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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BS 이사회, '김의철 위장전입' 알고도 사장후보로 밀었다

KBS 이사 A씨 "면접 전, 위장전입 확인… 문제 삼지 않고 통과시켜"여권 이사 6人 "93년 위장전입, 04년 다운계약서… 시기상 문제 없어"KBS 관계자 "김의철 거짓말, 알고도 그냥 넘겨… 이러니 정권의 방송"

입력 2021-11-26 18:26 | 수정 2021-11-30 16:17

▲ KBS 사장 후보에 단독으로 오른 김의철 KBS 비즈니스 사장. ⓒ뉴시스/KBS 제공

KBS 이사회(이사장 남영진)가 서류 심사 과정에서 김의철 KBS 사장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를 결격사유로 인정하지 않고 지난달 27일 최종 사장후보로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직 KBS 이사 A씨는 지난 2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후보 검증 과정에서 서울에 주소를 둔 김의철 후보가 인천으로 이사갔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사회를 통해 어찌된 일인지를 물었더니, 김 후보가 '육아 문제로 잠시 인천에 있었다'며 위장전입 사실을 실토했다"고 전했다.

A씨는 "당시 김 후보의 위장전입 문제를 이사회 차원에서 논의했지만, 그걸 더이상 문제 삼지 않고 중간 면접과 최종 면접을 거쳐 김 후보를 KBS 사장 최종 후보자로 뽑았다"며 "결과적으로 우리가 KBS 이사로서의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그때 그 문제를 결격사유로 강하게 지적하지 않은 건 우리의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지난 17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공개된 김 후보의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은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김 후보도 사장 지원서나 면접 과정에서 그 사실을 우리에게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사회에서 위장전입 여부를 묻자, 사실관계를 실토한 김 후보는 지난달 23일 비전 발표회에서는 이 사실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나 해명도 하지 않았다"며 "이에 200여명의 시민참여단은 김 후보의 위장전입 전력을 까맣게 모른 채 평가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A씨는 "물론 서류 심사나 면접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우리 이사진에게 우선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하면서도 "김 후보가 사장 응모 당시 고위공직자 예비후보자 사전질문지 답변서를 작성하면서 위장전입 사실을 부인했고, 경영계획서에도 세금탈루가 포함된 7대 비리와 관련한 해당 사항이 없다고 허위 기재한 사실은 대충 사과하고 반성한다고 넘어갈 만한 사안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씨는 "결론적으로 면접 전, 김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이를 크게 문제삼지 않은 이사회도 잘못이지만, 애당초 본인의 위장전입 문제를 잘 알고 있는 김 후보가 경영계획서에 '떳떳하다'고 기재한 것은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장후보자로서 간과할 수 없는 큰 문제"라며 "김 후보는 본인과 KBS인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KBS 여권 이사들 "한 차례 위장전입, 사장으로서 부적격 비리 아냐"


서류 심사 과정에서 김의철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을 알게 됐다는 A씨의 주장은 지난 21일 KBS 여권 이사들이 밝힌 성명에서도 확인된다.

이날 여권 이사 6명은 KBS 내부 통신망인 코비스에 "김의철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김 후보자가 1993년에 위장전입을 한 사실은 이사회의 사장 추천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판단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김 후보의 행위는 공직자 배제 기준이 적용되기 이전에 벌어졌거나 관련 법이 도입되기 전에 벌어진 것"이라며 '위장전입'이나 '아파트 취득가 축소 신고'가 KBS 사장으로서 부적격 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사들은 "당시 이사회는 15명의 사장 지원자를 5명의 중간 면접 대상자로 압축한 뒤, 이른바 '7대 비리'와 관련해 의심이 가는 사안에 대해 각자의 소명서를 받았다"며 "김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 의혹이 문제였고, 김 후보자는 소명서를 통해 위장전입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사들은 "KBS 이사 11명 모두는 중간 면접과 최종 면접에서 위장전입에 대해 김 후보자를 질책하거나 관련된 질문을 하지 않았다"며 "이는 1993년의 한 차례 위장전입이 KBS 사장으로서 부적격한 비리라고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사들은 "정부가 2017년 발표한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은 '2005년 7월 이후 부동산 투기 또는 자녀의 선호학교 배정 등을 위한 목적으로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경우 공직자로 배제한다'는 것이고,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제도'가 도입된 것도 2006년부터"라며 1993년 위장전입하고 2004년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김 후보가 당시 기준으로 공직자 배제 기준에 부합하거나 법률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김 후보가 경영계획서에서 '저는 공직 배제 기준인 이른바 7대 비리 해당 사항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밝힌 것은 2017년 마련된 관련 기준에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모른 척… KBS 이사들, 직무유기"

이와 관련, KBS 관계자 B씨는 "김의철 후보의 위장전입 사실을 알고도 KBS 이사회가 김 후보를 최종 후보로 밀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치 못한다"며 "KBS 경영을 관리·감독하는 이사들이 부적격 사장후보를 승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더욱이 여권 이사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김 후보의 거짓말과 세금탈루 사실까지 드러났음에도 끝까지 김 후보를 감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렇기 때문에 다들 KBS를 국민의 방송이 아닌 정권의 방송이라고 비꼬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B씨는 "야권 이사들이 뒤늦게나마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김 후보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지만,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에 불과하다"며 "결과적으로 KBS 이사들은 김 후보의 주장이 뻔히 거짓말인 줄 알면서 모른 척 한 것이다. 이런 내막을 파악했음에도 면접 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이사로서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KBS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는 1993년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면서 서울 양천구에 사는 친누나 주소지로 위장전입했다. 이듬해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 후보는 1997년부터 8년간 이곳에 거주했다.

김 후보는 또 2004년 해당 아파트를 매각할 때 실제 매매가보다 낮은 가격을 기재해 세금 납부액을 줄였다. 당시 실거래가는 4억원이었으나 김 후보는 시가표준액 수준인 1억3900만원만 신고했다. 이에 따라 원래대로라면 2240만원을 내야 했지만, 실제로는 778만4000원만 납부하면서 김 후보는 약 1461만원의 취등록세 차액을 거뒀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김 후보는 설명자료를 통해 "오래 전 일이고, 법·제도가 미비했던 시기였지만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국민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김의철 후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34번째 인사' 되나

당초 15명이 지원한 KBS 사장후보는 중간 면접을 거쳐 3명으로 압축됐으나 비전 발표회를 앞두고 임병걸 KBS 부사장과 서재석 전 KBS 이사가 잇따라 사퇴하면서 김 후보가 단독 후보가 됐다.

이에 KBS 안팎에서 "사장후보를 재공모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으나 KBS 이사회는 김 후보 혼자 참여하는 비전 발표회와 최종 면접을 강행, 지난달 27일 김 후보를 최종 사장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국회가 제출 시한일(24일)까지 보고서를 내지 않자, 청와대는 25일 기자단에게 공지 문자를 보내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김의철 한국방송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다음달 2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고 전했다.

만약 국회가 내달 2일까지 보고서를 보내지 않을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김 후보를 그대로 임명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김 후보는 문재인 정부 들어 34번째로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임명되는 장관급 인사가 된다.

1990년 KBS에 입사한 김 후보는 탐사보도팀장, 사회팀장, 보도국 라디오뉴스제작부장, 보도본부장, KBS 비즈니스 사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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