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망 이후 아프간 내 인도적 사업 모두 중단됐음에도 과거 계획 그대로 탈레반에 자금 지원태영호 의원 “미국이 인권유린 이유로 자금 동결한 탈레반에 혈세 수백억 지원 하느냐”
  • 지난 9월 7일 아프간 카불 소재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파키스탄-반탈레반 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9월 7일 아프간 카불 소재 파키스탄 대사관 앞에서 열린 반파키스탄-반탈레반 시위.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8월 15일 카불이 함락된 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서방국가가 지원하는 인도적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그런데 외교부와 산하기관이 내년도 아프간 지원사업 예산으로 231억 7000만원을 책정했다고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이 밝혔다.

    외교부, 내년 231억원 아프간 지원…'탈레반 정권'인데 '성평등 역량강화' 지원계획도

    태영호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2022년 아프가니스탄 공적원조(ODA) 사업’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내년도 ‘아프간 경제·사회분야 지원강화 사업’에 183억 6500만원을 책정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또한 6개 사업에 48억 500만원을 책정했다.

    외교부와 KOICA가 아프간에서 벌이는 사업은 ▲카불시 바르치 지역 식수개발 ▲아프가니스탄 TVET(직업기술교육훈련) 선도모델 구축 ▲아프간 성평등 및 성주류화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아프간 도시계획 역량 강화 및 아프간 공무원 연수원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등이다. 행정안전부 또한 아프간 새마을운동 초청 연수를 추진 중이라고 태 의원은 전했다.

    외교부의 아프간 지원사업은 과거 아프간 정부가 미국 등 서방진영의 도움으로 나라를 재건하던 때 시작됐다. 태 의원에 따르면, 외교부가 내년 아프간을 지원할 돈은 183억 원이지만 총 사업비는 3876억원에 달한다. KOICA의 아프간 지원 총 사업비도 210억원이나 된다. 현재 계획대로면 앞으로 탈레반에게 계속 자금을 지원한다는 뜻이다.

    태영호 “미국이 제재 중인 탈레반에 자금 지원이라니…말이 되냐”

    현재 탈레반은 외화 고갈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은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지난 8월 아프간 국고자금을 동결했다. 지난 8월 23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는 탈레반 정권이 인권유린을 멈추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태영호 의원은 만약 한국 외교부와 KOICA가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외면하고 탈레반에게 자금 지원을 할 경우 미국과의 갈등은 피치 못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이어 “무자비한 인권유린으로 공포통치를 하는 탈레반 정권은 미국에게 제재를 당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우리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 무상지원을 계속하는 게 바람직한지 검토가 필요하다. 기존에 해왔던 사업이라고 기계적으로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