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군단 해체, 예하 22사단→ 3군단 이전' 시뮬레이션… 北 남침, 효과적으로 못 막아"23사단 해체, 경찰에 맡기면 동부전선 허술" 지적에… 국방부 "훈련 성공적" 자평
  • ▲ 2016년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당시 지휘소 모습. 이번 훈련에는 이 인원의 3분의 1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6년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당시 지휘소 모습. 이번 훈련에는 이 인원의 3분의 1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는 지난 19일 종료된 한미연합훈련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사실상 실패한 훈련”이라며 “문재인정부 국방개혁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차별 병력감축한 동부전선 뚫리고… 반격 상륙작전도 실패

    한미 양국은 지난 8일부터 18일까지 한미연합지휘소훈련(21-1 CCPT)을 실시했다. 양국은 19일 2시간 남짓의 사후 강평을 끝으로 훈련을 종료했다.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이었지만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이하 작계)에 맞춰 북한의 남침 저지, 전열 정비, 반격 순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훈련 초기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는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군 소식통이 전했다. 22일 이데일리가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육군 3군단과 8군단이 지키는 동부전선이 문제였다. 국방부는 '국방개혁2.0'에 따라 올해 8군단을 해체하고 예하 22사단을 3군단으로 보낼 예정이다. 

    ‘노크귀순’을 비롯해 ‘체조귀순’, 지난 2월의 '수영귀순'이 모두 22사단에서 일어났다. 이런 22사단의 문제점과 8군단 해체 등을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동부전선은 상당한 피해를 입으며 북한의 남침을 제대로 막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격 단계에서도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북한의 남침을 방어한 뒤 전열을 재정비해 반격하려면 동부전선과 서부전선이 호흡을 맞춰 함께 치고 올라가야 한다. 동시에 후방에서 대기하던 미군 전시증원 전력과 한국 해병대가 원산-대동강 축선에서 상륙작전을 실시, 북한군의 후방을 쳐야 한다. 

    하지만 훈련 초반부터 작계와 어긋난 상황이 이어져 결국 동부전선-서부전선의 반격과 한미 해병대의 상륙작전 시기를 일치시키지 못했다. 이로 인해 지상전력과 상륙전력이 목표를 확보하지도 못했음에도 군 당국은 훈련을 종료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방부 “그 주장 출처 모르겠지만… 한미 장관, 성공적 평가”

    국방부는 그러나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성공적이었다”고 반박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그런 주장의 출처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미연합훈련 내용은 양국에서 2급 군사기밀이라 공개가 제한된다”고 전제한 뒤 “이번 훈련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는 한미 국방장관이 직접 말했다. 제가 그 자리에 배석했다”고 강조했다.
  • ▲
    ▲ "한미 국방장관이 회담에서 이번 연합훈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는 것이 국방부 설명이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부 대변인은 “물론 우한코로나 상황이 한미연합훈련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탓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지만,  연합방위태세와 한미 작계 실행은 철저히 이뤄졌고, 훈련은 잘 마무리 됐다”며 “아무튼 이번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양국 국방장관 간의 이견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 전작권 전환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과 서욱 장관의 발언은 모두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강조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데일리는 익명의 군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사후 강평에서 일부 지휘관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일부 지휘관은 '국방개혁2.0'에 따른 부대 개편과 달라진 안보환경에 맞는 작계가 아니라 기존 작계에 따라 훈련을 실시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며 “실제로 훈련 도중 훈련 과제를 재검토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군 소식통 또한 “한 장성급 지휘관은 훈련 초기 '한미연합사 작계를 그대로 가져와 훈련하는 것이 지금 우리 군 실정에 맞느냐'며 훈련계획을 다시 작성해 가져올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문재인정부, '국방개혁2.0' 밀어붙이면서 동부전선 전력 약화”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가 '국방개혁2.0'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결과 동부전선 부대들이 북한의 남침을 방어하지 못하게 된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뒤 작계상 방어-전열 정비-반격을 맡아야 할 부대들을 국방부가 신속히 해체 중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동부전선을 맡았던 부대들이 그 대상이다.

    국방부는 3군단 예비전력이던 2사단을 해체해 경기도 양평으로 옮긴 뒤 제2신속대응사단으로 바꿨다. 유사시 미 육군 101사단처럼 헬기 등으로 적 후방을 타격하게 만든다는 것이 국방부의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 군에는 이들을 수송할 만한 헬기전력이 없다.

    국방부는 또 동해안 일대 경계부대들을 지휘하는 8군단, 22사단 담당구역의 남쪽 해안을 지키는 23사단을 해체할 예정이다. ‘노크귀순’을 비롯해 지난 2월 ‘수영귀순’까지 수차례 경계가 뚫렸던 22사단은 3군단 예하로 넣을 예정이다. 기존 23사단 경계구역은 경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3군단의 담당구역이 대폭 늘어나면서 동부전선 경계가 전반적으로 느슨해지게 된다. 유사시 북한의 남침을 저지하기도 힘들게 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