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연합방위·전작권 전환 정합성 훼손장교 95%가 自軍 근무 … 5% 합동성 매몰양성에 10년 걸리는 공군 조종사 전문성↓계엄 징벌·부동산에 밀린 국방 백년대계"사관학교는 유니버시티가 아닌 아카데미"
  • ▲ 2024년 2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 연병장에서 제80기 졸업 및 임관식 2부 '화랑대의 별'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 2024년 2월 26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 화랑 연병장에서 제80기 졸업 및 임관식 2부 '화랑대의 별'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뉴시스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하나의 '국군사관대학교'(가칭)로 통합하는 이재명 정부의 '사관학교 교육 개혁'이 군 구조와의 정합성 논란을 낳고 있다. 인사·군수·작전 체계는 합동군제를 전제로 설계돼 있는데, 사관학교 교육만 통합군제 방식으로 전환하면 제도 간 불일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국방부에 따르면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는 지난달 22일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하고 기존 육·해·공군사관학교와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국방의무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교육단, 국방과학기술대학원 등 8개 교육 단위를 단과대학 개념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 ▲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는 지난달 22일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하고 기존 육·해·공군사관학교와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국방의무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교육단, 국방과학기술대학원 등 8개 교육 단위를 단과대학처럼 통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국방부
    ▲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는 지난달 22일 국군사관대학교를 신설하고 기존 육·해·공군사관학교와 국방첨단과학기술사관학교, 국방의무사관학교, 학군·학사장교교육단, 국방과학기술대학원 등 8개 교육 단위를 단과대학처럼 통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국방부
    ◆출발점부터 다른 합동군제와 통합군제 

    한국의 합동군제는 육·해·공군의 독립성을 인정하면서 작전 효율성을 위해 합동참모본부(합참)가 통합지휘권을 행사하는 구조다. 인사·군수 등 행정적 권한인 군정권(軍政權)은 각 군 참모총장이, 전투 지휘권인 군령권(軍令權)은 합참의장이 전담하는 군정·군령의 이원적 체제를 근간으로 한다.

    반면에 육·해·공군의 조직적 칸막이를 제거하고 단일한 군 조직으로 운영하는 통합군제는 군정권과 군령권을 분리하지 않고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집중시키는 일원적 지휘체계다.

    통합군제는 육·해·공군의 전술적 특수성과 각 군 고유의 정체성을 희석시킨다는 단점이 있지만, 군정과 군령의 일원화로 지휘 결심의 신속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가용 병력과 예산이 제한적인 일부 소규모 국가에서는 국방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통합군제를 선택하기도 했다.

    한미연합사령부 작전참모부와 합참 전략기획부 출신인 정경운 서울안보포럼 연구기획실장(육사 46기·예비역 육군 중령)은 "장기적으로 상비 병력이 35만 명 수준으로 감축되면 조직·인력·예산을 통합된 단일 체계로 통합 관리하는 통합군제가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합동군제로 설계된 현재의 작전·인사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교육 부문(사관학교)만 통합군 방식으로 성급히 전환하는 것은 제도 간 정합성을 파괴하는 전략적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과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김성민 연합사 부사령관, 조세프 힐버트 미8군사령관, 최성진 육군 제7기동군단장 등이 지난해 11월 20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 훈련'을 찾아 육군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가 함께 구축한 연합 부교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뉴시스
    ▲ 진영승 합동참모의장과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김성민 연합사 부사령관, 조세프 힐버트 미8군사령관, 최성진 육군 제7기동군단장 등이 지난해 11월 20일 경기도 여주시 연양동 남한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 훈련'을 찾아 육군 제7공병여단과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다목적 교량중대가 함께 구축한 연합 부교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 ⓒ뉴시스
    ◆합동군 체제 전제로 한 한미연합작전의 효율성 저해

    통합군제식 사관학교 통합은 한미 연합작전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합동군제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은 육사(웨스트포인트), 해사(아나폴리스), 공사(콜로라도스프링스)를 중심으로 각 군이 독자적인 정체성과 영역별 전문성을 구축해 왔다.

