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파티' '미스터트롯' 성공 전략으로 보수우파 역주행시키자
  • 전대미문의 코로나 사태 전개로 인해 전 국민이 코로나 블루까지 경험하고 있는 한 국사회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문화현상은 뉴트로(Newtro,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로 2010년대 후반부터 복고풍이 새롭게 유행하면서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었다)다. 보수진영 신문 과 방송국들은 박근혜 탄핵사태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었다. 하지만, TV조선은 한물 간 장르로 치부되던 트로트를 무기로 내세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대성공을 발판으로 공중파 방송국 시청률까지 위협하고 있다. 오죽하면 민주당 대선주자 정세균이 출정식에서 들고 나온 대표 키워드 역시 뉴트로 였을까?  

    '추억의 스타' 김연자, 윤일상 만나 화려하게 부활

    사실, 뉴트로 현상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 중 하나는 단연 '아모르파티'를 부른 김연자다. 일본에서의 화려한 활동을 접고 한국으로 복귀하면서 흘러간 추억의 스타로 전락했었던 트로트의 여왕 김연자는 젊은 프로듀서이자 작곡가 윤일상으로 인해 이제는 어린아이들까지도 아는 스타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애인 있어요”와 같은 감미로운 발라드 곡을 원했던 김연자에게 윤일상은 대담하게도 트로트 멜로디에 최신댄스 장르인 EDM(Electronic Dance Music의 약자로 클럽, 파티에서 사용되는 전자음악을 통칭한다)를 결합시킨 곡을 건네주었다. 그 곡이 이제는 국민가요가 된 '아모르파티'였다.

    처음에 김연자는 조금도 쉴 곳이 없는 이 곡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 굉장히 힘 들어했다. 곡의 히트 역시 더뎠다. 근 2-3년이 지나서야 아이돌그룹 EXO의 팬들에 의해 알려져 히트의 발판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가요계에 트로트 풍이 가미된 새로운 장르를 도입하여 어린 세대들에게도 트로트를 친숙하게 만든 히트곡 제조기였던 윤일상은 소위 말하는 심폐 소생술 전문가였다. 흔히 김건모와 이정현, Ref 등 이전에 대히트를 거둔 많은 가수들이 이전 작곡가들과 거리를 두거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찾아가는 프로듀서가 그였다.

    윤일상의 전략은 간단했다. 자기가 맡은 가수들이 이전에 히트시킨 분위기를 최대한 중시하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집어넣었다. 이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존 팬들이 낯설어 할 경우 곡이 히트를 하지 못할 것을 철저히 계산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연자의 경우에는 조금 달랐다. 이미 아이돌 그룹 영턱스 클럽에게 트로트풍을 접목시킨 곡 '정'을 주어 소위 말하는 대박을 쳤던 그였다. 이후 가수 주현미와 랩퍼 조피디에게  트로트와 랩을 결합한 곡 '사랑한다'를 주어 중·장년 층 대중들의 반응까지 시험해봤던 그는 '아모르파티'에서는 중·장년층이 부담스러워하는 랩 부분을 없애는 대신 과감하게 트로트와 EDM을 결합시켰다. 빅히트되기까지 과정은 잠시의 인내를 필요로 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금 국민의힘 역시 비슷한 진통을 겪고 있다.

    '흘러간 스타' 국민의힘, 이준석 만나 부활 기지개


    당대표 이준석은 기존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익숙한 홍준표를 복귀시켰고 바로 전임 당대표인 황교안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또, 김정은 체제를 살릴 가치가 없는 체제라며 맹공격하여 기존 보수의 가치를 대변했다. 한 마디로 기존 팬들에게 익숙한 분위기와 멜로디를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준석은 여러 가지 파격적인 실험들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선출직 공직자 적성시험제 도입이나 대국민 오디션을 통한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프로그램인 '나는 국대다'가 바로 그것이다. 그것은 마치 흘러간 구세대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트로트에 신세대들의 음악문화인 EDM을 접목시켰던 국민가요 '아모르파티'와 비슷한 시도다. 이를 통해 흘러간 유행가였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제치고 40%대 지지율을 기록하는 지지율 1위 정당으로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여가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의힘으로는 힘들다며 이어진 신당 창당 붐으로 인해 보수우파 진영에서 흘러간 스타로 전락할 운명이었던 국민의힘은 젊은 프로듀서 이준석을 만나 다시 부활하고 있다. 물론 이른바 정통 보수우파 진영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최근 국민의 힘 대변인 선발 토론 배틀 '나는 국대다'에 최고령자로 응시했었던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중앙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에 따르면 정통 우파는 이준석을 좋게 보지 않는다. 부정선거가 없었다고 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이준석의 이러한 입장은 단지 정권을 잡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권교체의 열쇠를 2030이 잡고 있지만 경륜이 있는 세대들이 받쳐주어야 하고 무엇보다 정권교체가 확실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중장년층 세대를 잡아야 하므로 (이를 대표하는)자신이 국민의힘 대변인 오디션에 나섰다고 그는 주장했다.      

