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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각본 없이 답한다더니… 文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대본 있었다"

홍남기·정은경·권덕철·유은혜 출연 명시한 '대본'… KBS노조, 폭로"권덕철 장관, 정은경 청장 답변 먼저 듣겠습니다"…'각본'에 VIP 예시 답변인터넷 올라온 시청자 질문 중 '박근혜 사면' 얘기 나오자 '패스'

입력 2021-11-22 11:58 | 수정 2021-11-22 12:15

▲ 출연 장관들이 명시된 '국민과의 대화' 대본. ⓒKBS노동조합 제공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각본 없는 대화'를 나누겠다며 진행한 '2021 국민과의 대화 - 일상으로'에, 주요 부처 장관들이 대통령 대신 답변하도록 한 '대본'이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노동조합(위원장 허성권)은 22일 배포한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 사전 각본대로? '트루먼 쇼' 였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어제 KBS 1TV에서 방영한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의 핵심은 '각본 없는 질문과 문재인 대통령의 진솔한 답변'이었다"며 "그러나 이날 주요 질문에서 주요 부처 장관들이 등장함에 따라 '대통령과의 대화'가 아닌 장관들의 일방적 '정부정책 홍보 쇼'란 비판을 받기 딱 십상이었다"고 비판했다.

KBS노조는 "프로그램 대본에는 출연이 예정된 장관 명단이 명시됐고, 실제 생방송에도 거론된 4명이 등장했다"며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대신 답변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게 바로 짜고 치는 '생방신기' 아니냐"고 비난했다.

MC 질문 아래, VIP 예시 답변 기재

KBS노조가 입수한 '대본'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에 대한 여러 우려 사항 등을 질문해 주고 계신데요. 이번에는 이쪽 자리에 계신 분들 질문을 받아 볼까요?"라는 MC 질문 아래 "OOO의 질문과 관련해선 이 자리에 나와 계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의 답변을 먼저 듣고 제가 답변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권덕철 장관님~~~"이라는 VIP 예시 답변이 적혀 있었다.

이어 "이렇게 추가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선 국민들이 입장이 정말 다양한데요. (중략)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충당할지? 궁금해 하는 것 같아요"라는 MC 질문 아래에는 "추가재난 지원금 지급계획에 대해선 정부도 고심이 깊은 사안인데요. 이 자리에 나와 계신 홍남기 부총리의 답변을 먼저 듣고 제가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님~~~"이라는 VIP 예시 답변이 기재됐다.

이 외에도 해당 대본에는 "이 문제는 유은혜 장관님(화상연결) 이야길 듣고?" "이 사안은 우리 국민들이 많이 우려하고 있는 사인인데요. 화상으로 함께 하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답변을 듣고 제가 답변을 하는 게 좋겠죠?"라는 식으로 사안별로 각 부처 장관이 대신 답변하도록 하는 VIP용 예시 답변이 수록됐다

또 해당 대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어떤 질문이든 받고 답변하겠다'는 청와대 방침과는 달리, 이날 문 대통령에게 '인터넷에 올라온 기타 질문'을 대신 묻던 KBS 기자는 '질문 변경 가능'이라고 표시된 질문을 패스하고, 임기 중 성과와 국정을 홍보할 수 있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KBS 기자가 건너 뛴 질문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사면 의사가 있는지 알고 싶다"는 한 시민의 질문이었다.

'친문 활동가' 추정 J씨, 국민패널 참여… 직접 질문도 던져

KBS노조에 따르면 이날 스튜디오에 나와 문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진 '국민패널' 가운데는 지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지한 '촛불혁명완성책불연대'에 이름을 올린 '친문 활동가'로 추정되는 인물도 있었다.

KBS노조는 "'서민들의 피땀 어린 재산을 빼앗아가는 그런 적폐가 있다. (중략) 6개월 만이라도 부동산 불로소득 부동산 초과이익을 원천적으로 환수해 서민경제를 위해 쓸 수 있는 강력하고 실천가능한 대책을 만들어달라'고 대통령에게 주문한 A씨는 '열혈 친문 활동가 J씨'로 추정된다"며 "이런 정치적 경력을 가진 인물이 어떤 경로로 패널 200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섭외됐는지, 그리고 정세진 앵커의 부름을 받아 질문을 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승동 사장은 프로그램의 기획 과정과 패널들의 구성 방법, 패널들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한 KBS노조는 "이상운 제작1본부장은 프로그램 대본상 장관들이 출연하기로 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밝히고, 패널들을 대리모집한 한국리서치도 어떤 절차로 패널 200명을 모집했는지 모든 정보를 밝힐 것"을 주문했다.

KBS 기자, '朴·李 사면' 여부 질문 건너뛰고 '국정홍보용' 질문만

KBS노조 관계자는 "생방송 시작 1시간 20분 뒤 인터넷에 올라온 기타 질문을 묻겠다며 마이크를 쥔 김모 기자는 3개의 사전질문 중 가장 예민하다고 볼 수 있는 전직 대통령 사면 관련 질문을 빼고,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과 '임기 중 성과와 가장 아쉬웠던 점'을 질문했다"며 "사전 조율이 의심되는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전직 대통령 사면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안에 대해서는 기자가 묻지 않아, 대통령이 답변하기 거북한 질문을 걸러냈다는 오해를 사는 빌미를 제공했다"며 "또 일방적으로 국정홍보를 할 가능성이 큰 기타 질문 2개만 함으로써 KBS가 '국정홍보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 프로그램은 사전 각본 없이 국민들이 자유롭게 묻고 대통령이 진솔하게 답변한다는 기획 의도로 방송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방송은 대본에 미리 짜여진 대로 장관들이 나와서 발언하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쉴드 치는 장면을 내보냈다"며 "시청자를 기만하려는 여론조작 기술자들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고 비난했다.

한편,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KBS가 여론조사기관과 협업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나이, 성별, 지역,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공정하게 했고, 저희들은 그 질문 내용 자체는 전혀 알 수가 없었다"며 "언론인들과의 기자회견에서도 저희는 사전에 어떤 질문을 아예 받은 적이 없다"고 사전 각본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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