    한미 연합작전은 이러한 '합동군 체제'의 정합성을 기반으로 설계돼 있다. 한국 육군과 미 육군, 한국 해군과 미 7함대, 한국 공군과 주한 미 공군이 군종별로 매칭돼 교리·통신망·무기체계를 표준화하는 구조는 연합 방위의 핵심이다. 그러나 우리 군만 교육 단계를 통합군제로 선회하면 초급 단계부터 쌓아온 자군(自軍)의 정체성과 교리 이해도가 희석돼 미군 카운터파트와의 전문성 격차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2028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국면에서 이러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전작권 전환은 한국군 장군이 사령관으로, 미군 장군이 부사령관으로 하는 '한국군 주도 합동군사령부' 체제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군제 전반에 대한 공론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관학교 교육만 먼저 통합군제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개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군과 미군이 각각 독립된 지휘체계를 갖되 중간에 협조본부를 두는 방식을 검토했다. 이 구조라면 한국이 통합군제로 가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전작권 전환 계획은 합동군제를 전제로 하는데 사관학교만 통합군제를 전제로 통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략의 선후가 뒤바뀌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장병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양병)는 국가 국방 전략과 작전 개념이 확립된 후 결정돼야 할 하위 단계다. 2028년 전작권 전환이라는 거대한 전략적 변곡점을 앞두고, 인재 양성 체계만 서둘러 통합하는 것은 본말전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일 국방·육군 무관을 지낸 권태환 한국국방외교협회 회장(예비역 육군 준장·육사 38기)은 현대전이 육·해·공뿐 아니라 사이버·우주를 포함한 다영역(Multi-Domain)으로 확장되는 시점에 단순히 전통적인 3군 사관학교를 물리적으로 합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해병대 사령관을 대장으로 격상해 독자성을 강화하겠다면서 사관학교 통합안에서는 해병대 양성 경로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며 "군 내부에서도 육사, 3사, 학군, 학사 등 양성 과정이 다변화돼 있고, 특히 3사관학교 등은 우수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군 내 양성 과정의 통합 및 효율화라는 당면 과제는 방치한 채 성격이 완전히 다른 해·공군까지 끌어들여 덩치만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 ▲ 한미 공군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한 한미 공군 전투조종사들이 지난해 1월 21일 원주기지에서 비행 임무수행에 나서기 전 항공기를 점검하는 모습. ⓒ공군 제공
    ▲ 한미 공군 대대급 연합공중훈련인 쌍매훈련에 참가한 한미 공군 전투조종사들이 지난해 1월 21일 원주기지에서 비행 임무수행에 나서기 전 항공기를 점검하는 모습. ⓒ공군 제공
    ◆장교 경력의 95%는 自軍 근무 … 5% 위한 통합 교육에 올인인가

    사관학교 개편안의 또 다른 문제는 장교의 실제 경력 구조와의 불일치다. 개편안은 1~2학년 통합, 3~4학년 분리를 골자로 하는 '2+2 네트워크형 통합'을 골자로 한다. 즉, 사관생도는 국군사관대학교에 입학해 1~2학년 과정에서는 기초 소양과 전공 기초교육을 중심으로 한 통합 교육을, 3~4학년 과정에서는 전공 심화교육과 군사훈련을 이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위급과 소령급 다수가 자군 작전부대 위주로 근무하며 합동부대나 타군(他軍)과의 합동 작전 경험을 축적하는 인원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군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 없이 초급 장교 양성 단계를 통합하는 것은 우선 순위를 망각한 본말전도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정 실장은 "소위로 임관해 대령으로 전역할 때까지 약 30년간 복무하면서 자군 부대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95%에 달한다. 합참과 같은 합동부대에 근무할 기회는 5~10%에 불과하다"며 "장교 생활의 5~10%만 필요한 합동성을 위해 교육 과정의 50%를 할애하는 셈인데 이는 완전히 거꾸로 된 구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야전 부대의 핵심인 소위·중위 등 초급 장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군의 기초 전문성이다. 육군 소위에게는 육군 교리·무기체계·부대 운용 지식이, 해군 소위에게는 함정 운용·해상작전 지식, 공군 소위에게는 항공기 조종·공중작전 지식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95%의 시간을 자군에서 보낼 장교들에게 통합 교육을 우선 실시하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

    합동성이 본격적으로 요구되는 시기는 중령급 이상이다. 한미연합사령부를 포함한 주요 합동부대의 최저 계급이 중령이기 때문이다. 소위로 임관해 중령이 되기까지는 약 20년이 걸린다. 임관 후 20년 동안 필요한 직무 지식은 자군의 전문 지식이다. 

