 글을 썼다고 친일파로 몰리는 것은 더더욱 정상이 아니다.

    "일본은 아시아를 지배해 봤기 때문에 준법정신이 좋다"는 MBC의 선동 보도는 앞뒤 맥락 잘라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으로 발언을 가공해 문창극을 사냥한 광기의 KBS를 연상케 할 뿐이다. 재미 좀 보자고 '반일 프레임'에 뛰어들어 한일 외교에서 한발도 못 나간 민주당이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 생각한다. 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통과가 민주당에 드리운 시대착오적 역사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민주당이 이 기회를 잡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