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안 봐도 TV만 있으면 수신료 걷어가는 게 말이 되나
  • KBS 이사회가 이달 말 열리는 정례회의에서 2500원 현 수신료 금액을 무려 54% 대폭 인상한 3840원의 인상안을 처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민주당 추천 이사들이 압도하는 이사회 구조상 소수 이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 처리될 게 틀림없어 보인다. 들리는 얘기로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인상폭을 약간 줄일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됐든 40년만의 대폭 인상이라는 점에선 별 차이가 없다.

    필자는 이미 수신료 문제에 관하여 지겨울 정도로 많은 글을 썼다. 그만큼 KBS가 국민 다수의 여론이나 시대적 흐름과 역행해 갔기 때문이다. 주로 KBS 직원 50% 가까이 억대 연봉자로 그 중 1500여명이 보직 없이 사실상 놀고먹는 직원들이 널려 있는 방만한 경영 문제의 해결 없이 수신료부터 일단 올려놓고 보자는 짓은 안 된다는 것, 또 KBS2TV가 상업광고도 하면서 오는 7월부터 전리품 성격의 중간광고까지 정권으로부터 하사받는 특혜까지 받게 된 마당에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는 지적을 했다.

    더군다나 수신료를 전기료에 묶어 강제로 내게 만드는 통합징수제도를 그대로 둔 채 수신료를 대폭 올리고 보기 싫은 상업광고를 강제 시청해야하는데다 하순부터 중간광고까지 도입한다는 것은 시청자 국민입장에선 칼만 안든 강도가 강탈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 기가 차는 일은 KBS가 물가인상에 따라 수신료가 자동 인상되도록 하고 KBS를 안 봐도 TV만 있으면 무조건 수신료를 납부하도록 대못을 치는 법 개정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KBS는 “물가연동제는 추진 사항은 아니고,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 조항은 개정이 필요하다”고 반박하는 입장이긴 하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조항은 개정이 필요하다’는 KBS 입장엔 특히 공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 방송법부터 고쳐야 한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수상기를 등록하고 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논란 소지 있는 방송법부터 고치는 게 우선

    이 법은 KBS가 전파를 통해 방송을 송출한다는 개념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리고 전파는 공공재이니 TV가 있는 집이면 세금처럼 수신료를 강제 부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현재 많은 국민은 TV수상기가 아니라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에 돈 주고 가입해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KBS는 그런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자사 콘텐츠를 판매하고 있다.

    결국 시청자 국민 입장에서는 KBS를 보지 않아도 매달 수신료라는 명목으로 시청료를 강제로 뜯기면서, 동시에 케이블TV에 가입해 비용을 납부함으로써 사실상 KBS에 이중으로 수신료를 납부하고 있는 꼴이다. 수신료 인상은 이런 모순된 상황부터 뜯어고친 후에나 올려도 올려야 한다. 일에도 순서가 있는 것 아닌가. KBS도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조항은 개정이 필요하다’는 찬성 입장이니 이 부분은 동의할 것이다.

    그리고 수신료 물가연동제도 마찬가지다. 수신료가 40년 동안 변동 없이 고정돼 있다는 건 물론 비정상이다. 그러나 물가가 올라감에 따라 수신료도 자동으로 올리고 싶다면 국민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그게 바로 수신료 전기료 분리징수제다. 원치 않아도 강제로, 혹은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전기요금과 묶인 수신료를 같이 내도록 하는 현행법은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KBS 뉴스보도, 제작 콘텐츠에 만족하고 인정하는 국민은 기꺼이 납부할 수 있도록 하고, 원치 않는 사람은 언제든지 해지 할 수 있도록 해서 물가연동제와 함께 법제화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공정이다.

    얼마 전 종편 단골 패널인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가 한 방송에 나와 KBS가 그들만의 공론화위원회를 뚝딱 만들어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는 것에 관하여 ‘언론학자인 저도 모르는 일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잘 모르겠다’며 KBS를 비판했다. KBS의 독단적이고 탐욕스런 행태에 여권 내에서도 반발이 크다는 의미로 느꼈다. KBS 이사회가 안건을 처리하면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둔 여당이 부담을 전적으로 떠안게 되는 것이다. 결과에 따라 KBS가 지핀 작은 불길은 들불처럼 번져 온 산야를 다 태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