    이에 합동 교육은 중령급 이상에 도달했을 때 추가로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사관학교 단계에서 합동성을 강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각 군은 고급 장교를 대상으로 한 합동교육 과정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예비역 육군 준장인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육사 36기)은 "합동성은 작전개념, 인사체계, 지휘구조의 통합 속에서 축적된다"며 "초급 장교 단계에서는 오히려 군종 전문성의 심화가 우선이다. 전문성이 확립된 이후 중·고급 과정에서 합동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야전(野戰)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아는 베테랑의 경고는 더욱 구체적이다.

    조종사 출신인 한 예비역 공군 장성은 "초임 시절에는 편대 비행 시 앞서가는 기체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공중 상황을 살필 여유가 전혀 없다"며 "하지만 비행 경력이 10년 정도 쌓여 숙련도가 높아져야 비로소 '요기'(僚機) 한 대를 끌고 전체적인 공중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숙련된 공군 조종사 양성에만 최소 32개월의 훈련과 약 10년의 비행 경력이 소요되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자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의 조기 통합 교육이 자칫 전문성의 하향 평준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경고다.

    물리적 기반의 부조화도 문제다. 해군은 해양 작전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리적 요건이, 공군은 활주로 등 비행 교육 인프라가 생도 교육의 필수 전제다.

    하지만 각 군의 작전 환경을 무시한 채 추진되는 이번 통합안은 교육적 내실보다는 12·3 비상계엄 이후 불거진 육사 출신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투영된 결과라는 의구심이 저변에 깔려 있다. 결국 교육 개혁이라는 명분을 빌려 육사 부지 이전 등 정치적 숙원을 해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는 8개 교육 단위를 단과대학처럼 통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국방부
    ▲ 국방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는 8개 교육 단위를 단과대학처럼 통합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국방부
    ◆사관학교는 유니버시티가 아닌 아카데미 … 사관학교 목적 몰각한 '짬짜면'식 개편안

    개편안은 사관학교를 일반대학의 단과 대학처럼 취급하는 등 교육에 대한 기본 이해와 사관학교의 목적을 몰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University)과 달리 특정 국가 임무를 수행할 전문 직업군인을 길러내는 특수목적 교육기관(Academy)이다. 지식 습득을 넘어 명예와 규율, 지휘 책임, 군종 정체성 형성까지 포함하는 '전인적 직업 형성 과정'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주 소장은 "국군사관대학교는 시쳇말로 짜장면도 아니고 짬뽕도 아닌 이상한 '짬짜면'을 요리"라며 "사관학교 교육개혁 분과위가 모델로 삼은 듯한 일본 방위대학은 패전한 제국 일본군이 자위대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교육기관이다. 그 자위대도 지금 군으로 가기 위해 온갖 힘을 쏟아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 ▲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6300가구), 노후청사 복합개발(9900가구) 등으로 약 6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 신규 공공주택지구 조성(6300가구), 노후청사 복합개발(9900가구) 등으로 약 6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발표했다. ⓒ뉴시스
    ◆교육 개선 명분 내세워 지방 이전 압박 … 안보 요람 밀어내고 아파트 건설인가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은 이번 사관학교 개편안의 배경에 군사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는 추측에 불을 붙인 격이 됐다.

    이 방안의 골자는 도심 내 공공 부지 활용(4만3500가구)인데, 주요 대상지에는 서울 용산구 캠프킴, 육군사관학교와 담장을 맞댄 노원구 태릉 골프장(CC), 연내 해체가 예정된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 부지(경기도 과천시) 등이 포함됐다.

    이에 사관학교 출신들 사이에서는 육사 지방 이전 논의의 종착지는 결국 '태릉 일대 부동산 개발'이 아니냐는 추측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태릉 골프장 부지의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한 상황에서 육사 교정마저 개발 대상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사관학교 교육개혁분과위 내 전문가들은 지원자 수준 저하를 우려해 '육사 태릉 캠퍼스 존치'를 전제로 한 개편안을 제시했으나 정부는 "내용이 너무 약하다"며 지방 이전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로 인해 정부의 최초 발표 당시 캠퍼스 위치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 소장은 "최근 사관학교 통합 논의의 이면에는 사관학교 부지를 밀어내고 주거·개발 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의 전 단계라는 시각이 깔려 있다는 의심도 제기된다"며 "군사 제도를 도시 개발 논리로 재단하는 순간 국방은 국가 생존의 문제에서 부동산 수익의 문제로 격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관학교 교육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국방을 위태롭게 한다"며 "우리 군의 근본 시스템에 맞지 않는 사관학교 통합은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