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4차례 정상회담 '北 옹호' 중국과… "北 핵공격 땐 대규모 핵반격" 혈맹 미국"核 국방력 강화" 무력통일 주장하는 北 앞에서… '한중외교 회담' 응한 것은 사대일 뿐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권창회 기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적 각축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4월 3일 미국에서는 한국, 미국, 일본의 3국 안보참모들이 미국에서 회동을 하고, 거의 유사한 시기에 중국에서는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개최되었다. 여기에 관하여 현 정부와 관계자들은 '현란한 균형외교의 솜씨'를 과시하면서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지만, 필자로서는 오로지 불안할 뿐이다.

    한국의 서훈 안보실장, 미국의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일본의 기타무라 시게루 국가안보국장은 워싱턴 시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회의를 가진 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하여 함께 우려하면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안의 전면 이행, 핵무기의  비확산, 한반도 내 억제태세 강화를 위한 협력을 강조하였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관해서도 우려하면서 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 간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늦었지만, 이러한 입장은 북핵 위협 해결에 고무적인 방향이고,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간적으로 위 회의가 종료되는 시점에 한국의 정의용 안보실장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한국이 바라는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합의도 없고, 나머지 합의사항도 추상적이거나 사소한 문제에 그쳤다. 우리 측의 발표와 달리 중국 측은 시 주석의 방한은 언급하지도 않았고, 혐한령 해제에 대해서도 두리뭉술하게 넘어갔다. 중국이 미국에게 한국이 자기 쪽이라는 점을 과시하고자 시 주석 방한을 구실로 한국 외교장관을 불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일부 국민들은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양쪽에서 구애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균형외교"의 타당성을 강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균형외교의 장점, 즉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측면보다는, 단점, 즉 유사시 미국과 중국 어느 국가로부터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욱 드러나는 모습으로 보였다.

    북핵과 같은 심각한 안보위협이 없는 상태라면 균형외교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북핵위협이라는, 국가의 존망을 좌우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한국이 균형외교를 추진하는 것은 너무나 위험하다. 유사시 핵우산을 제공하여 한국을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미국과 그 핵위협의 원천인 북한의 동맹국 중국을 어떻게 동등하게 인식할 수 있는가?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드러났듯이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압박하거나 이를 위하여 한국에게 협력할 생각이 없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북한 편을 들었다. 2010년 3월 발생한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의 경우 국제적인 조사단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판정했지만 중국은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였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나오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11월에 북한이 백주 대낮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남한의 영토인 연평도에 포격을 가했지만, 중국은 남북한 양측의 책임론을 주장하였다. 중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사드(THAAD) 요격미사일의 배치도 집요하게 반대해왔다.

    더군다나 중국은 2018-2019년 사이에 우리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하여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전개했지만, 이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의 김정은과 네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을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입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북한이 한국에 대하여 도발하거나 심지어 남침을 할 경우에도 중국은 6.25전쟁의 경우처럼 결국 북한 편을 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비해서 미국은 28,500명의 주한미군을 주둔시켜 북한의 침략을 억제하고 있고, 만약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경우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핵무기로 반격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압박하였고, 지금도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하여 가용한 모든 압박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동맹국과 중국을 동등하게 보면서 균형외교를 취한다는 것이 타당한가?

    현재 한국은 북핵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할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 1월 제8차 당대회를 통하여 핵무기를 중심으로 국방력을 강화함으로써 그들 주도의 통일을 앞당기겠다고 공표하였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미국의 '핵우산'없이 이러한 북한의 무력통일 시도를 막을 방법은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말의 성찬에 불과한 한중외교 회담에 응하여 한미동맹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외교도 아니고, 사대(事大)일 뿐이다. 어떤 문제를 회담하러 간 게 아니라 불려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는 환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의 안보분야 협력은 가능하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고, 한국은 중국이 세계적 차원에서 경쟁하는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이다. 서로의 진영이 이미 갈라져 있는 상태이다. 일부에서는 미국과는 안보, 중국과는 경제를 협력하면 된다고 하지만, 한국이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이 경제보복을 가했듯이 말처럼 안보와 경제를 구분할 수 있지 않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도 한·미·일 협력체제 내에서 약한 고리인 한국을 미국으로부터 떼어내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가? 안보 때문에 경제를 희생할 수는 있지만, 경제 때문에 안보를 희생할 수는 없다.

    이제 한국은 중국이 한국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를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 중국이 한국과의 관계를 증진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들과 전략적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과 한국이 동맹관계이기 때문이고, 그 동맹관계를 균열시키는 것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일 안보 참모들이 회동하는 순간에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한 것이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종료시키는 순간 중국에게 한국이 갖는 가치는 없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중관계는 일방적인 관계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 한중관계 강화를 위해서는 한미관계를 약화시켜야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미동맹을 강화시켜야하고, 그러할 때 오히려 레버리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재의 한국에게 가장 심각한 도전과제는 북핵 위협이고, 정부는 이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데 최우선적인 관심을 두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사소한 유익을 구하고자 국가의 생존을 좌우할 수도 있는 결정적인 관계인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일 뿐이다. 균형외교에 대한 현 정부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