    이순재 주연의 노년 로맨스, 이젠 안 통해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이순재 주연의 노년 로맨스는 단막극으로나 가능할 뿐 주말연속극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릴 수 없다. 중·장년층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이나 미스트롯의 주인공들도 젊은 중고 신인이지 경륜이 풍부한 나이든 선배 가수들은 멘토로 조연을 담당하고 있을 뿐이다. 청년층 주연에 중·장년층 조연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이미 정통 우파를 자처하며 최고령자로 국민의힘 대변인 오디션에 응시한 민계식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그 역시 정권교체의 열쇠는 2030이 잡고 있지만 중·장년층의 지지 또한 필요하므로 이를 대표하는 자신이 국민의힘 대변인으로 뽑혔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일 미스터트롯이나 미스트롯의 주인공들이 실력은 있지만 기회가 없어서 인기를 얻지 못했던 젊은 중고 신인들이 아니고 이미 대중들에게 익숙한 기존 트로트 스타들이었다면 어땠을까? 코로나 사태로 집 안에 갇힌 중·장년층들은 다양한 인생 스토리를 가진 젊은 트로트 가수들을 부모의 마음으로 응원했다. 능력과 꿈이 있음에도 날아오르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서 중·장년층은 젊은 날의 자신을 보았고 적극 응원했다. 그들은 그렇게 국민 아들, 국민 딸이 되었다. 그들이 출연하고 있는 TV조선 프로그램 '내딸하자'의 제목은 바로 중·장년층의 이러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이준석이 보수우파 지지의 핵심 지역과 계층인 대구 경북과 60대 이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정한울 한국 리서치 전문위원의 분석 역시 이와 유사한 맥락이다. 예컨대 이준석은 일종의 국민아들로 대구·경북지역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물론 이는 2명의 부산 출신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여 정권 창출에 성공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선택을 20여 년 동안 지켜보면서 나온 보수우파와 노년층의 학습 효과의 결과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렇게 이미 중장년층과 대구·경북지역이 이준석과 2030을 주연으로 한 정권 교체 시나리오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대세인 것이다.

    당신의 국민 아들, 국민 딸에게 투표하라

    나이가 들면 입은 무겁게 하고 주머니는 가볍게 하라는 격언이 있다. 어차피 오랫동안 계속해서 마이크 잡아온 어르신들께서 잠깐의 시간조차도 못 견디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머니까지 가볍게 하시라는 말씀은 아니다. 다만 잠시 입을 무겁게 하시고 젊은 프로듀서 이준석에게 5개월만 맡겨보자. 그러면 김연자가 그랬던 것처럼 국민의 힘과 노년 세대도 화려하게 부활할지 누가 알겠는가? 이제는 완전히 끝난 거 같았던 가수 김연자가 젊은 윤일상의 도움을 받아 본인의 인생 찬가 '아모르파티'로 화려하게 부활하지 않았던가? 보수 우파를 지지하는 중·장년층의 인생 찬가 역시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방식대로 본인들이 지지하는 국민 아들, 국민 딸에 의해 '역주행(과거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오래 된 것들이 우연한 계기로 뒤늦게 다시 주목받는 현상을 뜻한다)'할 수 있을 것이다.

    아모르파 티의 가사를 다시 한번 음미하며 이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갑작스러운 정국의 전개로 절망했 던 보수 우파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이러한 운명마저도 사랑하는 '아모르파티'가 필요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 누구나 빈손으로 와. 소설 같은 한 편의 얘기들을 세상에 뿌리며 살지.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 걸 잘할 순 없어. 오늘보 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 인생은 지금이야.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이제는 더 이상 슬픔이여 안녕, 아모르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